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성지 안녕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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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왜향나무' 집중보도...기념공간 식민잔재 무성, '관청이 주도' 지적


‘일본’이 다시 우리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낙마한 문창극 총리내정자가 일본과 관련해 쏟아온 그 동안의 말이 도화선이 됐다. 일제의 통치를 받은 게 신의 뜻이고, 한국전쟁도 신의 뜻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그에게 차가운, 그러나 국민들의 가슴 속 말로 그의 막가는 ‘언론행보’를 비판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통치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종교적으로는 용인될 수 있지만, 그럼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왜 (독립운동을) 했나" / "6·25전쟁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나라를 지키려고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은 뭐냐"

이 의원은 말한다. 문창극에겐 “사관”이 문제라고. 이 의원이 말한 문창극의 “친일 사관”은 사실은 대다수 언론 보도가 초점을 맞추었고, 국민들이 창피를 참다못해 눈을 부릅뜬 바로 그 대목이었다.---‘일본 극우파들이 그를 칭찬하는’ 그래서 ‘한일관계에서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문창극의 그릇된 역사인식(한겨레, 2014. 6. 25. 4쪽. ‘문창극 낙마’). 일제강점기 한반도엔 국가라곤 일본밖에 없었고, 그 일본에 대항하여 나라 되찾겠다고 목숨 걸고 투쟁한 사람들은 바로 우리민족 아닌가. 문창극의 “친일 사관”은 우리민족을 어떻게 대접하고 받아들이냐는 그의 인격을 드러낸다. 문창극은 이 의원에 따르면 극우 일본인 범주에 드는 인간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가 말한 “친일 사관”의 대단원은 ”일본 만세!”로 맺어질 테니까.

TBC 뉴스8 - 2014.6.8 캡처
TBC 뉴스8 - 2014.6.8 캡처

문창극이 “친일 사관”을 드러내면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을 때 대구경북을 시청권역으로 하는 TBC 대구방송은 나라망신을 시켜온 ”무지한“ 일부가 저지른 행동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한 항일선열, 그 투쟁의 현장, 선열의 안식처를 지금도 망신시키는 현실을 “일본나무”-’왜향나무‘ 군락에 파묻힌 항일성지를 띄워 조용히 일깨웠다. TBC가 6. 8.부터 6. 23.까지 내보낸 왜향나무 집중보도를 본다.

왜향나무 관련  TBC 8뉴스 보도

문창극이 “사관‘으로 뭉갠 민족을, TBC는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선열이란 역사인식을 차근차근 들려주고, 시민사회에서 일고 있는 민족폄훼 극복 운동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창극이 깔아뭉갠 국민=언론소비자/시청자를 TBC는 스토리텔링의 동반자=상대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대조적이었다.

TBC가 역사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는 담론을 연 것은 달성공원 향나무 보존논란 타이틀로 6. 8. TBC8뉴스에서 시작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과 함께 1909년 왜향나무를 심음으로써 전국 방방곡곡에 왜향나무가 ‘천지삐까리’가 되게 한 출발점이 됐다는 것. 여기서 나무를 통한 일본의 한반도 지배가 시작됐다고 이야기의 문을 연 TBC는 ‘항일성지마다 일본 향나무 ‘빼곡’’(6. 11.) 보도에서 항일성지가 이미 무참하게 무너진 현장을 다뤘다. 기자는 이렇게 현장을 전한다.

전국 유일의 항일 애국지사 전용 묘역인 대구 신암 선열공원, 이곳에 일본 특산종인 가이즈카 향나무가 자리한데 대해 진작부터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임진왜란 호국 충의단에도 왜향나무는 군락을 이뤘고, 일제강점기 대구사범 항일 의거의 주 무대인 옛 대구사범학교는 국가현충시설이지만 왜향나무가 무성하다.

TBC 뉴스8 - 2014.6.12 캡처
TBC 뉴스8 - 2014.6.12 캡처

같은 날 집중보도한 ‘일본 향나무 실태파악 전무’에서는 현장이 이렇게 무너졌는데도 대구시는 실태파악은 딴 나라 일인 듯 하고 있는 현실을 전한다. 12일 보도 ‘현충원은 뽑는데 대구는 '감감'은 현충원과 같은 기념공간에서 경비를 떠나 민족정서를 우선 고려해 왜향나무를 제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구, 경북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묵살하고 심지어 일본 향나무를 새로 심는 일까지 빚어지는 시대역행의 현장을 전한다.

왜 이런 역사무지 현실이 줄기차게 벌어지고 있을까. TBC 뉴스8 보도는 그 배경을 ‘후세의 무지’에서 찾았다. 왜향나무가 항일 민족투쟁 역사현장에서 오히려 더 청청한 이유는 역사 공부와는 담 쌓은 후세의 무지에서 비롯되지만 그 무지의 중심에 ‘관청’이 있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해방 뒤에도 일 년 내내 푸르고 잘 자란다는 이유로 관청을 중심으로 계속 확산됐습니다.(일본 향나무 실태파악 전무)

그런데 왜향나무를 이토 히로부미가 심기 시작했고 후세의 무지를 타고 관청이 중심이 돼 왜향나무 심기가 확산된 것은 ‘문화침탈’이라고 규정한다.

‘이토 히로부미-왜향나무 심기 시작→후세의 무지→관청 중심 확산’의 경로를 통해 항일성지는 왜향나무가 판을 치는 ‘문화침탈’의 현장이 됐다는 문제의식 대목은 왜향나무-일본나무가 현장돼야 할 항일성지-민족/호국 성지가 일제 패망 70년이 됐지만 일제의 나무를 통한 우리 역사의식 무너뜨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세의 무지-관청중심’ 대목에서 “나무라고 하는 게 기념공간에 심는 순간에 사실 문화재로 인식하고, 또 역사적으로 인식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기획이 안 된 상태에서 이뤄지다보니까…”라고 인터뷰 도움말을 준 강판권 계명대 교수의 지적은 ‘기념공간에서 나무는 문화재’란 사실을 식물학과 역사, 문화를 압축한 말로서, 비단 대구 뿐아니라 전국 공무원들에게 들려줄 대목이었다.)

TBC 뉴스8 - 2014.6.17 캡처
TBC 뉴스8 - 2014.6.17 캡처

진짜 그런가? ‘校木(교목)이 일본향나무(6. 17.)’ 보도는 초중고 경우 대구는 22%, 경북은 23%가 향나무를 교목으로 선정한 사실을 전한다. 학생들은 왜향나무를 향나무로 배웠으니 배운 대로 자녀들과 후배 학생들에게 가르쳐왔고 앞으로도 가르칠 것이다. 교육을 통해 거꾸로 가는 역사의식은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 혼이 없는 교육-우리의 무서운 장래를 예고하지 않는가.

TBC 8뉴스의 ‘나무를 통한 일본의 독립한국 지배’ 보도는 ‘이젠 바뀌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정리되고 있다. 1회성 보도가 아니라, 시민사회 속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6. 23. 일본나무 바꾸기 시민운동)

TBC 뉴스8 - 2014.6.23 캡처
TBC 뉴스8 - 2014.6.23 캡처

문창극 총리후보 낙마는 역사와 담을 쌓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낳은 필연적 귀결이다. ‘문창극 사태, 식민사관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한겨레, 6. 25. 28쪽, 사람)는 반성이 언론 일각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문창극을 누가 어떤 배경에서 왜 총리후보로 내정했는지와는 별개)이다. 그리고 우리 대구의 TBC는 일본나무(왜향나무, 노무라단풍 등)를 통해 민족의 역사현장을 ‘만화’로 만들면서 우리의 혼을 지배해온 사실을 차근차근 현장 그림을 곁들여 들려줬다. 문창극 식 “식민 사관”이 아니라 선열이 목숨 걸고 싸워 온 역사현장의 흐름-민족사 이야기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들려줬다.

좋은 보도는 좋은 교과서 이상이다. 그것을 TBC의 ‘항일성지의 왜향나무’ 집중 보도는 생생하게 보여줬다. 방송의 독립성, 깨어 있는 기자정신이야말로 민생, 교육, 호국, 민족정신, 우리문화…에서 활력소란 사실, 다시 말할 필요가 있을까.






[평화뉴스 미디어창 26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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