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을 한 사람이 있었다. 광주에서 무참한 학살을 저지르고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대통령이 부당한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이 '정의사회 구현'이다. 이때처럼 정의란 말이 희화화된 적이 없다. 권력의 실체와 내건 슬로건 사이의 간극이 너무 나 멀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다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공정사회 구현’이다. 누가 봐도 함량미달인 인사를 하고 부당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구호로만 ‘공정사회 구현’을 외치니 마치 정의롭지 못한 전두환 대통령이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실체와 슬로건의 괴리 현상은 ‘공정사회 구현’에만 머물지 않는다.
반통일 정책 펴면서 남북통일 멀지 않았다?
그렇다. 통일은 언제 도둑처럼 갑자기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대통령이 모르는 것이 있다. 서독은 73- 90년(18년)간 대동독 지원에 연평균 32억불을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그 만큼 지원하면서 동독이 서독에 대한 의존이 커졌고 또 동독주민들의 마음이 열렸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도둑처럼 통일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물꼬를 텄던 그 지역에서 다시 한번 제 2의 ‘베를린 선언’이 나오기를 소망했으나 이는 헛된 기대였음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6일 고위당국자가 밝혔던 "남북 당국간에, 순수한 남북 차원의 정치 안보적인 고위급 회담은 천안함.연평도라는 문턱을 설정해놨다"라는 입장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외려 대통령이 분명히 "북한은 천안함 사태를 일으켰고 연평도 포격을 했다. 장병들 죽고 무고한 국민들이 죽었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반드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대화의 문을 막아버렸다.
실제로는 남북대화를 반대하면서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외치니 이 대통령이 바라는 통일은 담을 넘어 오는 도둑이 아니라 천둥번개처럼 와야되지 않을까? 도둑처럼 온 독일의 통일도 그 휴유증이 만만치 않은데 그보다 더 급작스럽게 오는 천둥번개처럼 오는 통일의 휴유증을 우리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까?
최소한의 진정성은 통일부 장관교체에서
지난 6일 단행된 개각에서 애초 교체될 것으로 보였던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유임되었다.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정책담당자가 유임된 것이다. 유임의 이유는 북한에 대북정책이 전환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의 ‘대북강경책’과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즉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사과 없이 북과의 대화는 물론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북한인권법 제정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북한인권을 말한다고 평화가 깨진다면 그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북한인권을 말한다고 남북관계가 경색된다면 그 남북관계는 정상적인 남북관계가 아닐 것"이라고까지 했다.
현장관이 말하는 정상적인 남북관계로 가기위해서도 남북이 만나야 하지 않을까? 또한 현재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지원해야 인권에 대해서 말할 때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상대방이 아픈 부분을 이야기하고 그 말을 상대방이 진실성 있게 듣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신뢰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당장 어려운 식량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아픈 부분을 고치라고 하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신뢰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을 앞당기고 싶고 통일을 이루어야 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반통일적이고 남북대화에 부정적인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교체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남이 대북대결 자세를 버리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좋은 신호이지 결코 나쁜 신호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좋은 신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는 것이지 대결과 갈등을 통해 긴장을 불러오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두현 / "최소한의 진정성 보이려면 통일부장관부터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