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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행렬에 침묵하는 삼성, 희생자만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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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란 노무사 대구 강연 / "반도체에서만 37명 사망...'산재' 기업과 공단이 입증해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2007년 22살 어린 나이에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지 6년이 지났다. 그 동안 176명의 삼성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제보를 받았고 이 중 반도체분야에서만 37명이 숨졌다.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지만 삼성은 침묵했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기업 1위? 브랜드 1위? 노동자들의 죽음에 침묵하는 한 삼성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끔찍한 기업일 뿐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 중인 이종란(38) 노무사는 5일 이같이 말하며 삼성을 비판했다. "돈을 많이 준다고 비도덕적 행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반도체공장의 백혈병 피해와 기타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어나는 암들. 우리는 계속 삼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 중인 이종란(38) 노무사(2013.7.5.물레책방)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 중인 이종란(38) 노무사(2013.7.5.물레책방)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표 이정화)>는 5일 저녁 대구 수성구 물레책방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을 말하다'를 주제로 이종란 노무사의 강연을 열었다. 이날 강연은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시민 4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2003년 10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1년 9개월 동안 3라인에서 디퓨전 공정, 이른바 '퐁당퐁당' 작업(반도체 핵심부품 웨이퍼를 플루오르화수소 용액에 담갔다 빼는 작업)을 하던 고(故) 황유미씨 사망 이후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 됐다. 하지만, 이 노무사는 "여전히 삼성은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권을 보호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희생자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011년 6월 '백혈병 사망 삼성 근로자는 산재'라고 최초로 판결을 내리고, 국회에서도 관련 국정조사가 진행됐지만 "삼성의 기본적 태도는 바뀌지 않고 더 치밀해졌다"면서 "언론사를 매수해 반도체 공장을 견학시켜준 뒤 좋은 기사를 부탁하고 기흥공장을 기흥캠퍼스라고 부르게 하는 등 친기업적인 미국 안전보건컨설팅회사(인바이론)까지 고용해 '백혈병과 업무가 관계없다'고 보고서도 작성하게 했다. 심지어 노동자들과 반올림의 접촉을 막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수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목숨을 잃은 고 이숙영, 황민웅, 황유미씨. 유가족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영정사진을 든 모습 / 사진 제공. 이종란 노무사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급수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목숨을 잃은 고 이숙영, 황민웅, 황유미씨. 유가족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영정사진을 든 모습 / 사진 제공. 이종란 노무사

그러나, "이 같은 삼성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에 제보되는 삼성 노동자들의 피해사례는 늘어만 갔다"며 반올림에 제보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3라인 웻에치 근무했던 사람인데요. 제가 일했을 때 2006년에도 스테파공정에 언니한분이계셨는데 쌍둥이 유산하고 결국 돌아가셨어요. 투병생활이 6개월이나 됐으려나? 급성으로 돌아가셨어요. 백혈병은 아니구요. 암이요. 그때는 그냥 다들 쉬쉬했는데 진짜 사람이 단순히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요. 회사가 암을 키우는 것 같아요"(2008.03.07 13:45)"


"반도체는 유산율이 엄청 높아요. 높을 수밖에 없어요. 임신하면 한방에 되지 않고 라인에서 일했다 하면 세 네 번 해도 잘 안되요. 최근에는 제 주변에서 O부장님뿐만 아니라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분이 너무 많아요. 더 이상 남 일이 아니잖아요. 내 주위에 딱 3명 있는데 3명 다 그 병이면 나는 어떻게 하라고. 이 분은 6~7라인에서 근무했어요. 병명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고요. O과장님은 감기기운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육아종이라고 했어요"(제보자 김OO 진술)

 
"가슴이 아파 병원에 가니 지금 너 말고 삼성에서 일하다가 심장 아프다는 애들이 몇몇 있었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나가서 불임된 언니들도 있고. 그런데 회사 때문이라고 확실히 말을 못해요. 저희가 아는 게 없으니까요. 머리 아픈 건 일쑤고 라인에 저희 시프트 인원이 스무명이 안되는데 한 열명 정도가 생리불순이에요 탈모도 되게 많아요. 회사 그만 두니 좋아졌어요" (제보자 이OO 진술)


'삼성 전자계열 직업병 반올림 제보현황(2013년 4월까지 176명 제보, 사망70명)' / 자료. 이종란 노무사
'삼성 전자계열 직업병 반올림 제보현황(2013년 4월까지 176명 제보, 사망70명)' / 자료. 이종란 노무사

이 노무사는 "일부 사례일 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이나 암에 걸렸는지 파악이 안된다"고 했다. 특히, "제보자들을 보면 상고를 다니는 10대 고등학생과 20대 초 젊은 여성들이 돈을 벌려고 삼성에 입사해 병에 걸리고 경우가 많아 가슴이 아프다"면서 "가족들은 1위 기업에 입사했다고 기뻐했는데 자식이 병에 걸려 산재도 인정 못 받으니 심정이 오죽하겠냐"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때문에, "피해자가 산재를 입증해야 하는 현 구조를 기업과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는 형태로 변경해야 한다"며 "더군다나 반도체공장은 매달 형태가 바뀌고 사용되는 화학물질도 수백가지라서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입증하기란 불가능하다. 불확실 할 경우는 의심이 가면 산재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아무리 산재를 입어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에서는 노동자들이 어떤 물질을 사용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근무를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면서 "결국 삼성 직업병은 노조가 없어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의견을 대변할 노조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을 말하다' 강연(2013.7.5.물레책방)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삼성반도체, 백혈병을 말하다' 강연(2013.7.5.물레책방)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삼성노동자들의 죽음에는 기업의 오만도 있지만 산재를 인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부실한 관리감독 탓도 크다"며 "앞으로는 정부, 국회, 시민단체, 피해당사자들 모두가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삼성의 침묵과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건강연대'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포함한 2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권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2007년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2008년 2월부터는 '반올림'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삼성반도체 백혈병뿐만 아니라 전체 반도체 노동자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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