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보는 대구시 인권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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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불가'에 '정상인' 발언 논란...육상대회 '저상버스' 차출까지


4월 10일,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장애인 참가 불가능' 통보
4월 20일, 대구시 공무원 "마라톤은 정상인 사람들이 뛰는 걸로..." 발언
5월 12일, 국제육상경기대회에 셔틀버스 목적으로 '저상버스 20대 차출' 계획


대구시의 잇따른 '장애인' 관련 조치와 발언에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차별'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장애인의 날'인 20일에는 대구시의 한 공무원이 방송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마라톤은 정상인 사람들이 뛰는 걸로 돼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반발을 샀다.

저상버스를 관람객 위한 셔틀버스로?

그런데, 이번에는 '저상버스'를 관람객 셔틀버스로 이용하겠다고 해 기름을 부었다. 대구시는 5월 12일로 예정된 국제육상경기대회에 관광객들을 위한 셔틀버스 목적으로 '저상버스' 20대를 이용하기로 했다. 또,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8월과 9월에도 저상버스를 셔틀버스로 활용할 예정이다. 장애인단체들은 이에 대해 "장애인을 보는 대구시 인권의 수준"이라며 계획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국제마라톤대회 장애인차별 규탄, 세계육상대뢰 저상버스 차출계획 철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2011.5.2 대구시청 앞)...장애인.인권단체 회원을 비롯해 50여명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국제마라톤대회 장애인차별 규탄, 세계육상대뢰 저상버스 차출계획 철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2011.5.2 대구시청 앞)...장애인.인권단체 회원을 비롯해 50여명이 참가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지역 42개 장애인.인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는 5월 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상버스의 셔틀버스 활용 계획 철회와 ▶'정상인' 발언에 대한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버스조차 도입하지 않으면서 모자란 차량을 빼내어 관광객 셔틀버스로 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발상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4월 마라톤대회와 관련한 공무원 발언에 대해 "'정상인' 운운하며 무엇이 차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대구시"라고 성토하며 "언론보도를 통한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대구시 "저상버스 차출, 최대한 줄이겠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김돈희 버스정책담당은 "육상대회 관람객 가운데 국내외 장애인들도 있기 때문에 저상버스 일부를 셔틀버스로 쓰기로 했다"면서 "지역 장애인들을 차별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 장애인들의 의견을 존중해 저상버스 차출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과 관련 조례에 따라 대구시는 2011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31.5%인 490여대의 저상버스를 갖춰야 하지만, 현재 운행중인 저상버스는 132대 뿐이며 올 연말까지 144대로 늘일 계획이다.

(왼쪽부터) <대구DPI> 육성완 대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자활센터> 노금호 소장(마이크 든 사람은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 <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왼쪽부터) <대구DPI> 육성완 대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자활센터> 노금호 소장(마이크 든 사람은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 <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대구DPI(장애인연맹)> 육성완 대표는 "더해주지는 못할망정 뺏들어가는 처사"라며 "(저상버스 도입)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셔틀버스로 차출하겠다고 하느냐, 교통약자의 교통권을 막겠다는 말이냐"고 성토했다. 또, "어떻게 담당공무원이 '정상인' 같은 저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그 공무원이 언론에 말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 대표는 "기가 막혀 잠을 못잤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자활센터> 노금호 소장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에 대구시는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배제시키고 있다"며 "장애인을 보는 대구시 인권의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 대표는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히고 억장이 막히는 심정"이라고 말했고, <장애인지역공동체> 서승엽 사무처장은 '정상인'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정상인 아닌가요?"라고 되물으며 "이 정도면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정상인' 발언..."오해, 사과했다" / "진정성 없었다"

이에 대해, '정상인' 발언을 한 대구시 김재근 육상진흥담당관은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를 쓰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정상인과 비정상인으로 구분할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올해 대회(4월 10일 마라톤대회)는 전반적으로 도로 폭이 좁아 안전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휠체어도 일반 휠체어와 경기용 휠체어가 다르고, 장애인 참가에 따른 진행요원도 더 필요했다"며 "여러 가지 상황에서 올해는 장애인이 참가하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김 담당관은 2일 낮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장애인단체 대표들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지원단 정하영 단장의 면담 자리에서 "사과했다"고 말했다.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4.20)...대구시 김재근 육상진흥담당관은 "대한민국의 마라톤은 정상인 사람들이 마라톤 뛰는 걸로 돼 있지 장애인이라고 표시를 규정을 안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회때는 휠체어는 대상이 아니라고 표기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사진 출처. TBC 화면 캡처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4.20)...대구시 김재근 육상진흥담당관은 "대한민국의 마라톤은 정상인 사람들이 마라톤 뛰는 걸로 돼 있지 장애인이라고 표시를 규정을 안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회때는 휠체어는 대상이 아니라고 표기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 사진 출처. TBC 화면 캡처

그러나, '언론을 통한 공개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장애인단체와 대구시의 입장이 달랐다. 장애인단체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기 때문에 언론을 통한 공개사과"를 요구한 반면, 대회지원단은 "이 것(정상인 발언) 하나로 언론에 밝히기는 어렵고, 다른 사안과 같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과의 말도 묶어 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들은 이에 대해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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