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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it’로 포장된 특권이 불평등의 핵심 원인
[김윤상 칼럼] 대책은 특권 없애기 + 임금·자산 격차 줄이기
2021년 02월 01일 (월) 12:39:31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기본적으로는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면서 계층 간 격차가 커진 데다가,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주식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다수 국민의 불안감과 소외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 교수의 새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yranny of Merit)도 최근 소개되었는데, 제목을 달리 번역한다면 <Merit의 전횡> 또는 <불공정한 merit> 정도가 될 것이다. merit를 ‘능력’, ‘실력’ 등으로 번역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원어를 그대로 씀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샌델 교수는, merit에 따른 분배는 공정하다고들 생각해 왔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출간

특권은 악성 merit

어느 개인 ‘갑’의 merit는 두 가지 이질적인 성분의 합이다. 하나는 갑의 이익이 곧 사회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성분(A)이고, 다른 하나는 갑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사회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성분(B)이다. B로 인해 갑이 얻는 이익은 다른 사람의 생산 결과 또는 국민 모두의 공유 자산에서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B를 ‘특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처럼 merit는 기여 능력과 특권으로 구성된다. 샌델 교수가 둘을 구분했더라면 merit의 불공정성을 더 실감 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merit의 두 성분 중 우선 특권에 대해 생각해보자. 특권이 공정성 기준으로 보아 정당하지 않음은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다. 또한 효율성 기준으로도 문제가 있다. 경제학에서는 특권에 의한 이익을 경제지대(economic rent)라고 하는데 토지 지대의 개념이 일반화되어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경제지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활동을 계속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꼭 지불해야 하는 최소한도의 수준을 초과한 소득”이다.

풀이하자면, 특권이익을 인정한다고 해서 사회가 나아질 것이 없고 특권이익을 모두 징수해도 사회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특권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특권을 취득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런 경쟁에 들어가는 비용만큼 사회적 낭비가 발생한다. 즉, 특권은 공정성만이 아니라 사회의 효율성도 해치는 악성 merit다.

기여 능력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merit를 구성하는 나머지 성분인 사회적 기여 능력은 어떨까? 기여 능력 중에는 본인이 노력하여 형성한 부분도 있고, 본인의 노력·선택과 무관하게 선천적 자질이나 생장 환경 같은 ‘운’에 의해 주어지는 부분도 있다. 본인의 노력으로 성취한 능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운에 의한 능력 격차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세계관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다. 또 효율성 측면에서, 운에 의한 능력도 그 결과를 노력한 사람에게 보장하면 생산의 인센티브로 작동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기여 능력이 불평등을 낳기는 하지만 특권만큼 나쁜 merit는 아니고, 따라서 대책의 우선순위도 특권 다음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운에 의한 능력 차이로 인해 불평등이 극심해지는 특수한 경우가 생긴다면 우선순위를 재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권부터 없애기

merit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로, 악성 merit인 특권은 당연히 없애거나 줄여야 하며 부득이 특권이 존재한다면 특권이익을 환수해서 공유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특권적 제도 중 신분제도와 노예제도는 폐지되었고, 남성특권이나 전관예우 등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토지소유권이라는 특권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지대)은 오히려 더 커지면서 심각한 불평등을 낳고 있어 안타깝다.

학벌특권도 여전하다. 미국의 학벌특권에 대해서는 샌델 교수가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명문대 입시를 추첨제로 개혁하자고 한다. 지원자 가운데 수학 능력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소수만 제외하고 나머지 지원자 중 추첨으로 최종 합격자를 뽑자는 것이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시도해볼 만하다. 필자도 대학 서열화를 줄이기 위해 우선 국립대만이라도 입시의 추첨선발제, 비교적 자유로운 전학제, 공동 학위제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 사진 출처. KBS <한국경제 생존의 조건 - 1부, 불평등이 온다>(2021.1.5) 방송 캡처

임금·자산 격차 줄이기

둘째로, 임금·자산 등의 격차를 줄이는 대책도 고려해야 하다. 필자는 특권만 없으면 불평등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특권을 단기간에 없애기 어렵거나 다양한 특권이익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또 때로는 기여 능력 차이가 심한 불평등을 낳는 특수한 경우도 있고, merit와 무관하게 ‘금수저’나 복권처럼 순전히 운에 의해 생기는 불평등이 클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대책만이 아니라 임금, 자산과 같은 결과의 격차를 줄이는 대책도 필요하다.

임금의 경우, 최고임금을 중위임금의 x배 이내로 제한하면 된다. 최고임금을 제한하는 ‘살찐 고양이법’의 외국 사례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에 심상정 의원이 ‘최고임금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부동산·주식·금융 등 자산의 경우도 개인의 자산이 국민 평균의 y배가 넘으면 고율의 누진세를 부과하는 것이 좋겠다. 배율 x, y를 얼마로 할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해야 하겠지만, 필자는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보통 사람의 3배 이상 유능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아 x=5, y=10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럴 수는 없다’는 반론이 예상된다. 그러나 ‘자유’ 시장경제와 ‘방치’ 정글경제는 다르다.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시장경제는 특권이 없고 개인의 손익이 사회의 손익으로 연결되는 경제 아닌가? 또 근로·절약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염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쎄다. 인센티브로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 격차 줄이기의 또 하나의 측면은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복지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권보험: 상상의 나라 ‘율도국’의 복지제도>

   






[김윤상 칼럼 100]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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