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서 겨우 쉬는 대학 청소노동자, 인력감축에 "또 나가라니"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6.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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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대, 건물 지으면서 청소인력은 줄이고...5년간 30% 감축 "재정난" / 노조 "직고용·인력충원" 30일 파업


정숙자(62.가명)씨는 경산시 하양읍 대구가톨릭대학교 효성캠퍼스에서 6년째 청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강의실과 화장실, 복도, 화단 등을 쓸고 닦아도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강의실 청소 후 건물 밖 화단에서 쓰레기를 줍는 청소노동자(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의실 청소 후 건물 밖 화단에서 쓰레기를 줍는 청소노동자(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특히 올해부터 3명이서 하던 일을 2명이 하게 되면서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아침 7시에 나오고 있다. 오전 9시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강의실 청소를 끝내야 하지만 업무량이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주어진 일을 할 시간조차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두 동으로 이어진 5층짜리 건물 안팎을 청소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지만 오히려 용역업체 관리소장은 '제 때 끝내지 못했다'며 시말서를 요구하고, 추가 업무까지 지시한다. 햇볕이 내리쬐는 요즘 분주히 움직이다보면 9시도 안 돼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는 "인력을 줄일 때는 업무에 지장 없을거라 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어지럽거나 더러우면 바로 달려와 청소하라고 닦달한다"며 "옆 건물에 들어온 카페 바닥까지 쓸고 닦으라 해서 못하겠다 했더니 시말서를 써라고 했다. 기가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빈 강의실을 청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청소노동자들(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른 아침부터 빈 강의실을 청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청소노동자들(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매일 청소해야 하는 강의실 열쇠들(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매일 청소해야 하는 강의실 열쇠들(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기숙사 청소도 마찬가지다. 3년 전 15층짜리 기숙사 건물이 새로 지어졌지만 그동안 추가 배치된 인원은 1명 뿐이다. 10년째 기숙사 청소를 하는 허모(63)씨는 방학 때면 재단 행사나 외부일정으로 방문객들이 많아져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상황에 새 건물까지 청소할 면적이 늘면서 매일 녹초가 된다.

이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한 달을 꼬박 일해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을 적용한 136만원 가량으로 십 수년째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당은 점심값 7만원과 연차수당, 20만원씩 연 3회 상여금이 전부다. 이마저도 2013년 27일간의 파업 끝에 얻어낸 성과다.

휴게실도 열악한 형편이다. 비교적 최근 지어진 건물 5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물에는 휴식용 공간이 따로 없다. 창고나 기계실로 쓰던 곳을 휴게장소로 바꾼 것이 전부다. 건물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이들의 공간은 마련되지 못했다. 계단 밑 1평도 안 되는 작은 골방은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아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이 곳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학생들의 발소리가 쿵쿵 들린다.

1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골방에서 식사하는 대가대 청소노동자들(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골방에서 식사하는 대가대 청소노동자들(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청소노동자들이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계단 밑 작은 창고(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청소노동자들이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계단 밑 작은 창고(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가톨릭대는 재정난을 이유로 2015년 2명, 2016년 6명, 2017년 1명을 줄인 데에 이어 2018년 9명, 2019년 9명의 인력감축안을 내놨다. 2014년 85명에서 9명 줄어 현재 76명인 청소노동자들을 2019년까지 58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5년간 27명, 전체 31%의 인력감축으로 줄어드는 지출은 인건비 4억여원이다. 청소노동자 9명이 정년 퇴직하고 건물 두 동이 새로 지어졌지만 추가 고용된 이들은 없었다.

휴식을 취하러 들어가는 청소노동자(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휴식을 취하러 들어가는 청소노동자(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가대 청소노동자 인력감축안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가대 청소노동자 인력감축안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17.6.20)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은 20일 오후 경산시 하양읍 대구가톨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인력 감축계획 전면 재검토"와 "청소노동자 직고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건물이 늘어나도 청소 노동자들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대학본부는 재정난에 따른 고통분담을 말하지만 인정할 수 없다"면서 "대학본부의 일방적 고통강요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재 청소 인력 감축과 관련해 대학 본부에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오는 22일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전체 조합원 57명은 29일 본부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갖고, 30일 하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광옥 대구가톨릭대 시설지회장은 "우리가 로보트도 아니고 더 이상 이런식으로는 일을 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청소노동자 일자리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든 청소노동자(2017.6.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학 청소노동자 일자리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든 청소노동자(2017.6.20)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대가대 홍보팀 관계자는 "대학구조조정으로 지난 3년간 정원 200여명이 줄고, 9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 청소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경상비를 줄이고 있어 대학본부는 교직원 채용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근무여건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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