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성지에서 '항일'에 못 박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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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일본나무 실태조사 '엉터리'」 보도, '항일성지 왜향나무 없다' 헛말 관청에 일침


「항일성지 안녕 못하다」를 지난 달 ‘미디어창’에서 보내드렸다. 안녕 못한 실태, 이유, 배경을 TBC대구방송 8뉴스 집중보도를 사례로 삼아 제시했다. 집중보도를 한 기자의 문제의식을 필자는 이렇게 제시했다.  ‘이토 히로부미-왜향나무 심기 시작→후세의 무지→관청 중심 확산’의 경로를 통해 항일성지는 왜향나무가 판을 치는 ‘문화침탈’의 현장이 됐다는 문제의식…

7월 22일의 TBC대구방송 8뉴스 「일본나무 실태조사 ‘엉터리’」는 집중보도의 반향을 점검하는 보도였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대구시가 대구지역 항일성지의 일본나무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앵커의 말대로 ‘영 엉터리’였다. 대구지역 항일성지에는 일본산 향나무가 없다는 조사결과. 누구를 향한, 누구를 염두에 둔 조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없다고 하는 것은 어쨌든 거짓말이다.

< TBC > 8뉴스. 2014년 7월 22일 방송
< TBC > 8뉴스. 2014년 7월 22일 방송

기념공간에 나무를 심는 순간부터 그 나무는 문화재로 인식해야 하고 또 역사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계명대 강판권 교수의 인터뷰를 TBC의 전번 보도는 전했다. 현충 등 기념공간의 나무는 단순히 나무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현충, 기념이란 민족정서에 뿌리를 둔 숭고한 정신활동의 정당성, 영속성을 선열의 항일정신을 기리는 후세들의 마음속에 불어넣는 활력소다. 그래서 기념공간의 나무는 우리 것이어야 하고, 우리 민족문화 속에서 이어져 온 것이어야 한다. 기념공간의 나무는 그런 맥락에서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항일성지에 일본나무가 없다고 한 대구시의 조사결과는 사실을 왜곡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일본의 문화침탈에 대구시민들이 무방비, 방심하게 하는 마취제 구실을 한다. 달성공원에 이토 히로부미가 처음 심은 왜향나무가 해방 이후 베어넘겨지지 않고(일본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향해 일제가 우리민족까지 동원해 절하게 한 대구의 ‘충령탑’은 해방 직후 대구 항일투사들에 의해 먼지 속으로 사라졌는데도) 왕성하게 확산된 것은 그 동안 관청이 중심노릇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난 번 집중보도에서 기자는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구시의 이번 엉터리 조사결과는 대구시민, 국민들에게 ‘관청이 하는 일인데…뭐가 달라질까’ 하는 의구심을 더욱 키운 셈이 됐다. 지난 번 ‘미디어창’에서 필자는 ‘‘후세의 무지-관청중심’ 대목에서 “나무라고 하는 게 기념공간에 심는 순간에 사실 문화재로 인식하고, 또 역사적으로 인식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기획이 안 된 상태에서 이뤄지다보니까…”라고 인터뷰 도움말을 준 강판권 계명대 교수의 지적은 ‘기념공간에서 나무는 문화재’란 사실을 식물학과 역사, 문화를 압축한 말로서, 비단 대구 뿐 아니라 전국 공무원들에게 들려줄 대목이었다.’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그런데 항일성지에 일본나무가 없다는 대구시의 조사는 단순히 ‘우연한 실수’일까? 한겨레 미디어 관련 보도(2014. 7. 23. 8쪽, 종합) 「방심위 여당쪽 위원들은 ‘짜깁기’라 했지만…/KBS 문창극 보도 ‘이달의 기자상’/심사위원 “언론 기본 정신 지켜”」는 늦었지만 제 정신 지키고 ‘문창극 사태’를 보도한 KBS의 ‘문창극 교회 강연 보도’를 언론 기본 정신에 충실한 보도라면서 ‘제28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자’로 선정한 기자협회의 평가를 다뤘다.

<한겨레> 2014년 7월 23일자 8면(종합)
<한겨레> 2014년 7월 23일자 8면(종합)

그런데 바로 이 보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여당 쪽 위원들은 ‘짜깁기 편집으로 진의를 왜곡했다’고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문창극사태의 핵심은 ‘수첩인사’가 가는 길은 언제나 ‘외눈박이(문제투성이)’라는 것, 문창극 총리 후보는 민족사와는 담을 쌓은 인물로서, 일본에 코를 박은 인사가 한국의 총리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일제의 한국 강점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일제통치에 저항한 수많은 우리 민족, 일제와 싸우다 피 흘린 선열들은 그러면 무어란 말인가? 하는 작은 물음에 문창극은 (한국 사람임을 끝까지 주장하려 한다면) 대답할 말이 없게 된다.

문제는 여전히 있다. 방심위 여당 쪽 위원들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듯한 문창극 감싸기 설교가 아직까지 기독교 보수교단에서는 이어지고 있다. ’항일성지에 일본나무는 없다‘는 대구시 조사 결과는 바로 일부 방심위원들이나 일부 기독교 보수교단(항일을 정부(군국 일본도 정부는 정부이므로)에 대한 반항으로 보고 불온시한 데에는 일제강점기 개신교도, 천주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을 향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다.

대구시의 조사 결과는 기록으로 남으며, 그에 앞서 보고되고, 활용된다. 보고된다는 것은 ‘관청 중심’으로 항일성지 선열정신 훼손의 구심력이 형성된다는 말이고, 그것이 활용된다는 것은 또 다른 ‘후세의 무지’의 씨를 뿌린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항일성지의 왜향나무’ 집중 보도---멀지 않은 어느 날, 항일성지 기념공간의 또 다른 ‘문화재’로 청청하기를 기대한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64]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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