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동포들은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두현 / "대북 식량지원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온 산하가 신록으로 물드는 5월이다. 그런데 지금 이 봄을 무사히 넘기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형제들인 북한동포들 이야기이다. 종교인들과 유엔 국제식량계획 등 국제기구들도 북한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지금 당장 지원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극이 초래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정부는 딴청을 부린다. 식량난의 실체도 확실치 않다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북이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대규모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굶어서 생명의 위협에 빠져있는데도 대북 근본주의자답게 절대 지원을 못하겠다고 한다. 과연 대북식량지원이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친북과 반북의 문제인것일까?

미운 동생과 그 자식이라도 생명은 귀중한 것

 옛날 조선에 두형제가 살고 있었다. 두 형제는 어떤 사업을 벌일지를 두고 싸웠다. 그냥 싸운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워 원수가 되어버렸다. 큰 형은 콩사업을 하자고 하고 동생은 팥사업을 하자고 했다. 큰 형은 콩사업은 세상 제일부자가 도와주는 사업이라며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동생은 팥사업을 해야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우겼다. 그러다 결국 큰형과 세상 제일부자가 한편이 되고 동생과 대판 싸움을 벌였다. 승패는 나지 않고 두 사람의 사업장이 쑥대밭이 된 뒤 결국 둘은 따로 자기 사업을 벌여나간다.

처음에는 동생이 좀 잘 나갔다. 그러나 이내 세상 제일부자의 지원을 받은 형이 동생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세상 제일부자는 동생의 팥 판매경로까지 막아 동생의 사업은 점점 어려워졌고 동생의 가족들은 점점 굶는 날이 많아졌다. 동생은 팥사업이 안되는 것은 자기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세상 제일부자가 판매경로를 봉쇄했기 때문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우리가 단결해야 한다고 했고 가족들은 이에 동의해서 굶는 가운데서도 똘똘 뭉쳤다. 외부의 위협에 맞서 싸우다 보니 동생은 점점 권위적이 되어갔다. 차츰 동생가족의 사정이 주변에 알려져 동생 가족들에게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은 동생의 권위주의적인 성격이 바꾸지 않으면 절대 식량을 지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동생이 판매경로를 막았던 세상 제일부자조차 이제 우선 동생가족들을 살리고 보자며 식량지원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마저 반대하고 나섰다. 동생집안의 식량사정이 어려운지도 불확실하고 동생의 태도가 변하기 전에는 절대 식량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게 형으로서 올바른 태도일까?

"식량상황은 굉장히 심각한 상태...생사가 달린 문제"

지난 주 '디 엘더스(The Elders)' 대표단으로 북한을 방문한 메리 로빈슨 前 아일랜드 대통령은“북한의 식량상황은 굉장히 심각한 상태”라며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에 한국사회와 국제사회가 긴급지원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북한 식량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분석이 있지만 현재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겨레> 2011년 4월 9일자 2면(종합)
<한겨레> 2011년 4월 9일자 2면(종합)

그러기에 유엔 국제식량계획(WFP)이 지난 4월 29일 “취약계층 북한 주민 350만명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지원을 개시한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으로 구성된 ‘긴급식량안보조사단’은 올 2월 21일부터 근 20일간 북한의 40개 군지역을 현지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보고에 따르면 최소 610만명으로 추산되는 소위 취약계층들이 심각한 굶주림에 직면해 있으며 29만7,000톤의 곡물과 13만7,000톤의 영양강화 식품 등 총 43만톤의 5개월분 식량을 긴급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한국일보> 2011년 4월 30일 14면(국제)
<한국일보> 2011년 4월 30일 14면(국제)

그런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 조치인 '5.24조치'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국제기구 보고서의 객관성 문제 등을 운운하며 국내외의 지원 재개 움직임조차 반대하고 나선것 이다.

MB, 정부 지원 싫다면 국제사회.민간 지원이라도 막지 말아야

아무리 북한지도부의 태도가 밉고 북의 체제가 잘못되었다고 해도 북녘동포들은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나라와 국제기구가 지원하려는 것까지 막아나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욱이 민간단체의 지원도 허용할 수 없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조문파동으로 인해 남북관계도 파탄이 났던 김영삼 정부시절에도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은 허용이 되었다. 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투명한 배분에 대한 우려도  국제식량계획이 “가장 높은 수준의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해 큰 장애 요인이 되지 않는다. 당장의 어려움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10조원대로 조성한다는 통일시드머니는 어디에 필요한 돈일까?

형의 집에 쌀이 남아돌아 썩어가고 있는데 동생이 밉다고 해서 쌀 한푼 주지 않고 동생을 도우려는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도 방해한다는 것이 동생의 집안 가족들에게 알려졌을 때 형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해서 동생이 죽고 난다음 한집안이 되었을 때 과연 동생가족들이 형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아니 한 집안으로 합쳐지려고 할까?

지금 대북식량지원을 당장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동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줘야 분단과 대결로 인해 닫혀 있던 마음을 열 것 아닌가? 정 도우기 싫다면 국제사회와 다른 나라, 그리고 우리사회 민간단체들의 지원움직임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평화와 통일]
김두현 / 평화뉴스 객원기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