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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와 평등한 세상
[김윤상 칼럼] "강고한 불평등 구조, 그러나 인류 역사는 평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2018년 03월 19일 (월) 10:36:49 평화뉴스 pnnews@pn.or.kr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존엄하다는 큰 원칙은 지구상에서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1948년의 국제연합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권리는 모두 똑같다.”고 선언하고 제2조에서는 “인종, 피부색, 성.... 등에 따른 어떠한 구분도”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의 헌법에도 이런 평등 조항이 들어 있다.

불평등이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원칙을 세우고 법제도를 다듬는다고 해도 오래 뿌리내린 불평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진작 시정되었어야 할 문제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이제야 터져나오는 데서 보듯이, 구조적 불평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불평등 개혁이 어려운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불평등 구조의 상위 그룹에 속하는 ‘갑’은 당연히 변화를 원치 않는다. 하위 그룹에 속하는 ‘을’ 중에서도 기존 구조에 적응하여 나름의 위치를 확보한 경우에는 역시 변화를 원치 않는다. 변화는 불안정을 의미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더 불리해질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적응을 못한 ‘을’ 중에도 ‘사회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변화에도 거부 반응 보이거나 매우 소극적이 된다. 고정관념이 판단력을 마비시켜 이해관계마저 초월한다. 더구나 기존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피해자가 소위 ‘2차 피해’를 입는 사회 풍토가 있을 때 ‘을’의 #미투는 더 어렵다.

   
▲ 사진 출처.무료 이미지 사이트 PIXBAY.COM

그래서 강고한 불평등 구조를 바꾸는 운동이 점화되려면 용기 있는 소수 선각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어야 하고, 또 운동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참정권을 예로 들자면,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많은 노력과 희생에 힘입어 1920년대에 겨우 여성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남성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 여성들마저 “여자가 무슨 정치?”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미투보다 더 힘든 과제

그 외에도 평등한 사회를 위한 과제는 많다.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주어지는 지위인 신분, 성별, 인종 등에 의한 차별이 부당하다는 원론에는 상당수 사람들이 동의하기 때문에 #미투는 그나마 공감대를 쉽게 획득한 편이다. 반면 겉으로 선택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어쩌면 #미투보다 더 힘든 과제가 된다.

예를 들어보자. 성별과는 달리 학벌은 본인의 노력과 능력도 작용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학벌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더라도 학벌 취득 기회가 균등하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누구나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면 된다는 것이다. 또 토지가 인간의 노력과 무관하게 천부된 것이지만 토지를 매입할 기회가 균등하다면 토지 소유자가 불로소득을 얻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누구나 투자 전망이 좋은 땅을 매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서울중심주의 때문에 지방 사람이 차별받더라도 서울로 이사할 자유만 균등하게 보장되면 괜찮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서 어느 쪽으로 공격할지를 추첨에 의해 결정하고 전후반 공격 방향을 바꾸지도 않으면 어떨까? 형식적 기회균등의 관점에서 보면 추첨보다 더 나은 방법도 없지만, 백이면 백, 이런 경기는 당연히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 해법은?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게 최선이고, 전후반 또는 더 자주 공격 방향을 교대하는 것이 차선이며, 그게 어렵다면 유불리에 따라 가/감점을 주어 양 팀에 실질적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팀이 누리는 지위는 특권이고 그 반대 팀이 겪는 불리한 대우는 차별이다. 신분, 성별, 인종 등에 따른 특권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없애기 어려운 특권, 더 나아가서는 토지소유권처럼 그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어 공인하기까지 하는 특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특권 취득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면서 특권에서 생기는 이익을 환수하여 공평하게 처리해야 한다.

특권이익의 크기는 엄청나다. 이를 재원으로 삼으면 누구나 살맛나는 세상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또 특권이익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등한 지분을 갖는다. 그러므로 베짱이도 개미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지분으로 자기 삶을 떳떳하게 보장할 수 있다.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비관하는 분도 많겠지만 필자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전제군주정이 민주정으로 바뀌었고, 노예제가 철폐되었으며,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하였듯이 인류 역사는 평등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다고 미리 포기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멀어도 바른 길로!

   





[김윤상 칼럼 75]
김윤상 / 경북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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