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전합니다"...대구 쪽방 주민들, 원예작품 작가로 변신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12.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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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21명 1년간 천연이끼로 작품
<행복>, <희망 채우기> 등 30여점
내년 1.3일까지 '만남의바램' 전시회
"문화적 활동으로 단절에서 벗어나"


쪽방 주민들이 예술 작가로 변신했다. 지난 1년 가까이 만든 원예작품 전신회를 열었다. 

22일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한 카페. 지역 쪽방 주민들이 만든 원예작품들이 걸렸다. 

● <행복>, <희망 채우기> 등 쪽방 주들이 공동으로 만든 원예작품 

제목은 <행복>, <희망 채우기>, <사랑의 나무>, <가족의 의미>다. "희망을 모두 채우기를", "하루하루 사느라 수고 많았다", "사랑은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작품 설명란에 따뜻한 메시지가 적혔다.

형형색색 이끼식물로 만든 꽃과 크리스마스 성탄절 트리, 고양이 등 다양한 원예작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걸렸다. 쪽방 주민들이 함께 노력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쪽방 주민들이 이끼식물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원예작품(2023.12.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쪽방 주민들이 이끼식물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원예작품(2023.12.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쪽방 주민들..."함께 만들고 대화, 우울함 많이 사라져"

쪽방에서 3년간 거주하며 주민 작가로 전시회에 참여한 김현우(45)씨는 "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니 우울한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며 "대화해야 우울증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쪽방에서의 본격적인 추위와 외로움이 앞으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부터 3개월째 원예 수업에 참가하고 있는 신윤철(57)씨는 "눈이 좋지 않아 높낮이 차이나 색깔을 구분하는 데 힘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형편이 어렵고, 몸도 불편한 사람들이 원예 수업을 통해 함께 모여 희망을 찾고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찾은 한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3.12.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시회를 찾은 한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3.12.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작품 30여점 '만남의바램'  대구 전시회, 내년 1월 3월까지

행복나눔의집, 대구희망진료소는 지난 20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대구YMCA(중구 국채보상로 541)에서 '2023 쪽방 주민 원예작품 전시회 - '만남의바램'을 연다.

행복나눔의집은 지난 3월부터 '생활문화 지원사업' 일환으로 원예 수업을 진행했다. 지역 쪽방 거주민 21명이 참여해 9개월간 30여개 작품을 만들어 전시했다. 작품 재료는 미세먼지 저감 식물 '스칸디아모스'(천연이끼)다. 초기에는 10명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20명으로 수강생이 늘었다. 수업 횟수도 월 1회에서 주 1회로 바뀌었다. 올해 수업은 오는 27일 끝나고 내년 3월 재개한다. 

전시회 제목 '만남의바램'은 쪽방 주민들이 직접 지었다. 사회적으로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쪽방 주민들이 만나 문화생활을 함께 즐기며 관계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쪽방 주민들이 고독에서 벗어나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작품을 감상한 시민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2023.12.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작품을 감상한 시민들이 남긴 응원 메시지(2023.12.22)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행복나눔의집 측은 "쪽방 주민은 사회적으로 단절된 삶에 노출돼 있다"며 "비활동적이고 고립된 여가생활로 이어져 문화적,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취약계층 삶의 질 문제를 사회 보장과 고용 창출의 문제로만 인식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폭넓은 문화적 활동을 통해 단절된 사회를 이어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주희 행복나눔의집 간사는 "쪽방 주민들이 집에만 고독하게 있다가, 원예 수업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년 자립·자활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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