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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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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31년] 육성완 / "동정어린 행사, 그 뒤의 절규를 아십니까"


                                                           
따뜻하고 꽃 피는 4월이 오면 여유를 갖고 봄놀이를 하고  싶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이 조차도 사치스러운 것 처럼 보인다. 장애인의 삶이 그렇게 여유를 갖고 한가로이 세월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로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가 31년을 맞이한다. 성년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는 사회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할 나이에 접어든 장애인의 날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매년 모두가 하는 것 한다. 한쪽에선 투쟁, 한쪽에선 기념식과 더불어 도시락 나누는 동정어린 행사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장애인을 슈퍼맨으로 만들고 있다. 어느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사업에 성공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업을 마친 중증장애인 그리고 장애를 극복한 운동선수 등을 소개하면서 TV속에 장애인을 화면가득 채워가면서 장애인에 대한 시선들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과 미담을 소개하면서 올해의 4월 20일도 또 그렇게 지나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이 나름 아름답게 그려지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장애인 스스로의 삶에 대한 간절한 절규가 있다. 자립을 위해 풀리지 않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장에 호소하는 간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를 쓴 정화씨의 편지 내용은 참으로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중증장애인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정화씨는 2008년에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대구 인근인 청도에서 대구로 올라와 2년동안 자립생활체험 홈에서 자립생활 교육받고 정작 자립을 하려고 했지만, 장애인 연금으로 받는 14만원과 장애인일자리를 통한 20만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취약계층 긴급주거지원금 5,000만원으로 기존의 전세임대를 알아봤지만 현실은 너무나 멀리 있었다. 장애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전동휠체어가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 전부였다. 사회 구조가 장애인이 집하나 구하기 힘든 이런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만큼이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이정화(28.사진 오른쪽)씨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손이 불편한 이씨는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긴 시간동안 이 편지를 썼고, 4월 8일 중구 남산동에 있는 자립생활체험홈을 방문한 김 시장에게 편지를 전했다. 대구시는 "이씨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밝혔다 / 사진 제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범일 대구시장이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이정화(28.사진 오른쪽)씨가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손이 불편한 이씨는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긴 시간동안 이 편지를 썼고, 4월 8일 중구 남산동에 있는 자립생활체험홈을 방문한 김 시장에게 편지를 전했다. 대구시는 "이씨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밝혔다 / 사진 제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또, 제도의 피해를 제대로 받는 장애인들도 있다. 작년부터 시행 중인 장애등급재판정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 돌변하는 서글퍼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심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어릴 적 수술과정에서 수혈에서 HIV감염으로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두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기가 힘들어 심장약을 6개월간 복용하지 않았는데 장애인재심사를 받아야 된다는 편지를 받고 재심사를 받았지만 결국, 이 장애인은 심장애3급에서 비장애인으로 판정을 받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이 장애인을 치료하는 담당주치의는 예전과 똑같은 심장애3급의 의사소견을 내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인심사팀에서는 단지 6개월 동안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 분은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장애인연금을 받으려고 장애인등급심사를 신청했다가 두 손을 쓸 수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1급에서 2급으로 올려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휠체어를 타고 생활을 하는 장애인이 집도 몇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장애인이기에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야하지만 2급으로 판정을 받아 이 서비스 자체도 받을 수 가 없게 되었다. 무슨 근거로 이들을 장애인을 만들었다가 비장애인으로 만들었다가 하는 놀라운 역사를 하는 이 정부가 참으로 거룩(?)할 뿐이다.

지난 8일부터는 서울시청에서 장애인의 예산을 집행하지 않아 증액된 장애인예산을 집행하라는 서울시의회 장애인 의원이 예산의 조속한 집행을 위해 108배를 올리는 눈물겨운 일이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이 의원은 지체2급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으로 108배는 무척이나 힘이든 상황이다. 아니 할 수가 없다고 해도 된다. 서울시가 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포기하라는 뜻과 다름이 없다.

서울시의회에 이렇게 과감하게 장애인을 위해 108배를 할 수 있는 의원이 있는 것도 작은 부러움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이 있다. 이 의원이 이로 인해 몸이 많이 상할까봐 걱정이 되고, 물론 현재 많이 나빠진 것이 현재의 상황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전국의 각 지자체가 이런 서울시의 나쁜 행동을 본을 볼까봐 또 다른 걱정을 하게 한다. 대구시는 이런 서울시의 행동을 따라 하지 않았으면 싶다.

지난 4월1일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대구시에 요구한 내용들은 지난 해 요구사항들 중에 이행하지 못한 것들인데 이 모두가 장애인의들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들이다. 이 요구안들을 대구시가 진정성을 갖고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사전 면담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요구안에 대해 내년예산에 적극 반영을 하겠다는 약속과 지속적인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의논하겠다는 자세에 대해 대구시의 변화에 기대를 해 볼 만 하다고 본다. 변심하지 말았으면 싶다. 그래서 4월을 푸근하게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애인의 날에 모아놓고 차가운 밥 먹여주는 것이 장애인에게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대구시가 지원하는 장애인의 행사에 도시락도 나누어 주고 자장면도 준다고 한다. 자랑스럽게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난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내년에는 꽃피는 4월이 오고 장애인의 날이 오면 도시락 사가지고 소풍이나 갈 계획을 세워 봐야겠다.






[기고]
육성완 / 대구DPI(장애인연맹) 대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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