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인력 줄이고 민영화?..."안전 위협"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9.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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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열차사고] "안전 뒷전인 정부와 코레일 탓...민영화ㆍ순환근무 중단"


사고 당일인 지난 8월 31일 오전 8시 대구역 열차충돌 사고 현장...깨진 KTX 열차 창문 앞에서 '대통령 공약이행 철도민영화 반대' 조끼를 입고 있고 복구 작업에 들어간 철도노조 조합원 / 사진. 김동은
사고 당일인 지난 8월 31일 오전 8시 대구역 열차충돌 사고 현장...깨진 KTX 열차 창문 앞에서 '대통령 공약이행 철도민영화 반대' 조끼를 입고 있고 복구 작업에 들어간 철도노조 조합원 / 사진. 김동은

대구역 '열차충돌' 사고에 대해 시민사회와 철도노조가 "민영화가 원인"이라며 "구조개선"을 촉구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를 비롯한 대구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반대 대구공동행동(준)>은 6일 대구역 광장에서 '대구역 차량 충돌사고에 대한 대구지역 시민사회 입장 발표ㆍ철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대구지부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대구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사고는 경쟁ㆍ효율성만을 위해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민영화, 안전장치 미비, 업무순환전보 때문"이라며 "사고원인을 기관사와 여객전무(승무원) 개인 부주의로 떠넘겨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근본대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구역 차량 충돌사고에 대한 대구지역 시민사회 입장 발표・철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2013.9.6.대구역 광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역 차량 충돌사고에 대한 대구지역 시민사회 입장 발표・철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2013.9.6.대구역 광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철도산업위원회를 열고 2017년까지 코레일을 6개 회사로 분할하는 '철도공사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적자 노선 개선"을 이유로 현재 공사 독점구조에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여객과 벽지노선, 철도물류, 정비, 시설, 부대사업 등 6개 체제로 변환시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먼저 수서발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수서발 KTX  지분 중 공사는 30%, 70%는 자회사가 소유하게 된다. 이후 개통되는 새 노선과 공사가 운영을 포기하는 적자 노선은 민간사업자 참여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와 시민사회는 2009년 코레일이 "적자해소"와 "경쟁체제" 도입을 이유로 5,115명이라는 대규모 인력감축을 한 것과 연관된 "민영화 추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공동행동은 "경쟁체제 명목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해고를 단행했지만 기관사 1인 승무로는 돌발 상황 대처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고, 정비ㆍ유지ㆍ보수업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결과만 불러왔다"면서 "민영화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 이 사고에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대구역 사고 현장...1.2번 신호기가 나란히 붙어 있고, 제일 왼쪽 상행선에는 안전측선도 설치돼 있지 않다(2013.9.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역 사고 현장...1.2번 신호기가 나란히 붙어 있고, 제일 왼쪽 상행선에는 안전측선도 설치돼 있지 않다(2013.9.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대구역 같은 장소에서 5년 전 비슷한 과정으로 사고가 발생했던 점을 언급하며 "노조가 지속적으로 안전미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당시 하행선에만 대피선인 '안전측선'을 설치하고 상행선에는 설치하지 않아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8년 2월 한 화물열차가 다른 선로 출발신호를 오판해 충돌이 발생했다. 당시 코레일은 하행선 선로에만 '안전측선'을 설치했고,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상행선에는 설치하지 않았다.

이어, 코레일이 지난 7월 24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무직과 승무원간 '업무순환전보'에 대해서도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대비 없이 현장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강제적 순환전보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8월 31일 사고가 난 무궁화호 여객전무는 7년 동안 행정부서 사무직으로, KTX 서울행 열차 여객전무는 가야역장으로 근무하다 이날 대체인력으로 투입됐다.

때문에, ▶"민영화 추진 중단", ▶"인력충원", ▶"강제 업무순환전보 중단", ▶"안전 구조개선 등 근본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이학용 전국철도노조 대구전기지부장은 "코레일은 민영화를 추진하며 인원을 감축 한 뒤 나머지 노동자에게 더 많은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현장 일꾼에게는 사무직을, 사무직에게는 현장을 떠넘겨 전문성을 해치고 있다. 이 사고도 시스템 붕괴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이학용 철도노조 대구전기지부장,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서창호 대구진보민중공투본 집행위원장(2013.9.6.대구역 광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이학용 철도노조 대구전기지부장,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서창호 대구진보민중공투본 집행위원장(2013.9.6.대구역 광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민영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에서는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정부와 코레일은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 공동대표는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다. 국민 목숨을 담보로 민영화를 강행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창호 대구진보미중공투본 집행위원장도 "정부 정책과 구조문제로 일어난 사고다. 개인 문제로 몰고 가선 안된다"면서 "안전한 철도를 위해 민영화를 멈춰 달라"고 했다. 

앞서, 지난 8월 31일 토요일 대구역에서 열차 3중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275명을 태운 서울행 1204호 무궁화호 열차가 오전 7시15분 승객 464명을 태운 서울행 4012호 KTX 열차와 대구역에서 충돌했다. 무궁화호가 출발신호보다 빨리 운행하면서 열차 1량이 탈선해 서울행 KTX 측면과 부딪쳤고, 서울행 KTX 8량이 선로를 이탈해 승객 627명을 태운 하행선 101호 KTX와도 충돌했다. 

두 번의 충돌에도 열차들이 저속으로 달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탈출과정에서 승객 4명이 경상을 입었다. 코레일은 사고 후 긴급복구를 하고 9월 2일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직접적 사고 원인은 신호 오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무궁화호 열차에는 '정지', KTX에는 '진행' 신호가 표시됐지만, 신호가 나란히 있어 무궁화호 승무원은 KTX 신호를 잘못보고 발차 신호를 보낸 것이다. 또, 관제실은 확인무전을 기관사에게 보내지 않아 2차 충돌을 방조했다.

탈선한 KTX 열차...옆부분이 심하게 찢겨나갔다 / 사진. 김동은
탈선한 KTX 열차...옆부분이 심하게 찢겨나갔다 / 사진. 김동은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는 31일부터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고, 대구지방검찰청도 2일부터 수사를 맡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책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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