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들의 마지막 거처. 대구지역의 쪽방이 20년간 재개발·재건축에 밀려 절반 가량이 사라졌다.
최근 몇년새 지역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으로 기존 세입자들과 쪽방 거주민들이 강제로 이주당하거나 거리로 내몰리는 피해가 잇따랐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사례가 수치로 드러났다.
대구노숙인시설협회,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7일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교육장에서 '2022 대구 홈리스 실태조사·주거상향사업 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대구 비주택거주자 복지수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쪽방 거주민·건물 현황(2022년 11월 기준)을 보면 ▲쪽방 건물은 66채 ▲쪽방 방 갯수는 926개 ▲거주민은 634명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361명이고 비수급자와 미파악자는 273명으로 나타났다.
추세를 보면 2001년 145채에 이르던 쪽방 건물은 20년새 54%가 줄어 올해 66채로 79채 없어졌다. 방 갯수는 2001년 988개에서 올해 926개로, 쪽방 거주민은 같은 시기 735명에서 634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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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역 쪽방건물 소재지 / 자료.(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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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과 재건축이 쪽방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다. ▲쪽방 건물 폐쇄 사유를 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67건 중 51건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운영중단'으로 조사됐다. 대구지역 안에서 보면, 쪽방이 몰린 대구 중구와 동구지역에서 가장 많은 쪽방이 폐쇄된 것으로 보고됐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살고 있던 집이 갑자기 없어져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대구 동구 신암3동 쪽방여관 건물에 살던 거주민들은 혹한기에 '강제퇴거' 요청으로 인근 숙박업소로 주거지를 옮겨야 했다.
쪽방 임대료는 10만원 후반대에서 20만원 중반대다. ▲동구 월세 평균은 25만8천원으로 가장 비쌌다. 중구 19만5천원, 북구 18만1천원, 서구 16만8천원 순이다. 대구 쪽방의 평균 월세는 20만2천원이다.
건물 내부의 환경과 시설은 여전히 열악했다. ▲대구 쪽방 거주민 3명 중 1명이 전기장판으로만 겨울을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시설이 전기장판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7.9%다. 연탄과 가스 각각 21.2%, 기름보일러 13.6%, 전기보일러 6.1%로 조사됐다. ▲에어컨을 포함해 냉방시설이 없는 곳도 75.8%로 나타났다. ▲쪽방 내 부엌이 없다고 답한 이도 80.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재개발과 재건축에 의해 쪽방이 밀려날 위기는 앞으로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30 대구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 고시'를 보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전체 247곳이다. 이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245곳(주거환경개선사업 2곳)에 달한다.
보고대회 패널들은 주거 여건 개선과 복지 확대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기조 발제는 권용현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활동가, 최병우 대구광역시주거복지센터장이 맡았다. 토론은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 사회로 최병우 센터장, 조부활 전국쪽방상담소협의회장,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지아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부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쪽방 거주민과 노숙인(홈리스) 등에 대한 해법으로 ▲주거우선 전략 전환 ▲주거상향지원사업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보 ▲주거 사회복지서비스 정보 제공 ▲지속적인 관리 등을 제시했다.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활동가는 "대구 쪽방 건물들이 재개발·재건축 혹은 공간 노후화와 같은 주거 공간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복지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며 "기존 쪽방 거주민에 대한 지원 체계 방법을 새로이 하고 적절한 주거를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거가 불안정한 홈리스에 대한 주거복지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코로나19 시기 집단생활시설은 홈리스가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없는 주거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때문에 "홈리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주거우선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 상향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작년 상향 지원 사업에서 97명이 매입임대주택으로 입주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매년 물량이 부족하다"며 "기존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이주 지원이 중요하다. 대구도시공사를 통한 매입임대주택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아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부연구위원은 "주거상향 이후에도 주택관리 어려움, 관리비 체납, 건강 악화, 일자리 상실, 이웃과의 불화 등으로 다시 노숙으로 회귀하는 '회전문 현상'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들의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서비스가 있다는 것 자체가 몰라서가 절반 이상"이라며 "정보 제공 등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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