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비정규직...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불안'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 입력 2015.08.1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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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명 전원 용역업체 24곳 계약직...노조 "직고용ㆍ임금 현실화" / 철도공사 "어렵다"


60대 A씨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에서 올해로 7년째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역내 화장실, 승강장, 출입구 계단을 쓸고 닦다보면 온몸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는다. 하루 평균 2만여명이 오가는 역사를 청소해 받는 월급은 160만8천원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하면 기본급 168여만원에 상여금과 연차수당까지 더해 최소 월 2백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7년째 일해도 월급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홀로 두 자녀를 키워야하는 빠듯한 생활에 '은행빚'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매년 용역업체와 고용계약을 갱신해야 해 고용불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혼자 힘으로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7년째 지하철 청소일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용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보니 늘 불안한 환경에서 제대로 목소리 한 번 못 내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반월당역 화장실을 청소하는 비정규직 A씨(2015.8.12)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지하철 1호선 반월당역 화장실을 청소하는 비정규직 A씨(2015.8.12)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 18년째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대구철도공사의 직고용"과 "임금 현실화"를 촉구한 반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직고용에 대해 "당장은 어렵다", 임금 현실화에 대해서는 "용역업체의 노사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11일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는 1호선 170명, 2호선 167명, 3호선 77명, 본사와 차량기지 40명으로 모두 454명이다. 1997년 대구지하철 1호선 개통 후 18년간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원청이고, 원청과 계약한 24개 청소용역업체가 해마다 노동자들과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다.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은 하청업체 계약직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분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지침'도 발표했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는 지난 6월 정부의 보호지침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안정 실천 협약식'을 갖고 "무기계약직 호봉제 도입,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2015.8.1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대구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2015.8.1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위원장 권택흥)'은 11일 대구도시철도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대구시민 세금으로 용역업체 배불리는 '쪼개기 위탁'을 철폐하고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직접고용 △직접노무비 산출내역 공개 △24개 청소용역업체에 대한 철저한 행정감독 실시 △시중노임단가 100%적용 △도시철도 3호선 쉼터환경 개선 등을 대구도시철도공사에 촉구했다.

'3호선 쉼터 개선'을 촉구하는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들(2015.8.1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3호선 쉼터 개선'을 촉구하는 대구지하철 청소노동자들(2015.8.11)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권택흥(46) 민주노총 대구일반노조 위원장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청소노동자를 직고용하면 업체에게 무리하게 지급하던 비용을 절감하고,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업체가 바뀔 때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방영태(57) 대구일반노조 부위원장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위탁한 24개 업체에 지급되는 대금만 연간 8억여원"이라며 "시민 혈세로 용역업체만 배불리는 '쪼개기 위탁'을 철폐하라"고 했다. 또 "2012년부터 정부는 비정규직노동자 직접노무비 산출내역서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며 "대구지하철 노동자 임금산출내역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 시책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호선 안심역에서 전동차 청소노동자로 8년째 일하고 있는 오복순(57) 대구일반노조 1호선전동차지회장은 "노조와 교섭의무가 있는 업체 2곳이 단체교섭을 거부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고소된 상황에도 철도공사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기업보다 더 엄격히 업체를 감독해야하는 공사의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대구도시철도공사 홍보실은 11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지하철 노동자들과 용역업체간의 고용, 임금 등 교섭 문제는 원청 대구도시철도공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직고용에 대해서는 "당장은 어렵다"며 "향후 추진계획에 따라 합리적인 고용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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