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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김윤상 칼럼] 시장경제를 원한다면 토지 불로소득 환수해야
2020년 08월 03일 (월) 11:57:16 평화뉴스 김윤상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7월 10일까지 22차에 걸쳐 부동산 ‘핀셋’ 대책을 내놓았다.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서두르고 있고 8월 초에는 공급 확대 계획을 추가로 제시한다고 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해묵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를 반복할 뿐이다.

일이 제대로 안 풀릴 때는 원론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부동산 대책이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지를, 딱딱하고 재미도 없지만, 원론부터 한번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건물과 토지로 이루어진 부동산 중 건물은 자동차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니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토지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토지만을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경제학의 유토피아, 완전경쟁시장

경제학 교과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완전경쟁시장을 유토피아로 제시한다. 이런 시장에서는 참가자들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미래에 토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과 부담이 현재의 매매가격에 모두 정확하게 반영된다. 이런 가격을 지불하고 취득한 토지에서는 불로소득이 발생할 수 없고 따라서 투기도 없다.

   
▲ <경향신문> 2020년 7월 11일자 5면(부동산)

그런데 인간의 미래 예측 능력이 극히 제한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토지 매매가격이 미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토지 소유에서 불로소득이 생기고 이를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가 번성한다. 바로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과 같다. 그럼, 현실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의 모습에 접근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인간은 미래를 잘 모르도록 태어난 존재이므로 불로소득을 차단하면 된다. 이것은 마치 독과점 규제처럼 시장을 시장답게 만드는 정책이다.

또 경제학의 유토피아에서도 정부가 존재하고 세금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세금은 시장에 부담을 주지만 토지보유세는 그렇지 않다. 토지보유세는 정의로운 재원인 동시에 시장친화적 재원이다. 시장경제 이론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는 물론이고 신자유주의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도 추천하는 세금이다. 진정한 시장경제를 원한다면 토지 소유에서 생기는 불로소득부터 보유세로 환수하여야 한다. 이것만으로 재원이 부족하다면 시장 기능에 영향을 덜 주는 다른 세원을 추가로 모색하는 게 순리다. 그러면 시장도 살리고 토지 투기도 잡을 수 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는 부작용을 낳는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지 않은 채 투기대책을 세우게 되면 소유/거래/가격을 직접 규제하게 된다. 다주택 소유와 주택임대업을 압박하고, 토지거래 허가제, 분양권 전매 제한, 분양가 상한제 등의 카드를 내놓게 된다. 또 투기자금을 옥죄기 위해 금융을 규제하기도 한다. LTV, DTI 규제가 그런 예다.

이러한 직접 규제는 부작용을 낳는다. 예를 들면, 다주택 소유를 규제하면 ‘똘똘한 한 채’로 몰리고 대출을 규제하면 투기 아닌 용도의 자금 조달까지 제한하게 된다. 과도한 독과점, 거래 당사자 간의 심한 불균형, 일시적 쏠림 등과 같은 비상상황이 아니면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정책의 순위는 오히려 반대가 많았다. 부동산 문제가 생기면 시장 규제를 우선해왔고,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에는 항상 미온적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하는 집단이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아니, 그보다는 그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불로소득을 없애는 정책을 의식/무의식적으로 기피하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이고 강남에 집을 소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이런 의심의 근거가 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절실하다

21대 미래통합당 의원 103명의 부동산 신고 총액은 2,139억 원이고 1인당 평균 21억 원으로 국민 평균인 3억 원의 7배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80명의 1인당 부동산 재산 평균은 9억8천만 원으로 국민 평균의 3배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다주택자 주호영 의원이 소유하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가격이 4년 만에 18억8천만 원 상승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표)

   
▲ <한겨레> 2020년 4월 2일자 12면(전국)

20대 국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수도권 바깥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136명 가운데 69명이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45명은 서울 강남 4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 12명이 2019년에 신고한 아파트 20채 중 13채가 수도권에 있었으며 그중 11채는 강남에 있었다. (한겨레신문 4월 2일 자)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가 자기 이익을 챙긴다는 의심은 오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선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여 오해를 씻기 바란다. 실수요 이외의 부동산을 백지신탁하라는 것이다. ‘주식’ 백지신탁제는 벌써 2005년에 도입되었는데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제대로 거론조차 안 되어 왔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정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미래통합당의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이 제도를 제안하였고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혐오와 대결의 모습을 보여온 여야 양쪽 진영에서 같은 소리가 들리니 정말 반갑다. ‘협치’의 가능성은 이처럼 상식을 공유하는 데서 생긴다.

시장경제를 내세우는 미래통합당에 바란다

정부가 제대로 못 하면 야당에라도 기대를 걸 수 있어야 하는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7월 21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부동산을 언급하며 “이 정권의 정책은 규제 강화, 공급 억제 정책입니다.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정책이 해결책입니다.”라고 하였다. 시장을 정상화하는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을 모두 ‘규제’의 범주에 넣고, 실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급과 투기의 불쏘시개 노릇을 하는 공급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물론, 새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으면 공급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수요 아닌 실수요만 존재한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공급이 이루어진다. 정부는 시장을 통해서는 집을 구할 수 없는 주거 취약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중산층 주택의 공급에도 정부가 관여한다면 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방식, 예를 들면 영구임대주택, 토지임대형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 등이 되어야 한다.

개혁은 보수 쪽에서 해야 저항이 적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가 그 예이다. 시장경제를 원하는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세금 폭탄’이라는 언어폭력을 일삼는 일부 대형언론에 동조하지 말고, 과감히 토지 불로소득 완전 환수,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같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정책을 치고 나가주기 바란다. ‘미래통합당=기득권 수호 정당’이라는 상당수 국민의 의심을 씻을 좋은 기회가 아닌가?

   






[김윤상 칼럼 94]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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