"어디서나, 누구라도 자연을 거스르면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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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선생님' 아용 ⑤ / 문수스님 수경스님 도법스님 고우 큰 스님...


"왜 하필 절에서 하느냐?"
이 한마디면 될 일도 안된다고 그는 말합니다. 얼마 전 학교에서 학생들의 집중력과 정서함양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명상 프로그램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에다 돈도 아낄 겸 가까이 있는 사찰의 빈 공간을 빌렸습니다. 재학생 5백60명 중 4백80명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 명상프로그램은 무산됐습니다. ‘왜 절에서 하느냐’는 대구시교육청의 제동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청와대에 올라간 민원이 빌미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참가하는 행사마저 종교적인 색깔로 덧씌우는 현실을 본 것이지요. 화합하지 않고 정복하려는 다른 종교의 어떤 경향을 지적한 것으로도 들렸습니다.

“요즘은 비구니가 안 되려고 해요. 어디 비구니뿐입니까? 신부도, 수녀도 모두들 줄고 있어 유럽 쪽 어는 국가 중에는 광고까지 내고 있는 실정이라는군요.”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

어디 그뿐인가요. 그는 종교 간의 배타성 못지않게 의식주와의 상관관계를 에둘러 말하고 싶어 합니다. 종교가 종교인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종교인의 역할과 밥벌이가 비빔밥이 되는 현상들이 이 종교, 저 종교를 가리지 않고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뇌하지 않고 입과 배(口腹)를 즐겁게만 하려는 물질만능풍조에 다름아니라는 거죠.

문수스님
문수스님
“불교경전에는 수행을 위해서는 소신공양(燒身供養)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요. 하지만 견해에 따라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요.”

지난해 칠곡 지보사 문수스님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글을 남기고 소신공양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1963년 대로에서 소신공양을 한 베트남의 틱광득(釋廣德)스님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당시 미국 등 외부세계를 전율케 한 동시에 디엠 독재정권의 붕괴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난 괜찮아, 네 약이나 사먹어.”

작년 수경스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수경스님이 관절이 좋지 않은데도 삼보일배를 하며 환경운동을 벌이는 일에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회갑이 된 스님에게 약이라도 지어 드시라며 100만원을 보내겠다고 했더니 되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교계 4대강 반대운동을 이끌던 수경스님은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한 얼마 뒤 화계사주지직과 승적까지 내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렇듯 수경 스님과 같은 기축생인 도법 스님이나 고우 큰스님 등 많은 스님을 단발머리때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그는 아는 스님들 모두 너무 수행을 잘하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출가하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했고 합니다.

'도의 반려자'(도반)으로 일컬어지는 동기들...
'도의 반려자'(도반)으로 일컬어지는 동기들...

아용 스님. 비구니로 출가해 그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을 그만두면 다시 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몸 하나 거처할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도 스님이지만 내세에도 스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독백처럼 흘렸습니다.

“어디서나, 누구라도 자연을 거스르면 못 산다.”



[박창원의 인(人) 44]
아홉 번째 연재 '비구니 선생님' 아용 ⑤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 정옥순 ▷'하회마을 뱃사공' 이창학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 ▷'장승쟁이' 김종흥
▷'고서 일생' 박창호'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 ▷'농사꾼 철학자' 천규석  ▷'통일꾼 시인' 류근삼.

그리고, <박창원의 인(人)> 아홉 번째 연재, '비구니 선생님'으로 불리는 아용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용 스님은 대학 다니던 20대에 양산 내원사로 출가해 20년째 대구 능인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과 인연 닿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292-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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