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경북의 가장 큰 인권뉴스로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에 발생한 '녹조대란'이 꼽혔다. 또, 무인화 운영으로 안전논란을 빚고 있는 '대구도시철도3호선'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의 죽음', 노동자에게 '농약 살포'와 욕설을 한 폭력 사주, 남편 폭행에 시달려 이혼한 베트남 이주여성에게 한국에 살 수 없다고 '강제출국'을 통보한 대구출입국사무소도 인권을 저버린 사례로 꼽혔다.
인권운동연대와 한국인권행동 등 32개 단체가 참여하는 <2013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는 '세계인권선언기념일' 65주년을 맞은 10일 대구시청 앞에서 인권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경북 '5대 인권뉴스'와 '인권증진뉴스'를 발표했다. 조직위는 지난 1년 동안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인권관련 사례 가운데, 5개 인권증진 사례와 32개 인권침해 뉴스 후보를 선정해 지난 11월19일~12월 5일까지 시민단체 활동가와 언론인 등 모두 3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인권뉴스를 선정했다.
추석 6박7일 연속근무 '학교경비', 58일 크레인 고공농성 '노동자'
가장 많은 표를 받은 '5대 인권뉴스'에는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대란'으로 올 여름 대구경북지역 식수오염 논란을 불러 온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꼽혔다. 다음으로, ▷무인자동운영에 대피로 설계 없이 시운전에 들어간 모노레일 '대구도시철도3호선' 안전문제, ▷지난 9월 뇌출혈로 목숨을 잃은 삼성전자서비스 칠곡센터 외근기사 임모(36)씨에 대한 '과다업무' 논란,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대표의 노동자 비하와 노조 식사에 농약을 살포한 행위, ▷한국인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다 올해 이혼한 베트남 이주여성에 대한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강제출국' 통보가 선정됐다.
또, '노동분야'에서는 추석 6박 7일 연속근무에도 식사제공도 없는 학교경비노동자에 대한 노동억압과, 대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 크레인에서 58일 동안 "불법하도급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인 노동자들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대구시, 영남대, 대구지검, 대구경찰, 언론..."인권시계 거꾸로 돌린 사례"
'사상과 학문・표현의 자유분야'에서는 대구세계에너지총회에서 마임이스트 이상옥씨 '녹색인간' 공연을 저지한 대구시와, 정년퇴임한 정지창 전 교수를 '박근혜'와 '박정희' 비판을 이유로 명예교수직에서 탈락시킨 영남대, '한겨레' 기사를 나눠준 것을 '박근혜 낙선운동'이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소희 영남대 교수를 기소한 대구지방검찰청이 인권침해 사례로 꼽혔다.
이밖에, '부당행위'에 항의하고 퇴사한 보육교사들 재취업을 방해하려 교사 신상정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유포한 어린이집, 공익제보자 신상정보를 유출한 동구청도 '정보인권・프라이버시분야'에서 인권을 저버린 곳으로 지적받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진보인사들에게 자행된 '압수수색'과 대구 여대생 살해사건 당시 택시기사를 용의자로 체포해 '강압수사'를 벌인 대구지방경찰청과 사실확인 없이 이를 보도한 언론도 "인권 시계를 거꾸로 돌린 사례"로 뽑혔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공익제보자 보호 조례...'인권증진뉴스'
반면, 올해의 '인권증진뉴스'로는 ▷30년 만에 설치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대구 첫 '공익제보자 보호' 조례를 제정한 동구의회, ▷대구 10월항쟁 사건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 ▷이주노동자를 폭행한 경북 칠곡 한 사업장에 대한 대구경북지역 최초 '고용허가 취소' 결정, ▷국가인권위와 대구시교육청의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과 인권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이 선정됐다.
조직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민국 인권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절박한 현장 목소리를 언론마저 외면해 더욱 시리다"고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1년만에 인권현실은 더욱 후퇴했다"면서 "노동권, 환경권, 사상과 표현의 자유, 생존권 등 다양한 분야의 인권이 억압받고 있어 어떤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역사의 원칙이 '인간 존엄'이기에 오늘부터 우리는 다시 인권의 시계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통의 정책ㆍ행정이 인권 후퇴시켜"
이와 관련해, 조직위는 '삶, 인권을 노래하라'를 인권주간 슬로건으로 정하고, 오는 12일 경북대병원 대강당에서 '대구경북인권보고대회'를 연다. 보고대회에서는 대구경북 인권기록영상 상영과 인권현장 토크쇼, 문화공연,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한다. 또, 10일 저녁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부설 인권센터' 개소식 기념 심포지엄에도 동참한다.
오완호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은 "인권이 가야할 길 여전히 멀다. 서민들은 정말 살기 어렵고 극빈층은 늘어만 난다. 그러나, 환경권, 주거권, 생존권, 노동권은 파괴되고 있고, 대학과 예술마저 검열받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거꾸로 가는 인권 시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군부독재 시절 자행된 표현에 대한 검열과 사상의 자유 탄압이 지금도 진행되는 게 우리나라 인권 현주소"라며 "검열, 무시, 외면, 탄압, 강제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아요(별칭)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인권뉴스 사례와 양이 다양해졌다.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면서 "불통과 독단의 정부정책, 행정은 시민들의 인권을 후퇴시킨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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