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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층이 개혁에 반대하는 이런저런 핑계
[김윤상 칼럼] 부동산 부자, 의사, 재벌 총수...나의 특권은 부당하지 않다?
2020년 11월 02일 (월) 12:08:03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대다수 국민의 눈으로 보면 분명히 특권층에 속하는 부동산 부자, 의사, 재벌 총수 등이 최근 개혁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부자는 종부세 인상에 대해, 의사는 의대 정원과 공공의료 확대에 대해, 재벌 총수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 속에 개혁을 추진하려면 특권층이 내세우는 반대 이유가 적절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권이란 자신이 제공하는 원인에 비해 남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위이다. 비유하자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고 할 때 높은 쪽에서 공격하는 팀이 누리는 유리함이 특권이다. 농구에서 골의 종류에 따라 1, 2, 3점이 부여되는데 어떤 팀은 모든 골마다 3점씩 받는다면 그 팀이 특권을 가진다. 특권을 못 가진 쪽은 당연히 차별을 겪게 된다.

누구나 이런 특권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자고 하면 지금껏 특권을 누리던 쪽에서 반발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말도 있듯이, 반발을 합리화하는 핑계는 많다. 핑계 삼아 내세우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은 부당하지 않다는 주장, 다른 하나는 특권 개혁이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나의 특권은 부당하지 않다?

자신의 특권이 부당하지 않다고 할 때 내세울 만한 근거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자신이 가진 특권은 노력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특권은 부당하지만 노력의 결과는 정당하다는 인식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그래서, 부동산 부자가 ‘부동산 투자를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다’라고 하거나 의대생이 ‘의대 입학하려고 공부 열심히 했다’라고 하면서, 자신이 획득한 특권은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물론 특권적 제도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그 특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취득 과정의 노력과 특권 자체의 정당성 문제는 서로 무관하다. 도둑이 노력을 많이 하지만, 그렇다고 도둑질한 장물이 정당한 재산이 될 수는 없다. 축구나 농구의 경우에도, 노력을 통해 특권을 획득한다고 해서 그런 시합이 공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권을 취득하기 위해 쏟아붓는 가외의 노력은 사회에 아무런 기여도 못 하고 한갓 비용이 될 뿐이다.

둘째로, 특권 취득의 기회는 균등하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투자의 기회는 균등하고 의과대학 입시도 공정하게 치러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때 공격/수비 진영을 추첨으로 결정하면 전후반 진영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나?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가 부당하다면 운동장을 평평하게 조성하는 개혁부터 추진해야 한다.

특권 개혁이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는다?

특권 개혁이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는다고 주장할 때 내세울 만한 근거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특권적 제도 나름의 사회적 순기능이 있다고 할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있어야 개발이 많이 되고, 의사가 특권적 직종이면 의대 지망생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과잉개발이 무슨 순기능인가? 또 귀중한 고등학교 시절을 왜 인간적 성장이 아닌 특권 취득을 위한 공부에 바쳐야 할까? 설령 입시 성적 우수자가 우수한 인재라고 하더라도 왜 의대에 인재가 집중되어야 할까?

둘째로, 특권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조작하거나 과장할 것이다. 부동산 특권을 없애면 아무도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의사 특권을 줄이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고, ‘공정경제 3법’으로 재벌총수의 지배권을 제한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라고 한다. 분량 관계로 개별 반론은 생략하지만, 설령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권 개혁 반대가 아니라 부작용 보완 대책을 제안하는 것이 순리다.

   
▲ 사진 출처. KBC 뉴스 <주요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유세…"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춰야">(2020.10.31) 화면 캡처
   
▲ 사진 출처. KBC 뉴스 <주요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유세…"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춰야">(2020.10.31) 화면 캡처

셋째로, 특권적 제도가 사라지면서 발생할 개인적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정부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개별 국민의 손실은 원칙적으로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부당한 제도를 오랫동안 인정해온 책임 역시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있는 만큼, 기존 제도에 단순히 적응해온 개인이 과도한 손실을 본다면 사회가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보상 없이 노예를 해방했고 영국은 노예주에게 보상했다.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다.

논리에서 밀리면 치사한 전략으로

이처럼, 특권층이 내세우는 핑계는 개혁 자체를 반대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논리에서 밀리더라도 특권층은 다른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개혁 주체 흠집 내기도 상용 수법의 하나다. 최근 검찰과 언론이 전ㆍ현직 두 법무부 장관의 업무 외적 먼지를 털면서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는 거냐?’는 태도로 대드는 모습이 이에 해당한다.

더 강력한 전략은 정파적 접근이다. 극단적인 혐오와 대결이 일상화된 정치 풍토를 악용하여 반대 세력과 연합한다는 것이다. 적군의 적은 우군이라는 말도 있듯이,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편이 늘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양대정당제가 고착된 사회에서는 더욱 확고한 우군이 존재한다.

이런 치사한 전략들이 최근의 여러 사태에서처럼 상당히 효과를 보는 듯해서 아쉽다. 깨어 있는 국민, 공정한 언론, 불편부당한 사법기관 등이 필요한데 우리 현실은 한참 거리가 멀다. 이래서 특권 개혁은 어렵다. 하지만 그럴수록 특권 개혁은 더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김윤상 칼럼 97]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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