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목련시장 노점 30년여만에 철거...상인들 무기한 농성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0.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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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90명·차량 5대 동원, 적치물 30여동·현수막 수거 / 노점상들, 대부분 자진 철거 "상생하자더니"


목련시장 입구에서 붕어빵 노점 가판대를 철거하는 철거팀(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목련시장 입구에서 붕어빵 노점 가판대를 철거하는 철거팀(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도로가에 놓인 노점상들의 좌판을 철거하는 수성구청 직원(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도로가에 놓인 노점상들의 좌판을 철거하는 수성구청 직원(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 수성구(구청장 이진훈)가 30여년만에 목련시장 노점들을 모두 철거했다. 상인들은 수성구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해 구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예고했다.

13일 오전 10시, 지산동 용학로 일대 노점 적치물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이 실시됐다. 지난 6월 수성구가 '도로법 위반'을 이유로 노점상들에게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낸지 4달만이다. 철거에는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노상적치물 철거팀 90명과 수거차량 5대가 동원됐다. 이들은 1시간 가량 좌판 잔해물을 비롯해 도로가에 묶여있는 현수막, 입간판 등을 수거했다. 1980년대부터 도로를 따라 좌판을 펴고 영업해 온 노점상들은 이로써 30여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앞서 이날 새벽 노점상 30여명은 충돌로 인한 부상을 우려해 좌판을 대부분 철거한 상태였다. 노점상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들은 10시 30분쯤 철거된 자리에서 '노점 생존권 보장하라', '일방적 거리가게 조성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30분가량 집회를 열었다. 이후 수성구청 앞에서 "지금 자리에서 노점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며 1시간 가량 농성을 이어나간 뒤 해산했다. 이들은 오는 16일 오전부터 구청 앞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구 수성구청 (2017.10.13)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 수성구청 (2017.10.13)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용학로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목련시장 노점 대체 부지(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용학로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목련시장 노점 대체 부지(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상생'을 내걸고 시작한 거리가게 조성 사업이었지만 1년여만에 파행에 이르게 됐다. 수성구는 '통행 불편'과 '교통체증'을 이유로 목련아파트 북편 일대를 대체 부지로 선정했지만 노점상들은 오르막 경사가 심하고 유동인구가 적어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수성구가 제안한 대체 부지는 현 위치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아파트 뒤편으로 주로 주민들 주차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대체 부지 선정 과정에서 노점상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른 상생위원회가 대체 부지를 선정할 당시 위원회 구성원에 노점 대표의 몫은 없었다. 또 노점상들이 좌판 폭을 90cm로 줄이고 도로 주차를 하지 않겠다고 먼저 제시했지만 수성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이전 부지에 폭 1m×너비 2.5m 규모의 계단형 데크를 설치해 입점 신청을 받고 있다. 대체 부지에는 노점상 38명 가운데 7명이 신청했고, 현재 1명이 영업 중이다.

좌판이 철거된 자리에 현수막을 들고 농성 중인 목련시장 노점상들(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좌판이 철거된 자리에 현수막을 들고 농성 중인 목련시장 노점상들(2017.10.13.수성구 지산동)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좌판이 철거된 자리에서 노점상들은 고개를 숙였다. 건어물 노점상 이근태(73)씨는 "전통시장 어딜가도 노점 없는 곳은 없다. 다들 불편을 감수하고 서로 합의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수성구만 유일하게 노점들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희(61)씨도 "상생하자면서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노점상들도 시민이고 지역 주민이다. 우리를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배재현 수성구 도시디자인과 가로정비팀장은 "노점상들을 수 차례 만나고 설득했지만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좋게 해결되길 바랐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노점상들이 대부분 자진 철거해 큰 충돌은 없었지만 앞으로 단속반이 수시로 노점 영업을 단속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체 부지 이전을 원한다면 영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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