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학가들, 시국선언 정국 후 무엇이 달라졌나?

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 입력 2017.01.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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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첫 청년시국토크 / "소극적인 학생회,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민주주의 고민 동아리·창구 필요"


국정농단 사태에 저항해 지난 석 달간 촛불을 든 대구 청년들이 현 시국에 대한 첫 토론회를 열었다.
  
정의당 대구시당(공동위원장 이영재·장태수)과 정의당 대구시당 청년위원회(위원장 김지훈)는 지난 18일 저녁 7시부터 대구시 북구 산격동 모두의카페 다다름에서 '시국선언에 나선 청년들, 시국촛불의 주역 청소년, 청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를 주제로 '2017대구 청년시국토크'를 진행했다. 

'2017대구 청년시국토크'(2017.1.18)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2017대구 청년시국토크'(2017.1.18)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패널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후 지역 대학가에서 시국선언을 한 '영남대학교 시국선언단 '소속의 이채령(22) 학생과 '시국해결을 위한 계명인(시계모) 모임' 소속 박수진(20) 학생, '경북대학교학생실천단 이것이민주주의다(이민주)' 소속 신동민(25) 학생,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 소속 영신고등학교 옥윤수(18) 학생, 배준호(33) 정의당 청년부대표가 자리했다. 청년들과 청소년 등 모두 3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김지훈 위원장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장 위원장은 "지역에서도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지역 청년들이 바라보고 있는 촛불집회 의미와, 촛불민심으로 확인된 대한민국에 대한 청년 목소리를 듣고자 시국토크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대구경북지역 대학가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경북대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교대 등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과 대자보가 줄을 이었다. 특히 이번 대학가의 시국선언은 독재정권 치하의 80년대 시국선언과는 달랐다.

학생회가 아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학생들 힘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생들의 개인적 요구로 총학생회가 뒤늦게 나서기도 했다. 영남대 시국선언단과 시계모는 시국에 눈을 감고 있던 각자 총학생회에 불만을 갖고 시작된 모임이기도 하다.

(왼쪽부터)이채령, 박수진, 신동민 학생(2017.1.18)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왼쪽부터)이채령, 박수진, 신동민 학생(2017.1.18)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이채령 영남대 학생은 "박정희가 교주, 박근혜가 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이번 시국에 영남대의 의미는 남달랐다"며 "학생회 계획을 마음 졸이며 기다렸지만 구체적 행동 방침도 없는 세줄 남짓한 짧은 글의 표명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자발적으로 시국선언단을 꾸린 뒤 오히려 학생회로부터 '어디 소속이냐', '갈등 조장하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면서 "그들은 우리들에게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단체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협업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계명대는 총학생회 차원의 성명 발표, 시국선언도 없었다. 때문에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자발적으로 시계모를 꾸렸다. 소수의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위해 개설한 네이버 밴드에서 시작됐다. 박수진 학생은 "많은 학교와 단체들이 잘못됐다고 외치는 상황에 총학생회는 너무 잠잠해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스스로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총학생회 대신 1,008명 서명을 받아 지난해 11월 2일 시국선언을 했다.

국정농단 사태뿐 아니라 2순위 총장 사태까지 겹친 경북대는 처음부터 총학생회가 적극적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31일 학생, 교수, 졸업생 등 400여명은 총학생회 주최의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 그러나 활동에 한계를 느낀 학생들은 따로 '경북대학교학생실천단 이민주'를 만들었다. 신동민 학생은 "기존 학생회가 이 이슈를 다 끌어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학생 6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리고 단체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정의당 대구시당 장태수 공동위원장, 김지훈 청년위원장(2017.1.18)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왼쪽부터)정의당 대구시당 장태수 공동위원장, 김지훈 청년위원장(2017.1.18) / 사진.평화뉴스 윤명은 인턴기자

그러나 시국선언 정국이 지나간 대구지역 대학가의 모습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한 국가적 변혁기에 지역을 이끌어갈 청년들의 관심이 시국에서 점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수진 학생은 "사태 해결까지 꾸준히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참여 학생 수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며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고 학생회도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했다. 신동민 학생은 "초기에는 60여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인 26명으로 줄어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채령 학생은 현재 시국선언단을 발전적 해체하기로 했다. "민주주의 체제와 학내문제를 고민하는 동아리 형태로 바꿔 활동할 계획"이라며 "국정농단 사태로 영남대가 조명받은 뒤 영남대 총장임명과 재단에 드리운 비민주적 그늘을 봤다. 학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민 학생은 "어떤 권한도 없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정치적 수단 밖에 없다. 그러나 창구가 부족하다"며 "대안체제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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