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저상버스 앞에 '턱'...가로막힌 '장애인 이동권'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 입력 2021.04.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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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앞에 경계석, '휠체어 탑승' 힘들어
대구, 저상버스 '도입율 2위' 무색...장애인 탑승 매뉴얼 없어
"장애인 이동권, 매뉴얼 만들고 '교통약자 신고센터' 운영해야"


"제대로 된 정류장이 아니고 아예 시멘트 턱까지 만들어놔서 저상버스가 와도 장애인들이 진입할 수조차 없습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지난 19일 이같이 말했다. 이 팀장은 지난 10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에서 귀가하기 위해 화원유원지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저상버스에 오르려 했으나 경계석이 그를 가로막았다. 이 팀장은 기사에게 "경사로 설치가 가능한 곳으로 이동해서 탑승 시켜달라"고 부탁해 저상버스에 탑승했지만 기사의 핀잔이 들려왔고 이 팀장은 분노했다.

지난 19일 찾은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에는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화원유원지 정류장은 종착점이자 기점으로 이 곳에 도착한 버스는 10분여의 휴식 후 다시 출발한다. 버스는 10분여의 간격으로 출발과 도착을 반복해 정류장에는 늘 1대의 버스가 남았다.

대기하고 있는 저상버스 옆에 시멘트로 된 턱이 있다. (2021.4.19.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기하고 있는 저상버스 옆에 시멘트로 된 턱이 있다. (2021.4.19.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출발을 대기하는 버스 양쪽으로 경계석이 놓여있다. 저상버스가 경계석 사이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이 저상버스의 경사로를 이용해 탑승하려 해도 턱이 높아 탑승이 불가능하다.

30년간 시내버스를 운영한 한 기사는 "이전에 이곳에서 흴체어를 탄 장애인을 탑승시킨 적이 있는데 그때도 턱 때문에 하는 수없이 자리를 이동해서 탑승하도록 도왔다"며 "시멘트 턱이 반 정도로 낮고 안전봉이 좀 더 띄엄띄엄하다면 리프트를 내리기 수월할 텐데 경계석이 있는 상태로 휠체어를 탑승 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 시내버스 도입률은 44%로 서울(57.8%) 다음으로 높은 도입률을 기록하고 있다. 총 1531대의 시내버스 중 685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는 힘들다.

도로와 주차장 사이를 임시로 구분해놓은 경계석 (2021.4.19.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도로와 주차장 사이를 임시로 구분해놓은 경계석 (2021.4.19.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또 다른 버스기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거의 편리한 나드리콜을 이용하고 동료와 같이 이용하는 장애인들만 가끔 이용한다"며 "나드리콜이 편한 것도 있지만 장애인들이 버스 이용이 힘든 이유로 버스 정류장 주변 불법 주정차가 많아 버스를 정류장에 인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종점과 기점 탑승이 어려운 정류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저상버스 탑승 매뉴얼이 마련 돼야한다"며 "불친절 기사와 업체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신고 센터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하고 있는 저상버스 옆에 시멘트로 된 턱이 있다. (2021.4.19.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기하고 있는 저상버스 옆에 시멘트로 된 턱이 있다. (2021.4.19.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정류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특·광역시 저상버스 도입현황" / 자료.대구시
"특·광역시 저상버스 도입현황" / 자료.대구시

현재 서울시는 '버스 예약 시스템 운수회사 응대 매뉴얼'을 통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저상버스 운전기사의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운전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려와 직접 휠체어를 차내 휠체어 지정석으로 유도 ▲하차 시 운전기사가 내려 직접 휠체어 해제 버튼을 작동 리프트를 이용 휠체어를 보도까지 안전하게 인도 후 출발 등 저상버스 운전기사가 지켜야 할 사항들이 명시돼 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2020년 5월 '휠체어 사용자 승차 거부 신고센터‘를 설치해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최대 자격취소에 이르는 행정처분을 내린다. 반면 대구시는 저상버스 장애인 대응 매뉴얼이나 교통약자 버스 승차 거부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불편사항에 대해서 해당 구·군 담당 부서 통지 후 시설 이용 불편이 있다면 조치하는 사항"이라며 "버스기사의 장애인 응대 매뉴얼은 없지만 저상버스 기사들을 대상으로 시에서 매년 별도 4시간의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4월부터 장애인 저상버스 예약시스템을 구비해 시설 이용 편리를 위해 개선 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군청 교통과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하고 불편 사항을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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