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7.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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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도시브랜드 상승, 경제효과" 재추진 / 시의회・시민단체 "예산낭비, 명분없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을 재추진하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도시브랜드 상승과 경제효과"를 이유로 다시 추진하기로 한 반면, 대구시의회와 시민단체는 "대구와 관계 없는 미술관으로 명분도 없고 예산낭비도 심할 것"이라며 "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홍성주 문화예술과장은 "권 시장에 대한 업무보고(7.10)에서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설계도 완성됐고 이 작가와 미팅도 가질 것"이라고 1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놓고 4년간 논란이 있었지만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권 시장은 앞서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김범일 전 시장이 추진한 대구시 주요 문화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문화사업으로는 '이우환 미술관'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꼽았다. 이후 언론들이 두 사업에 대한 "백지화" 보도를 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다. 그러나 권 시장은 7일 간부회의서 "즉각적 사업 백지화가 아니다"며 "발언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하고 '재검토' 발언을 나흘만에 뒤집었다. 이어 10일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시 미술관 건립을 확정지었다.

이우환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으로 대구시는 이 사업을 지난 2010년 확정했다. 2013년에는 이우환 작가,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미술관 유치 약정을 체결하고 최근 설계용역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정지는 대구 달서구 성당동 468-1번지 27필지로 두류공원 내 2만5,868㎡, 연면적 6,814㎡(지하1층, 지상2층)다. 사업비는 국비 114억원과 시비 183억원, 작품구입비 1백억원 등 4백억원을 책정했고 지금까지 설계비 10억여원을 사용했으며 2016년을 미술관 개관 목표로 정했다.

미술관 명칭을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으로 정한 이유는 이 작가 뿐 아니라 8~9명 정도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우환 작가와 관련된 미술관 건립사업은 대구를 비롯한 부산・광주도 추진하고 있다. 이우환 작가 이름을 건 미술관은 일본 나오시마섬에 있는 것이 유일하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조감도 / 사진.대구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조감도 / 사진.대구시

그러나 대구시의회와 시민단체는 "명분 없는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할 것"이라며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으로 "사업 중단"을 촉구했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대구지회도 지방선거 당시 권 시장에게 "사업 재고"를 요구했다.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복위원장은 "대구시립미술관을 지은지 얼마되지 않았고 엄청난 부채가 남은 상황에서 이우환 미술관을 짓는 것은 중복투자"라며 "세금을 낭비할 게 불보듯 뻔하다. 예전부터 반대했고 시장이 바뀌어도 짓지 않는 것이 맞다"고 했다. 또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구시가 목적도 불분명한 미술관을 짓는 것은 명분이 없는 행위"라며 "이 미술관을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최수환(미술작가) 대구민예총 전 대표는 "좋은 미술관을 짓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립미술관을 지었다. 이를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비슷한 미술관을 또 짓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작가의 어떤 작품을 걸지, 그 친구들은 누구인지 정해진 바가 없고, 향후 운영계획도 불투명하다"며 "대구와 연고도 없고 수십년을 일본에서 활동한 작가의 미술관을 짓는 게 명분있는 일인지 따져볼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시와 학계는 "도시브랜드 상승"과 "경제효과"를 이유로 "설립해야 한다"고 맞섰다. 홍성주  대구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과장은 "이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예술가로 대구가 이 작가의 미술관을 짓는 것은 충분히 명분이 있는 일"이라며 "지역의 전통문화 자산과 연계해 세계적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대구라는 도시브랜드의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술관을 주축으로 다른 도시들과 관광벨트를 연결하면 관광사업을 통한 경제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희(계명대 미술대학 교수) 영남미술학회장은 "이 작가는 뛰어난 업적과 예술성으로 현대미술사에 큰 적을 남긴 사람"이라며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작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우환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은 대구예술의 자부심을 올려줄 것이고 미술관 그 자체로 명소가 돼 관광효과도 클 것"이라며 "이우환 미술관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우환 작가는 지난 1956년 서울대 미술대학을 중퇴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1961년 니혼대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일본에서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으로부터', '동풍', '조응', '점에서', '상응' 등이 있으며 동양의 대표적 현대 미술작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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