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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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 "남북관계의 혁명적 변화, 승패에서 공동승리의 논리로"


한국의  근현대사는 유난히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다.
3월이 되면 일제 식민지하 범민족적로 해방을 목놓아 부르짖었던 3.1절을 기억해야 하고 4월이 되면 독재에 맞서 민주를 외친 4.19를 기억해야 한다. 5월이 되면 우리는 또 신군부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고 막 피기 시작한 민주의 싹을 지키려고 고립된 채 저항했던 5.18 광주민중항쟁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우리는 어떤 날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까?

안보에서 평화로, 분단에서 통일로

6월은 전통적으로 안보의 달이다. 어릴적 6월은 ‘반공글짓기’대회와 ‘반공웅변대회’로 기억된다. 실제 한국전쟁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남과 북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다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평화로운 일요일날 갑작스럽게 침략한 북한군으로 일해 모든 비극이 일어난 것으로 기억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일상을 깬 북한은 물리쳐야 할 적이고 깨부셔야 할 악으로 인식될 뿐 민족공동체를 함께 이루어나갈 동반자요 협력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6월에 기억해야 할 대표적인 날은 6.25가 아닌 6.15가 되어야 한다. 물론 6월 25일도 북에 대한 적대와 증오를 재생산하는 안보의 날이 아니라 이땅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날, 전쟁의 처참함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날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부터의 반성과 성찰을 넘어 우리가 아직 이루지 못한 미래적 지향인 남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억해야 할 날은 6.15가 되어야 할 것이다.

6.15는 남북관계를 보는 프레임의 혁명적 변화

우리가 6.15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단지 그날이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어진 공동선언이 발표된 날이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분단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정상간의 만남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남북의 정상이 직접 서명한 6.15공동선언은 통일의 소중한 이정표이다. 하지만 우리가 6월에 6월 25일이 아닌 6월 15일을 기억해야 할 진짜 이유는 2000년 6월 15일을 기점으로 남북관계의 틀, 즉 프레임이 혁명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기점으로 북은 이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 무찔러야 할 악, 이겨야 할 적이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화해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할 동반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적으로 보느냐? 동반자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북정책은 확연히 달라진다. 적으로 보는 순간 NLL은 우리가 지켜야할 군사분계선이 되고 서해는 긴장의 바다가 되지만 동반자로 보는 순간 NLL은 냉전시대의 유물이 되고 서해는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의 바다가 된다. 적으로 보는 순간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우리의 돈이 적으로 흘러들어가는 통로가 되지만 동반자로 보는 순간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의 상징이자 통일로 가는 길에서 새로운 민족경제 공동체와 민족적 부를 창출하는 통일의 실험장이 된다. 적으로 보는 순간 경의선 연결은 적이 침투하기 쉬운 통로를 여는 것이 되지만 동반자로 보는 순간 경의선 연결은 남과 북의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화해의 길이자 반도와 대륙을 잇는 공동번영의 길이 된다.  

승패의 논리에서 공동승리의 논리로


 냉전시대에는 남과 북은 승패게임, 곧 제로섬게임을 진행했다. 서로 대결과 압박을 통해 상대방을 몰아붙였고 상대방의 몰락을 통한 한쪽으로의 통일을 지향했다. 이는 당연히 상호간의 긴장을 고조시켰고 군비증강을 불러왔으며 상시적인 전쟁위험을 가져왔다. 이제 세계사적으로 냉전은 해체되었다. 남북간에도 승패 게임이 아닌 상생의 게임, 제로섬 게임이 아닌 포지티브 게임을 하자고 합의한 것이 6.15공동선언이다. 상대방의 승리가 나의 패배이고 나의 승리가 상대방의 패배가 아닌 공동승리의 길을 걷자고 합의한 것이 6.15공동선언인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평화 속에 단계적인 방법으로 공동승리의 통일을 추구했던 것이 6.15공동선언인 것이다. 

6.15 부정은 북을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는 것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여전히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통일세를 조성하자며 정작 남북이 대결과 적대의 관계를 청한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상생하고 공존할 것을 약속한 6.15를 부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는정부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 김상근, 6.15남측위)가 제출한 6.15공동행사를 위한 개성 방문 신청을 불허했다. 통일부는 6.15남측위의 개성 남북공동행사 방북 신청과 관련 “5.24조치 이행 등을 고려한 현 시점에서 대규모 남북공동행사 개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금일 불허한다”고 발표했었다. 또한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통일부장관이 된 2009년부터 올해까지 김대중 평화센터의 6.15기념식 초청을 거절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정상회담을 하자며 북과 비밀접촉을 하면서 정작 북의 정상이 합의하고 직접 서명한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있으니 정상회담 제의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의 실체를 부정하고 여전히 화해와 협력의 동반자가 아닌 극복과 섬멸의 적으로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가 6월을 6.15가 아닌 6.25로 평화와 통일의 달이 아닌 전쟁과 안보의 달로 기억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6․15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화해와 협력을 통해 공동승리의 통일을 추구하는 사람이 기억해야 할 날, 그날이 바로 6월 15일인 것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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