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버블, 근본 대책은 불로소득 차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상 칼럼] 버블의 종국은 경제위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기대한다


가상화폐 돌풍이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는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을 말하는데 상식적인 의미의 화폐는 아니고 10년전 쯤 유행한 싸이월드의 ‘도토리’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상화폐는 실물의 뒷받침이나 정부의 보장이 없는데도 단지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투기가 번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작년 한 해에만 가격이 15배 이상 올랐다. 이런 현상을 역사상 악명 높은 투기-파국 사례인 네덜란드 튤립 광풍(1637), 영국 주식 버블(1720)에 비유하면서 경계하는 사람도 있다. (두 사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 글의 끝에 있습니다.)

1월 8일에는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이 가상통화 취급업소 폐쇄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한다고 발표하였고, 11일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역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가상화폐 가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수차례 경고와 규제 방침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가상화폐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주는 부작용을 낳았는지, 가격은 계속 올랐다.

버블의 종국은 경제위기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나라 사정은 좋지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글로벌 뉴스통신 블룸버그는 “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도, 블록체인 플랫폼 웹스가 지난해 11월에 전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상화폐 업계 발전을 주도하는 나라는 일본(27%)에 이어 러시아(15%), 한국(15%), 미국(14%)이라는 응답이 나왔다고 전한다. 수십 년간 부동산 투기에 시달려 왔고 부동산과 금융이 결합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까지 겪은 우리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향신문> 2018년 1월 12일자 6면(금융/재테크)
<경향신문> 2018년 1월 12일자 6면(금융/재테크)

투기에서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공통성이 있다. 처음에는 설령 실수요 증가에 의해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상승 추세가 이어지면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고 가수요는 다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투기에 의한 막대한 불로소득이 세인의 공통 관심사로 등장하면 너나없이 투기 대열에 뛰어든다. 처음에는 자기 자금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자금을 차입하여 투기를 하게 된다. 불어나는 가수요로 인해 가격이 끝을 모르고 치솟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 상승이 둔화되고 급기야 가격 하락이 시작된다. 투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서 매각 희망자가 많아진다. 무리해서 투기 대열에 참여했던 사람은 투매를 불사한다. 그로 인해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한다. 투자자 개인의 파산이 시작되고, 동원된 자금 중 금융기관 차입금 비중이 큰 경우에는 금융기관 파산으로 이어진다. 급기야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되면서 총체적 경제 위기가 닥친다. 투기-버블 형성-버블 붕괴-경제위기의 순이다.

근본대책은 불로소득 차단

문제를 예방하려면 그 원인을 제거하여야 한다. 버블 위기는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내재적 약점, 거대한 불로소득, 부적절한 유동성이 결합하여 발생한다.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해결하면 버블 위기는 막을 수 있다. 단기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눈치를 보면서 이리저리 쏠리는 인간의 내재적 약점은, 정부가 교육이나 종교를 지원함으로써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는 어렵다는 게 우리 상식이다.

그러면 정책 수단으로는 불로소득 차단과 유동성 관리가 남는다. 둘 중 근본적인 대책은 불로소득 차단이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투기를 할 리가 없다. 유동성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투기와 버블을 막기 위한 목적만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다만, 버블의 급격한 확대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서 유동성 관리는 필요하다. 상승 국면에서 과도한 대출 확대를 억제하다든지, 하락 국면에서 유동성의 급격한 경색을 막는 등의 조치는 도움이 된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실수요라는 게 있을 수 없고 가상화폐 거래도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도박과 닮은꼴이다. 일시적 오락용 도박은 허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일부의 불장난 때문에 우리 모두가 망할 수는 없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기대한다.






[김윤상 칼럼 74]
김윤상 / 경북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참고자료]
네덜란드 튤립 광풍(1637)과 영국 주식 버블(1720)
(출처: 김윤상, "버블 비극과 지공주의", 『위기의 부동산』, 후마니타스, 2009: 100~118.)

네덜란드 튤립 광풍


튤립은 터키에서 유럽으로 건너갔다고 하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아름다운 개량종이 나타나서 사람들의 특별한 애호를 받게 되었다. 상류층에서는 희귀하고 아름다운 튤립을 재배하는 것이 자랑이 되었다. 그러자 좋은 품종의 튤립 구근(球根)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가격이 상승하는 걸 보고 튤립과 무관한 사람들까지 다투어 구근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튤립의 구근을 거래하는 상설시장이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 생겼다. 현물거래 외에 선물거래가 도입되고 드디어 선물거래가 현물거래를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가격이 끝없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부자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재산을 팔아 튤립에 투자를 했고 빌릴 수 있는 돈은 다 빌려 투자를 했다. 최상품이었던 황제튤립은 구근 하나에 6천 길더까지 거래되었는데 당시 서민 가정의 20년 생활비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1637년 2월 종말이 갑자기 닥쳤다. 팔자는 주문이 쇄도하고 시장이 마비되었다. 정부는 매매가격의 3.5%만 지급하면 채무관계가 정리되도록 조치했다. 집 판 돈, 빌린 돈으로 투기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해 동안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영국 주식 버블

‘버블’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사례이다. 영국은 스페인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일어난 전쟁(1701~1714)으로 막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부는 남해주식회사(South Sea Company)에 국채를 넘기면서 그 이자를 지불하기로 하고 아울러 노예거래 독점권, 스페인 식민지와의 통상 독점권 등도 덤으로 주었다.

남해주식회사는 인수한 국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는데, 회사의 평판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가 상승은 투기를 낳고 투기는 다시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여 주가가 끝없이 상승하였다. 그러자 남해주식회사를 모방한 다른 회사들이 속속 생겨났다. 남해주식회사는 특권이라도 있어 주가 상승의 이유가 다소간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신설회사는 그런 이점도 없으면서 맹목적인 주식 투기 열풍에 묻어 재미를 보았다. 심지어 ‘아무도 내용은 모르지만 큰 이익을 내는 사업’(an undertaking of great advantage but no-one to know what it is)을 내걸고 설립된 회사가 2천 파운드 투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회사를 당시에 ‘버블’이라고 불렀다.

이런 엉터리 회사를 막기 위해 정부가 1720년 6월 버블금지법을 제정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주식의 거품이 붕괴하고 버블의 원조인 남해주식회사의 주가마저 급락하고 말았다. 수많은 지주, 상인, 서민이 자산을 잃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도 큰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영국은 1세기 동안 주식회사 설립을 금지하였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