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 경비원들, 추석 5박6일 112시간 일해도 70시간은 '무급'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9.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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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머물러도 7시간만 근무인정, 나머지 '휴게시간'
시급 9,607원 최저임금...고령 노동자들 명절마다 '설움'
노동부 개정안에도 강제성·처벌규정 없어 현장선 '꼼수'
노조 "불합리, 처우개선" / 교육청 "해석에 차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말한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니까. 그런데 우리 학교 경비원들은 가족과 헤어져 학교에 내내 갇혀 라면만 먹으며 일해야 한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송원영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당직분과장의 말이다. 송 분과장은 "비상식적인 휴게시간과 구멍가게보다 적은 임금 탓에 명절만되면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송원영 대구 학교 당직 경비원 노동자가 발언 중이다.(2022.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송원영 대구 학교 당직 경비원 노동자가 발언 중이다.(2022.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학교 당직 경비원 노동자들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5박 6일 꼬박 학교에 갇혀 일한다. 명절 기간 장시간 노동도 서러운데, 전체 112시간을 일해도 70시간은 무급노동에 시달린다. 

24시간 학교에 있어도 7시간만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휴게시간으로 규정한 탓이다. 매년 명절마다 고령의 학교 경비원들이 '무임노동' 설움을 겪어도 대구시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지부장 김윤순)는 7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당직 경비원들은 이번 추석에도 단 하루를 쉴 수 없다"며 "강은희 교육감은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무료노동 관행과 휴일 없는 연속근무의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경비원 근로시간 1일 8시간 이상 보장 ▲유급휴일 주1회 보장 ▲교육공무직과 동일하게 유급휴일 수 보장 등을 요구했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2022.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2022.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당직 경비원은 교직원 퇴근부터 출근 전까지 경비 업무를 하는 노동자로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대부분이다. 특수운영직군으로 분류돼 교직원과는 다른 처우를 받는다. 그 동안 비정규직으로 용역업체에 채용돼 학교에서 일했다. 하지만 앞서 2018년 대구교육감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현재 근로계약 당사자는 강은희 대구교육감이다. 이렇게 고용된 대구 학교 경비원은 모두 400여명에 이른다.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에 퇴근한다. 하루 16시간 학교에 머물며 근무하지만 근무시간은 7시간만 인정한다. 나머지는 '휴게시간'으로 규정한 탓이다. 임금도 7시간으로 계산해 지급한다. 금요일~월요일 3박 4일 학교에서 머물며 일해도 휴게시간 탓에 노동 시간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한다. 

명절에는 더 심하다. 연휴 기간 내내 학교에서 나홀로 경비를 서지만 7시간 근로시간 규정에 묶여 사실상 '무임노동'을 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8일 오후 4시부터 13일 오전 8시까지 5박 6일, 112시간을 일하지만 42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고 나머지 70시간은 휴게시간에 묶여 임금을 받지 못한다.

월급은 기본급 186만8,000원, 식대비 14만원(하루 4,600원, 한끼 1,500원)이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9,607원으로 최저임금(2022년 9,160원)보다 조금 높다. 보장된 휴일은 월 2회, 무급 휴일뿐이다.  
 
'학교 당직 경비원 무료노동과 휴일 없는 연속근무 개선 촉구'(2022.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학교 당직 경비원 무료노동과 휴일 없는 연속근무 개선 촉구'(2022.9.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년 명절마다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의 허점에 있다. 학교 당직 경비 노동자의 경우 고용노동부 승인을 거쳐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감시적·단속적 근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한계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노동부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을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고용부 훈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경비원이 학교(사업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그대로 두고 휴게시간만 늘려 임금을 줄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내용이다. 이처럼 개정안이 나오면서 문제가 해결되나 했지만 현장에서는 꼼수가 판치고 있다. 하루 2번 출근, 하루 2번 퇴근시키는 방식까지 나왔다. 

노조 항의에도 교육청은 고용부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 자체에 강제성이나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조는 국회에 국정감사를 포함해 강제성을 담은 법안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계약상 문제는 없다"며 "고용부 개정안도 유예기간이 있고, 휴게시간 해석에도 차이가 있어 조금 더 지켜보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노조 요구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검토해봐야겠지만, 예산 부족 문제가 있어 현재로선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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