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가 대구 기초 지자체 가운데 노점 단속과 정비를 위한 예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9월 초 목련시장 노점 강제 철거까지 예고하자 시민사회가 "즉각 중단하고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반빈곤네트워크(대표 박명애)가 대구 8개 구·군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노점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2016년 수성구 노점정비 예산은 전년도 대비 60% 가량 늘어난 2억1천만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8곳 평균 정비 예산 7천8백만여원의 세 배 가량이었다.
같은해 과태료 부과 금액도 4천만여원(144건)으로 서구 다음으로 많았다. 전년도 52만원보다 80배 가까이 더 걷힌 셈이다. 트럭에 과일을 싣고 팔던 A씨는 최근 두 달간 수성구로부터 40만원짜리 과태료 고지서를 7번이나 받았다. 노점 수도 2015년 602곳에서 2016년 275곳으로 1년간 전체 노점의 54%인 327곳이 줄었다. 서울 25개 구 전체 감축 노점 수 179곳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치다.
수성구가 올해 2월 발표한 '2017 불법노점(적치물) 정비 종합계획'에 따르면, 지산동 목련시장을 시작으로 수성동아백화점, 수성·신매·상동·중동시장 등 6곳을 '노점 밀집지역'으로 정하고 3진아웃제 도입. 잠정 허용구역·실명허가제 실시, 규격화된 판매대 설치 등을 통해 일제 정비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노점 적치물 계도·단속을 전담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 6명을 비롯한 전담인력 18명을 채용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행정대집행을 통해 목련시장 노점을 정비한다. 이미 지난달 28일 1차 계고장을 보내고 오는 13일까지 자진철거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노점상 대부분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이달 말 2차 계고기간이 끝나면 용역을 동원해 노점들을 강제 철거할 계획이다.
수성구는 목련시장 노점 정비에 앞서 대체부지 이전안을 두고 지난 1년여간 노점상들과 수 차례 협의해왔지만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점상들은 오르막 경사가 심하고 유동인구가 적어 상권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수성구는 '통행 불편'과 '교통체증'을 이유로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수성구는 현 위치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아파트 담벼락 뒤편을 대체부지로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반빈곤네트워크, 인권운동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지역 19개 시민사회단체는 11일 오전 수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점상들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정비"이라며 "물리적·폭력적 단속이 아닌 합리적 대화 방식으로 노점 정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공무원에게는 성과로 기록될 수 있지만 노점상들에게는 생존권을 말살하는 행정"이라며 "하루 벌어 먹고사는 영세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민호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거리에 나온 노점상들을 폭력으로 대해선 안된다"며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상생안을 모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련시장 건어물 노점상 이상희씨는 "1년째 대화는커녕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노점상들의 생존 수단을 강제로 빼앗으려 한다"며 "더이상 갈 곳이 없다"고 했다. 반면, 배재현 수성구 가로정비팀장은 "지난 1년간 충분히 심사숙고했다"며 "계획대로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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