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해봤어요? 화장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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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선생님' 아용① / "남자친구? 소개는 맞춤형이 최고지"



"첫사랑 해봤어요? 화장 해봤어요? 헤어스타일은 어땠어요?…."
아이들의 질문입니다.
"실연의 상처일까? 출가한지 얼마나 됐을까? 무슨 사연이 숨어있을까?…."
어른들의 물음입니다.

여기서 굳이 구분한다면 (아이들의)질문은 소리 내며 묻는 것이고, (어른들의)물음은 목구멍 아래서 멈추는 소리입니다. 다만 어른이나 아이가 모두 궁금해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이를테면 호기심이 생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마다 학년의 아이들 얼굴이 바뀌지만 질문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용 스님. 그는 여성이자 여승(女僧)입니다. 또 학교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은 지나가다 목이 마르면 그의 방문을 열어젖힙니다. 더운 여름날이면 법당 마룻바닥에 널브러져 아무렇지도 않게 웃통을 벗어젖힙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그가 선생님이기 보다는 집안의 엄마 같은 편한 존재인가 봅니다.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경북 점촌에서 태어나 대학 다니던 20대에 출가했다. 이후에도 줄곧 학업을 이어가며 20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 20대에 출가한 스님은 벌써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경북 점촌에서 태어나 대학 다니던 20대에 출가했다. 이후에도 줄곧 학업을 이어가며 20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 20대에 출가한 스님은 벌써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로부터 어머니라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처음에는 느낌이 이상했어요. 지금이야 진짜 엄마가 된 듯 아무렇지도 않지만요."

그를 실제로 어머니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서넛 있습니다. 그 중에 외국에 사는 박종민이란 제자는 지금도 편지를 보내옵니다. ‘어머니 전상서’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가족에게 보내는 애틋함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제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제자 등도 그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머니라 부르는 이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들입니다.
“미장원 갈일도 없고 화장할 일도 없으니 그만큼 돈 쓸 일이 없는 거지요.”

과연 그럴까요? 그의 말과는 달리 봉급을 받으면 돈 쓸 일이 많습니다. 애초에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책을 사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등록금 같은 직접적인 장학 지원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재학생이나 대학생도 있습니다. 물론 그가 아는 학생도 있지만 모르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아용 스님을 '어머니'라 부르는 제자가 보낸 편지..."어머니 전상서"
아용 스님을 '어머니'라 부르는 제자가 보낸 편지..."어머니 전상서"

뿐만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아이들과 자장면도 즐겨 먹고 노래방에 일주일에 3~4번 갈 때도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차 마시러 오는 학생들이 많아 늘 공간이 비좁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최근의 풍속도는 달라졌습니다. 인터넷 같은 개인적 기기에 빠진 탓인지 모릅니다. 또 노래방에 가려고 해도 학생들이 바빠 갈수 없다고 합니다.

반면에 잊혀 지지 않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불우한 환경 탓에 아까운 재주를 살리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나버린-도시락도 싸고 학비도 보탰던-한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 아이의 마지막 편지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꼽아보니 교단에 선지가 20년째입니다. 이때가 되면 그에게 세배 오는 아이들이 족히 100명쯤은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나간 세월이 쌓였음을 보여 줍니다. 국어를 가르치는 김한수 선생님은 그의 제자였다가 이제는 같은 동료교사가 되었을 정도니 말입니다. 

"남자친구 소개해 달라고?…소개는 맞춤형 소개가 최고지…."
그와 이야기 도중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중학교 교장선생님의 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전에 강당에서 열린 학교 축제 때의 일입니다. 댄스 음악은 나오는데 분위기가 썰렁했습니다. 그가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그는 머리가 짧고 나이는 들었지만 남학교에서 제법 인기 있는 여학생입니다.
“학생들과 살려면 학생이 되어야지 어떡합니까.”



[박창원의 인(人) 40]
아홉 번째 연재 '비구니 선생님' 아용 ①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 정옥순 ▷'하회마을 뱃사공' 이창학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 ▷'장승쟁이' 김종흥
▷'고서 일생' 박창호'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 ▷'농사꾼 철학자' 천규석  ▷'통일꾼 시인' 류근삼.

그리고, <박창원의 인(人)> 아홉 번째 연재, '비구니 선생님'으로 불리는 아용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용 스님은 대학 다니던 20대에 양산 내원사로 출가해 20년째 대구 능인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비구니 선생님' 아용 스님과 인연 닿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292-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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