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우환미술관' 4년만에 백지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12.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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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작가 거부ㆍ반대 여론ㆍ예산 큰 부담" / 시민단체 "당연한 결정, 책임자 문책"


대구시가 추진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미술관)' 건립사업이 4년만에 백지화됐다.

정태옥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2일 대구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우환미술관 건립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정 행정부시장은 백지화 이유로 ▶작품구입 예산 미확정을 비롯해 ▶이 작가를 포함한 그 친구들에 포함될 동료작가 선정 문제 ▶작품 콘셉트와 비전 미확정 ▶이 작가-대구시의 의사소통 문제와 견해차 ▶미술계와 시민단체 반대여론을 꼽았다. 또 ▶이 작가가 지난 9월 29일 '미술관 건립사업 중단' 의사를 담은 편지를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보낸 점도 백지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미술관)' 조감도 / 사진.대구시 제공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미술관)' 조감도 / 사진.대구시 제공

특히 이 작가는 이미 석달 전에 권 시장에게 편지를 통해 미술관 건립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날 정 행정부시장이 공개한 자필 편지를 보면 "무책임하고 확신과 실천의지가 안보이는 대구시에 실망해 미술관 추진을 할 수가 없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미술관을 이뤄보리라는 시의 꿈과 정열을 믿고 쫓아다녔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몰려 이 시점에서 그만두겠다"고 적혀있다. 또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미술관 건립을 부탁했고 거절 끝에 동참했다. 그러나 9월 11일 대구시청 설명회에서 시가 남의 일처럼 시민 앞에 세워놓고 해명하라, 밝히라는 식의 진행은 잘못된 일"이라고 대구시를 비난했다.
  
때문에 정 행정부시장은 "작가 본인이 거부하고 지역 미술계 인사들도 반대하는 미술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구시는 이미 미술관 건립 사업을 위해 사용한 설계비 지급내용과 부지매입비 등에 관한 상황을 법적, 행정적으로 검토해 발표할 계획이다.

대구시가 공개한 이우환 작가가 지난 9월 권 시장에게 보낸 편지(2014.1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가 공개한 이우환 작가가 지난 9월 권 시장에게 보낸 편지(2014.12.2)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도 이날 오전 권영진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의장단 회의를 열고 "미술관 건립 포기"를 촉구했다. 김의식 대구시의회 부의장은 "예산 전액이 삭감됐고 미술계 반발도 거세다. 어려운 시 재정도 고려하면 수백억원 미술관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내년도 이우환미술관 건립 예산 48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당시 문복위는 미술관 건립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산편성을 하는 것은 "예산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 '인디053', '예술마당솔',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17개 단체와 대구지역 미술인 50여명이 참여하는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건립에 반대하는 대구시민문화예술단체 대책위원회'는 "다행",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최수환 반대대책위 상임대표는 "세금으로 수백억원짜리 개인 미술관을 짓는 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게다가 그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어떤 작가가 들어올지, 예산이 얼마나 더 들지도 모르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가 백지화를 선언해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또 "백지화는 당연한 결정이고 이제 지금까지 사용된 예산과 정책 실패에 대한 잘못을 따져 물어야 한다"면서 "이 작가에게 책임이 있는지 대구시에 있는지 책임자를 찾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미술인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 반대 모임을 가졌다(2014.8.18) / 사진. 최수환 반대대책위 상임대표 제공
대구지역 미술인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 반대 모임을 가졌다(2014.8.18) / 사진. 최수환 반대대책위 상임대표 제공

대구시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 사업을 지난 2010년 확정했다. 2009년 김대권 당시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이 이우환 작가와 만나 최초로 제안했다. 이후 대구시는 2013년 이우환 작가, 건축가 안도타다오와 미술관 유치 약정을 체결하고 최근에는 설계용역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예정지는 달서구 성당동 468-1번지 27필지로 두류공원 내 2만5,868㎡, 연면적 6,814㎡(지하1층, 지상2층)다. 사업비는 국비 114억원과 시비 183억원, 작품구입비 1백억원 등 4백억원을 책정해 지금까지 일부 부지매입비 8억여원을 비롯해 설계용역 계약비 등 모두 10억여원을 사용했다. 개관 목표는 2016년이다.

그러나 계속 시민단체의 '건립 반대' 목소리가 높아 지면서 권 시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권 시장은 7월 업무보고에서 "사업 백지화는 아니다. 오해가 있었다"며 건립을 재추진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자 9월 11일에는 이 작가가 직접 대구에와 기자들을 상대로 사업취지와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 작가가 "작품 기증이 불가하고 작품구입비는 계산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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