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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우환미술관' 대체할 새로운 미술인프라는?
현장실무자 2차 포럼 / 동네 공공미술관 확대・젊은작가 지원・인디씬 대안공간 마련
2014년 12월 05일 (금) 14:28:16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대구시가 추진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미술관)' 사업이 4년만에 백지화된 가운데, 대구 미술계 인사들이 이를 대체할 대구의 새로운 미술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책을 제안했다.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 정책네트워크>는 4일 대구 중구 대봉동 소셜마켓에서 '이우환미술관 건립사업 백지화 이후 대구지역의 새로운 미술인프라 구축'을 주제로 2차 포럼을 열었다. 정책네트워크는 현재 대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 실무자, 예술가들로 구성됐으며 대구 문화예술 정책문제점을 짚고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정책을 대구시에 제안하기 위해 지난 주에 이어 2번째 포럼을 열었다. 이후 포럼에서 나온 정책을 내년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면담에서 제안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에는 대구지역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수환(이우환미술관건립반대 대구시민문화예술단체 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대구민예총 고문과 윤동희 미술작가, 최윤정 지리산프로젝트 큐레이터(전 대구미술관 큐레이터)가 발제자로 나섰고 시민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진행됐다.

   
▲ (왼쪽부터)최수환 대구민예총 고문, 윤동희 미술작가, 최윤정 지리산프로젝트 큐레이터(2014.1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수환 고문은 규모가 작은 '동네 공공미술관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대구시가 이우환미술관 건립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4백억원에 가까웠다. 이 예산을 10개로 쪼개면 대구 8개 구.군에 50억원짜리 미술관을 하나씩 만들 수 있다"며 "이 사업이 이제라도 백지화돼 다행이지만 지역민들이 가기 힘든 장소에 규모가 크고 특색이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관을 짓는 것 보다 동네 가까운 곳에 작은 미술관이 하나 있어서 대단히 유명하고 비싼 작품이 전시돼 있지는 않아도 늘상 둘러 보고, 내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동네 미술관이 늘어야 한다. 공공미술관이라면 그렇게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구시에는 복지관이 인구 10만당 하나가 있다"면서 "미술관은 적어도 인구 20~30만명당 하나꼴로 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동, 면마다 미술관이 생겨 대구 동네 구석구석에 지역 특색에 맞는 미술관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처럼 동네 미술관이 늘면 "동네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아마추어 미술가 작품을 전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들이 경력을 쌓아 전문 미술가로 성장한다"며 "지역민들의 예술 갈증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지속적 생존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희 미술작가는 "미술도 산업이 될 수 있다"면서 ▶대구에서 활동하는 지역의 아마추어 젊은작가 지원 ▶인디씬을 위한 제3의 대안공간 마련 ▶동반자 개념의 미술 기획자 교육 ▶대구예술발전소의 탄력적 운영 등 4가지 사안을 "대구의 새로운 미술인프라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꼽았다.

윤 작가는 "대구시가 이우환미술관에 투자할 예산을 4백억원이나 잡았다면 사업이 백지화된 지금은 예산 전체를 이 4가지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김광석 길'의 성공과 같은 다른 성공을 볼 수 있다"면서 "김광석 길에는 많은 아마추어 예술가의 창작과 아이디어가 서려 있다. 행정이 공공의 영역에서 미술가에게 공간을 내주면 미술가는 작품으로 시민과 소통할 수 있다. 때문에 미술은 공공의 영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젊은 작가에겐 공공의 영역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젊은 작가 지원만큼 인디씬, 제3의 대안공간 마련도 절실하다"면서 "미국과 캐나다는 1970년대부터 대안공간을 키워 이제는 미술의 중심 문화로 떠올랐다. 서울에 몇곳 있지만 대구에는 없다. 과거 '이소'라는 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고 기업 후원은 실적이 없으면 금방 끝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예술발전소는 대구 작가의 기획이 사라졌고, 재료비도 한정적이라 작가의 유동성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 작가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대안공간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우환미술관 건립사업 백지화 이후 대구지역의 새로운 미술인프라 구축' 2차 포럼(2014.1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최윤정 큐레이터는 지난 3년간 대구미술관에서 일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대구 미술계 문제점으로 ▶미술기획자와 프로그래머 부재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없는 것 ▶대구시 공무원들의 촌스러운 건축개발 사고방식을 꼽았다. 때문에 "기존 예술계 조직과 인력을 점조직처럼 네트워크화하고 이들이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대구에 남아있는 멋진 하드웨어들을 대안공간으로 변신시켜 전문 기획자들과 함께 새 소프트웨어를 창조하면 대구지역의 특색 있는 미술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우환미술관처럼 규모만 큰 미술관을 짓는 것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큰 미술관은 수도권에 널렸다. 대구 미술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내적인 저력과 자생성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타 지역 유명 작가를 모시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젊은 작가의 작품을 많이 전시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할 기획자를 교육해야 한다. 미술 인프라는 건물만 뚝딱 올린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지역 역사와 철학이 함께 해야 한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이 점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 정책네트워크>는 다음 주 목요일 같은 장소에서 '폐관위기 극장 동성아트홀'을 주제로 3차 실무자 포럼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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