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토론도 않고 상생? 목련시장 노점 이전에 입장차 여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6.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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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정비 담당자, 정책토론 불참 "노점 입장만 대변, 시민사회가 부추겨"...구청-노점상 1년여간 평행선만


목련시장 노점 이전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수성구 노점 정책에 대한 많은 의견이 오고갔지만 당사자인 수성구 가로정비 담당자가 불참하면서 어떠한 의견 교환도 하지 못 한채 구청과 노점상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상생'을 위한 수성구 노점정책 토론회(2017.6.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상생'을 위한 수성구 노점정책 토론회(2017.6.8)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8일 오후 2시 수성구의회 회의실에서 김성년 수성구의원과 반빈곤네트워크, 인권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더불어 상생을 위한 수성구 노점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목련시장 가로 정비에 대해 지난 1년여간 수성구청과 노점상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계각층의 정책 제안과 구청의 입장을 듣고 서로간의 의견조율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당초 참석하기로 한 배재현 수성구 가로정비팀장이 불참하면서 타 지자체의 사례, 시민사회, 구의원 등의 제안은 정책 당사자에게 전해지지 못 했다. 오는 7월 대체부지와 공모절차가 완료되면 수성구청이 노점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예상되고 있지만 서로간의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란선->파란선) 목련시장 노점상 대체부지 이전안(2017.4.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노란선->파란선) 목련시장 노점상 대체부지 이전안(2017.4.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배재현 가로정비팀장은 <평화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토론자 구성을 보니 노점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대외적으로 구청 밖에서 노점 계획 백지화를 위해 집회를 열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이 같은 토론을 할 수 없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또 "당사자와 논의하려해도 시민사회가 이를 막고 있어 대화나 의견조율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노점상에게 구청 앞에서 데모를 100번하면 된다는 식으로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기능과 주민통행권을 확보하고, 노점상들에게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정책인데 무조건 백지화하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대화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때문에 이날 토론은 오상운 노원구거리가게상생위원장, 박성태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 정책국장, 김성년 수성구의원,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등 4명이 패널로 나와 수성구의 노점정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체부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목련시장 노점상들(2017.4.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체부지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목련시장 노점상들(2017.4.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노점상들의 반대에도 대체부지 이전을 결정한 수성구 거리가게상생위원회(2017.4.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노점상들의 반대에도 대체부지 이전을 결정한 수성구 거리가게상생위원회(2017.4.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성년 수성구의원은 "구청은 조례 제정부터 이해 당사자를 배제해왔다. 정책을 먼저 수립하고 노점상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통보"라며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단속이 능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수성구가 토론 참석여부를 번복한 것에 대해 "상생위원 위촉 당시 노점상들 안나오는거 똑같은거다. 되새겨서 상생위원회 구조가 어떤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상운 노원구상생위원장은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간 합의 없이 원하는바를 관철하려 한다. 관 주도의 일시적 상생은 오래가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노점상을 배제한 노점정책은 있을 수 없다"면서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좌우할 수 있는 위원회임에도 그 구성과 운영은 노점상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타 지자체와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구체적 상생 방안도 제시됐다. 박성태 민주노련 정책국장은 "서울 25개 구청 전체 노점 감축 수는 179곳인 반면 대구 수성구에서만 327곳에 이른다. 수성구청은 이 같은 숫자를 노점담당부서의 성과라고 보여주고 있다"며 "노점은 하나의 직업일 뿐 정비 대상이 아니다. 불법탈세 노점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수성구청은 노점상들과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까지 노점 80곳을 정비하겠다는 노점정비 계획 / 자료.수성구
2018년까지 노점 80곳을 정비하겠다는 노점정비 계획 / 자료.수성구

앞서 수성구는 '수성구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때부터 노점상을 배제한 채 노점 정비를 추진해왔다. 부구청장을 비롯해 교수·변호사·디자이너 등 전문가 집단으로 상생위원회를 꾸리고 노점 대체부지 이전을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점상들은 11명 중 노점 몫으로 2명이 배정된 것이 정당하지 않다며 상생위 참여를 거부했다. 지난 2011년 서울 노원구가 상생위원회 10명 중 구청 측 5명, 노점·시민사회측 5명씩을 위촉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시민사회의 참여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들 때문에 당사자간 협력 조차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2일부터 노점상들이 수성구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정비계획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구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불법노점(적치물) 정비 종합계획'을 세우고 오는 2018년까지 목련시장,신매역 등의 노점 80개를 정비하겠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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