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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즐겨라…‘까르페디엠’
'비구니 선생님' 아용④ / 죽은 시인의 사회...'키팅'에 반하다
2011년 02월 09일 (수) 09:53:24 평화뉴스 pnnews@pn.or.kr

"까르페디엠(Carpe diem), 아이들에게 꼭 맞는 말이 아닐까요?"

그는 편지세대입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친구나 이성간에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과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내키면 어른들의 눈을 피해 빵집에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그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친구들을 보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 나이에 걸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이 가장 멋있는 삶’이라고 여깁니다. 또래에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체험해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의 생각이 이렇게 바뀐 것은 선생님이 되면서입니다. 왜 그는 비구님 스님을 하다 선생님이 되었을까요?

“제목이 너무 멋있어 들어갔습니다. 그 영화가 저의 운명을 또다시 바꾼 것이지요.”
그는 본디 영화보기를 좋아합니다. 동국대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 말, 그날도 강남의 영화관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눈에 띄는 영화제목이 보였고 누군가의 손에 이끌리듯 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았습니다. 영어교사 키팅(로빈 윌리암스)에 반했습니다. 강요된 삶 대신에 아이들의 본 모습을 보려는 키팅이 멋져보였습니다. 말하자면 가정과 학교의 억눌린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수업으로 인생의 눈을 뜨도록 안내하는 키팅에게서 그는 자신의 소명을 또 하나 발견한 것입니다.

그는 영화를 본 이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당장에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 이뤄지는 것일까요? 그에게도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1990년부터 고교에 선택과목으로 종교과목이 생기게 됩니다. 그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종교교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는 1991년 불교재단인 능인고에서 종교교사로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는 애초 교사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담임선생님 외에는 이름을 아는 이가 드물 정도로 조용한 학생이었습니다. 불교를 빼고는 관심 있는 게 없었으니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리가 없었습니다.

   
▲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20대에 출가한 스님은 벌써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가 선생님이 된 것입니다. 그는 교과서 암기하듯이 하는 종교수업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격적인 소양을 갖추는 일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그는 출가를 즐기듯이 아이들 만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출가를 권하는 일에다 선생님이 되라고 권하는 일도 보태야할 듯합니다.
 
여름에 드러누워 쉬는 아이에게 “배꼽 보여, 옷 덮어라.” 하면 “스님인데 뭐 어때요?” 하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는 수업시간에 영락없는 학생들의 친구가 됩니다. 한때는 아이들과 노래방도 자주 갔습니다. 지금은 그 또한 세월을 뛰어넘지 못하지만 그보단 아이들이 바쁜 탓이 더 큽니다.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만 같아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그는 책을 통해 불교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영화를 보고 교사가 되었습니다. 책과 영화는 그에게 현재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을 미래에 저당 잡힌 것이 아니라 현실을 즐긴 결과였습니다. 현재에 충실했던 것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이 학생들에게 자주 하던 그 말을 오늘은 그가 대신 합니다.
“까르페디엠….”

   


[박창원의 인(人) 43]
아홉 번째 연재 '비구니 선생님' 아용 ④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 정옥순 ▷'하회마을 뱃사공' 이창학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 ▷'장승쟁이' 김종흥
▷'고서 일생' 박창호'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 ▷'농사꾼 철학자' 천규석  ▷'통일꾼 시인' 류근삼.

그리고, <박창원의 인(人)> 아홉 번째 연재, '비구니 선생님'으로 불리는 아용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용 스님은 대학 다니던 20대에 양산 내원사로 출가해 20년째 대구 능인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과 인연 닿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292-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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