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산재' 피해자 9만여명...안전에 무관심한 국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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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 산재로 하루 5.3명 숨져..."말로만 안전, 산재법 개정ㆍ처벌강화"


4.28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산재예방 대책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는 23일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조합원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자건강권쟁취를 위한 투쟁문화제'를 열고 "목숨을 잃거나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청 앞에 안전벨트를 걸고 주인을 잃은 등산화를 묶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말로만 하는 안전, 침몰하는 대한민국"(2014.4.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말로만 하는 안전, 침몰하는 대한민국"(2014.4.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이라며 "정부는 말로만 안전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매년, 매시간, 매분 산재로 아까운 목숨들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며 "이다지도 안전에 무관심한 국가, 대책마련에 하루빨리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안전불감증으로 침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 ▶원청업체 사장 처벌, ▶유해물질 사용업체 관리감독 실시 ▶특수고용노동자(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퀵서비스 기사)에 대한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촉구했다.

'노동자건강권쟁취를 위한 투쟁문화제'(2014.4.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자건강권쟁취를 위한 투쟁문화제'(2014.4.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한해동안 산재자 수는 9만1,824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수는 1,929명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에서 산재사망율은 516명으로 지난해보다 12%나 늘어났다. 하루 5.3명, 4시간꼴로 1명이 숨지고, 5분꼴로 1명이 다치는 셈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된 회원 국가중 십여년째 산재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대구칠곡서비스센터 근무하던 3년차 서비스기사 임모(36)씨가 주 80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27일 '뇌출혈'로 숨졌고, 경북 구미시 공단동에 있는 J업체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을 만들던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유모(21)씨도 근무한지 석달 보름만에 주 68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해 10월 5일 '원인불명 심정지'로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은 모두 고용노동부가 '만성 과중 업무'로 명시한 주 60~64시간을 초과한 수치다.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각각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산재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안전용품을 설명하고 있다(2014.4.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안전용품을 설명하고 있다(2014.4.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3명이 3월 한 달 동안 패혈증과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고, 현대제철(당진) 건설노동자도 같은 달 근무 중 쓰러져 숨을 거뒀다. 또,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사고(3.14)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1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산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판정위원회'의 불승인율은 해마다 늘어, 2008년에는 55.3%, 2009년에는 60.6%, 2010년에는 63%를 기각했다.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2009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5천여명을 조사하면서 4명만 기소했고 이듬해에는 7천여명 중 한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산재로 실형을 선고 받은 사업주는 5명에 불과하다.

김은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국정 목표로 정하고 출범했지만 집권 2년차인 현재 산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노동자의 수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는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매년 9번이상 반복되는 수치다. 말로만 안전을 외치고 책임은커녕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주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분회장은 "정부가 산재에 대해 고민이 없으니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 삼성조차 노동자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많은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생명과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면 더 이상 정부는 이 문제를 방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유급휴일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2014.4.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급휴일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2014.4.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제노동기구(ILO)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바트' 인형을 만들던 태국 '케이더' 공장에서 화재사고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1993.4)하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1996년부터 4월 28일을 '세계산재사망노동자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당시, 사주는 인형 분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 문을 잠궈 인명피해를 키웠다. 캐나다, 브라질 등 전세계 13개 국가가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한편, 앞서 이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5월 1일 '노동절'과 관련해 "유급휴가 전면 실시"를 촉구하며 "휴무권 찾기 대중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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