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들의 힘자랑(盜賊之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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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정의로왔다!” 라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에서 새삼 이 나라의 정의를 확인하게 됩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이 , 쌍용자동차.현대자동차 파업현장에서 그리고 재벌가 도련님이 보여준 그 무지막지한 폭력이, 그리고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있는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관.... 이 나라에서 돈과 권력은 주먹질을 정당화시켜주고, 정의로운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항간에 떠돌던 불문율을 다수 여당이 국회의 권능(?)으로 사실임을 입증시켜주었습니다.

<한겨레> 2010년 12월 10일자 5면
<한겨레> 2010년 12월 10일자 5면

 서울의 어느 한 대학교에서 벌어진 각목 폭력사태 역시 때리는 사람은 학교 1-2년 선배라는 알량한 권력을 믿고 있었기에 후배들에게 너무나도 당당하게 각목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이고, 맞는 사람 역시 권력의 폭력은 정의로운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죄 없이 두들겨 맞고서도 “감사합니다”라는 소리를 복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피해학생들은 저항은커녕 법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채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된 채 학교에서부터 권력의 폭력은 정당한 것임을 온 몸에 새겨둘 것입니다.

 어찌 그 학교만이겠습니까? 30여 년도 훨씬 지난 우리들의 중고등학교, 대학 시절에도 후배들에게 저질러지는 선배들의 폭력은 항상 정당하고 정의로운 것이었고, 교사와 교수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그 폭력들을 묵인해주었습니다. 야만의 학교 문화는 30년이 훌쩍 지났어도 한 치도 변함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서부터 힘 있는 자들의 폭력은 정의라고 우리는 배워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한나라당이 자칭 “정의로”운 주먹을 휘두르면서 강탈하다시피 해서 얻어 낸 예산, 대구 경북의 언론들은 “형님 예산”을 포함하여 대구 경북에 배정된 예산이 대폭 늘었다며 환영일색입니다. 그 예산 중에서 <영유아예방접종비>, <방학중 결식아동급식지원비>, <경로당 난방비>등 기초 복지예산이 싹둑 잘려나갔습니다. 대구 경북에 배정된 예산이 늘었다면 그 복지예산의 일부가 대구 경북으로 넘어 왔을 터이지요. 대구 경북에서는 영유야 예방접종을 안 해도 되는지, 대구 경북에는 방학 중 결식아동이 전혀 없는 부잣집 아이들만 사는지, 경로당에서 한겨울을 지내야 할 노인들은 한 사람도 없는지.. 대구 경북의 언론들에게 되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얼라 뽈때기에 묻은 밥풀떼기 뜯어 먹는다”는 우리 동네 속담을 혹시 아는지...

<영남일보> 2010년 12월 9일자 1면
<영남일보> 2010년 12월 9일자 1면

 지난 주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한 판의 활극은 돈줄을 거머쥐기 위한 활극이었습니다. 돈을 놓고 주먹을 휘두르는 집단이 도둑과 깡패 외에 또 어떤 집단이 있는 지 생각을 해봅니다.
 
  “조정(朝廷)은 (검경을 앞세운 송사와 옥사로) 저항세력과 반대파들을 깔끔하게 제거하니
  밭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창고는 텅 비었는데
  한 쪽에서는 오색 비단옷을 입고 잘 벼린 칼을 찬 채
  고량진미를 물리도록 먹는데도 재물은 남아도는 것“
  (朝甚除..田甚蕪 倉甚虛服文彩 帶利劍 厭飮食 財貨有餘)

 이는 도적들의 자기과시요 힘자랑(盜賊之夸)일 뿐, 이를 어찌 ‘정의’(大道)라 하겠는가?“
                                                                    <도덕경, 53장>


 도적들이 완력으로 재물을 빼앗은 뒤에는 반드시 그 재물을 한번 살펴보게 되겠지요. 정신없이 허둥지둥 챙겨온 것이니만큼 진정으로 쓸 만한 물건인지를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봐야 할 터이니까요. 힘이 곧 정의임을 신봉하며 희희낙락하던 한나라당 집행부의 표정이 갑자기 벌레 씹은 표정으로 변한 것이 몹시 우스꽝스럽습니다. (<조선일보> 2010. 12.10 “한나라 지도부, 예산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당혹”>. 뒤늦게 꼼꼼히 살펴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조선일보> 2010년 12월 10일자 5면
<조선일보> 2010년 12월 10일자 5면

 “염병에 걸린 자가 한밤중에 자식을 낳으면 서둘러 등불을 들고 그 자식을 들여다본다. 허둥지둥 그저 그 자식이 자기와 같이 추하지 않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癘之人 夜半其生子 據取火而視之 汲汲然唯恐其似己也  - <壯者>, 외편-天地<현암사))


 우리는 지난 주 정부와 여당이 허둥지둥 완력으로 얻어낸 예산의 몰골에서 이 나라 집권세력의 속마음과 추악한 맨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오히려 다행일는지도 모르지요.

[연재] - <시,서,화가 있는 집 - 서류당 37 > 글 / 김진국


<시, 서, 화가 있는 집 - 서류당> 연재입니다. 서류당(湑榴堂)은 '이슬 머금은 석류나무가 있는 집'으로,
시 도 있고 글도 있고 그림도 있어 편안하면서도 자유롭게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조용하고 아담한 집을 뜻합니다.
이 연재는 매주 월요일 김진국(의사. 신경과 전문의) 선생님께서 쓰십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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