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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이 아니어도 차별입니다
[정은정 칼럼] 2007년 이후 7차례 국회 발의·폐기, 다시 발의...'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합니다
2020년 08월 21일 (금) 15:28:40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오래간만에 드라마 한 편을 정주행했다. <싸이코지만 괜찮아>, 정신병원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 분)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로멘틱 코미디라고 소개된 드라마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은 문강태의 형이자 자폐성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지닌 서른 일곱살 문상태(오정세 분)이다. 드라마는 정신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상처와 그 치유과정을 새롭고 재미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러웠던 것이 있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참좋은 정신병원' 원장 오지왕(김창완 분)이 문상태를 "상태군~ 상태군"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오지왕 원장은 정신병원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좋은 인품을 갖춘 사람이었지만 장애인을 그의 나이에 맞게 대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OO군'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사람을 'OO군'이라고 부른 것은 보지 못했다. 비슷하게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강태에게 쉽게 반말을 했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 사람 취급을 하고 쉽게 반말을 한다. 나이 권력이 강한 사회이지만 그 질서가 장애인에게 예외다.

장애 인권 교육을 받는 자리에서 "지하철을 타면 장애인에게 과자를 주거나 심지어 천원짜리를 주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장애인 당사자인 강사는 '장애인을 무조건 가난하고 불쌍할 것이라고 보는 비장애인들의 차별적 시선'을 지적했다. 그러나, 강의를 마치고 식사 자리에서 몇몇 사람은 강사의 지적에 반감을 드러냈다. '좋은 뜻으로 그랬을 것인데 왜 나쁘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었다.

'좋은 뜻으로 그랬'든 '웃자고 그랬'든 당사자의 개별성과 존엄이 무시된다면 차별이고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인정해야 하고, 고쳐야 한다. 그럴 의도는 아닌 차별, 나쁜 뜻은 없는 차별, 하던 대로 했을 뿐인 차별이 넓고 두껍게 우리들 사이에 퍼져있다. 차별을 찾아내고 막아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버스 4일차 모습(2020.8.20) / 사진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버스가 전국을 돌고 있다. 평등버스는 8월 17일 국회 앞에서 출발해서 2주간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고 8월 29일 다시 국회 앞으로 돌아간다. 그 기간 동안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무엇보다 21대 국회가 평등을 시대적 과제로 삼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8월 19일에는 대구에 왔었다.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180석 거대여당도 평등에 합류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범어네거리와 대구백화점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 대구에 온 평등버스...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2020.8.19) / 사진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 평등버스(2020.8.19) / 사진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을 권고한 후 2007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보수 개신교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17~19대 국회까지 총 7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발의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발의로 이어지진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권인숙·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도 발의에 참여하면서 발의 요건인 10명을 갖췄고, 지난 6월 29일 발의되었다. 발의 다음 날인 6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관한 법률을 제정하라고 국회에 의견표명했다.

법안 내용은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에 따라, 성별, 장애, 인종, 피부색, 종교,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법률을 통해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차별 행위의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별도의 배상금도 지급할 수도 있도록 했다.

"한 명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을 때 모두의 평등도 위태롭다. 한 명의 존엄은 모두의 존엄이다."는 구호도 무겁지만 지켜야 할 가치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개인의 존엄과 평등한 관계를 향해 크게 한 발 나아가자.

   







[정은정 칼럼 10]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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