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단체, '이우환 미술관' 사업 감사원 감사 청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0.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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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단체 "문화행정 난맥상·혈세낭비...백지화" 촉구 / 대구시 "재추진 여부 검토 중"


대구시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던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재추진하자, 대구지역 예술·시민단체가 이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전면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대구참여연대'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대구지부', '인디053',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16개 시민단체는 27일 대구시가 진행하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 사업 과정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내용을 검토한 뒤 한 달 이내에 감사실시 여부를 이들 단체에 통보하게 된다.

'이우환 미술관 부실행정 감사청구 및 시민행동 기자회견'(2014.10.27.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우환 미술관 부실행정 감사청구 및 시민행동 기자회견'(2014.10.27.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감사청구의 주요 내용은 ▷이우환 미술관 작품 구입비 예산낭비 ▷개인 미술관에서 테마형 미술관으로 변경된 이유 ▷미술관 공사비 증액 ▷ 미술관 건립의 타당성 ▷설계비 낭비 문제 등 모두 6가지 '의혹'이다. 특히 이들은 "대구시가 당초 밝힌 건립 계획과 전혀 다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예산 수백억원이 드는 사업에 걸맞지 않게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초 대구시가 밝힌 작품구입비 '100억원'과 관련해 "작품구입비 예산 증액이 기정사실화돼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이 낭비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대한 타당성과 공공성의 재검토를 위해 상급기관의 철저한 감사와 조사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들 단체는 27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6년간 대구시는 불투명한 이우환 미술관 사업 추진으로 문화행정의 난맥상을 보이며 혈세를 낭비했다"며 "감사원의 전면 감사를 받아 사업 추진 과정을 명백히 밝히고 지금이라도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이 뿐만 아니라 28일부터는 대구시청 앞에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 전면 중단" 촉구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갈 예정이며, '지금 대구에 꼭 필요한 미술시설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포럼도 열 예정이다. 또 앞으로는 대구지역을 포함한 다른 지역 예술·시민단체와 연대해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우환 미술관 원점 재검토"(2014.10.27.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우환 미술관 원점 재검토"(2014.10.27.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이들은 지난 8월 대구에서 열린 '식민지 이후의 미술현상' 강의에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에 반대하는 대구시민문화예술단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이우환 미술관 건립 반대 미술인모임'을 가졌다. 이후에는 매일 대구시청 앞에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 반대 모임'을 진행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수백억원 예산이 책정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 왔는지 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게다가 작품구입비도 대구시가 책정한 것보다 더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어쩌면 혈세 수천억원이 낭비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감사원이 감사를 벌여 대구시가 벌이는 불투명한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이우환 미술관에 대한 의혹이 커져 대구시가 도대체 왜 이 사업을 고집하는지 모를 지경"이라며 "개인 이름을 건 미술관을 시민 세금 수백억원을 들여 짓는데 누구하나 확실히 대답을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감사원이 이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권성도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정책과장은 "건립 재추진 여부 검토 중"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사업 중단 또는 추진을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권영진 시장이 여론 수렴을 통해 최대한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중"이라며 "현재 이우환 작가가 미술관에 전시할 작가들과 작품을 고르는 중이기 때문에 얼마나 더 예산이 늘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감사원 감사 청구에 대해서는 "감사가 확정되면 당연히 받아야겠지만 특별한 의혹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조감도 / 사진. 대구시 제공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조감도 / 사진.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 사업을 지난 2010년 확정했다. 2009년 김대권 당시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이 이우환 작가와 만나 최초로 제안했다. 이후 대구시는 2013년 이우환 작가, 건축가 안도타다오와 미술관 유치 약정을 체결하고 최근 설계용역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예정지는 달서구 성당동 468-1번지 27필지로 두류공원 내 2만5,868㎡, 연면적 6,814㎡(지하1층, 지상2층)다. 사업비는 국비 114억원과 시비 183억원, 작품구입비 1백억원 등 4백억원을 책정해 지금까지 일부 부지매입비 8억여원을 비롯해 설계용역 계약비 등 모두 10억여원을 사용했다. 개관 목표는 2016년이다.

그러나 이 사업과 관련해 계속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시민단체의 '건립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때문에 권영진 시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권 시장은 7월 업무보고에서 "사업 백지화는 아니다. 오해가 있었다"며 '재검토' 발언을 뒤집고 미술관 건립을 재추진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자 지난달 11일에는 이우환 작가가 직접 대구에와 기자들을 상대로 사업취지와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 작가가 "작품은 기증이 불가능하고 작품구입비는 계산되지 않았다"고 밝혀 예산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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