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 확진·의심' 16명..."명백한 산재, 대책 마련"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3.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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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 폐CT 검진 / 32.4% '이상 소견'
대구 13명 '폐암 의심'·경북 3명 '폐암 확진'
노조 "조리흄 줄이고 인원 충원, 개선 시급"
대구·경북교육청, 환기·시설개선 "검진강화"


대구경북지역 학교급식실 노동자 가운데 16명이 폐암 확진 또는 폐암 의심 판정을 받았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 흄(Cooking Fum)'이 실제 급식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래 여성 폐암 조발생률과 비교해도 급식노동자 폐암 발생률은 최대 16.4배에 달했다. 지역뿐 아니라 전국 급식노동자들이 비슷했다. 급식노동자 10명 중 3명이 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였다.  
 
"골병들어 죽겠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학교 급식노동자 피켓팅(2022.10.15) / 사진.전국학비노조
"골병들어 죽겠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학교 급식노동자 피켓팅(2022.10.15) / 사진.전국학비노조

전국 급식노동자 32.4% '이상 소견'...폐암 조발생률 최대 16.4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만안)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학교 급식종사자 폐CT 검진 결과(2023년 3월 7일 기준)'를 보면, 전국의 학교 급식노동자 4만2,077명 수검자 가운데 1만3,653명 폐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검사자의 32.4%, 10명 중 3명 폐에서 이상 증상이 나온 것이다. 특히 '폐암 확진', 4단계 '폐암 의심' 노동자는 모두 341명이나 됐다. 

국가암통계(폐암 확진자)에 나온 '10만명당 여성 폐암 조발생률'과 비교하면, 전국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발생률은 적으면 4.5배에서 많게는 16.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학교 급식종사자 폐CT 검진 결과(2023년 3월 7일 기준) / 자료.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17개 시.도 학교 급식종사자 폐CT 검진 결과(2023년 3월 7일 기준) / 자료.민주당 강득구 의원실

대구 '이상 소견' 39% '폐암 의심' 13명...경북 '이상 소견' 25% '폐암' 3명   

지역별로 보면 ▲대구교육청 검진 대상 2,019명 중 '이상 소견 있음'은 39.12%인 790명으로 조사됐다. 708명 '양성결절', 4명은 '양성결절 B', 65명은 '경계선 결절', 12명은 '폐암 의심', '폐암 매우 의심'은 1명이다. 반면 60.87%인 1,229명은 '이상 소견 없음'으로 나타났다.

▲경북교육청은 2,834명 검사자 가운데 '이상 소견 있음'은 25.58%인 725명으로 조사됐다. '양성결절'은 643명, '양성결절 B'는 5명, '경계선 결절' 74명, '폐암 의심'·'폐암 매우 의심'은 0명이다. '폐암 확진' 노동자는 3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9명(74.41%)은 '이상 소견 없음'으로 조사됐다.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노동자 3명 중 2명은 수술 후 복직했고 조리실무노동자는 질병 휴직 중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상 소견 있음'은 경기도가 3,840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이 1,997명, 인천이 882명이다. 대구는 790명으로 전국에서 네번째로 이상 소견자가 많았다. 이어 전남 780명, 경북은 725명으로 전국에서 여섯번째로 폐CT 이상 소견 노동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노동자 폐CT 검진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2023.3.14) /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급식노동자 폐CT 검진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2023.3.14) /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눈물 쏟은 노동자들 "교육당국이 열악한 급식실 방기...명백한 산재, 대책"

노동자들은 교육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미향)은 지난 14일 서울 노조 사무실에서 '폐암 검진결과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대표적 교육복지 제도가 학교 무상급식인데 학생들 밥을 만드는 동안 급식노동자들은 폐암, 폐 이상 소견이라는 충격적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열악한 급식실 환경을 방기해 벌어진 일이다. 명백한 산업재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요구했다.

대책으로 ▲학교급식실 적정 인원 충원 ▲급식실 조리흄 노출 빈도 최소화(고온 기름 튀김·볶음·구이 줄이기) ▲환기시설 등 환경 개선 ▲급식노동자 1인당 학생 배치 기준 하향 등을 촉구했다. 

급식노동자들은 기자회견 중 눈물을 쏟았다. 10년차 학교급식실 노동자 A씨(서울)는 "동료가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번 검사에서 무서운 폐암이 내게도 발견됐다"며 "조기에 발견한 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목숨이 달린 일이다. 빨리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윤근 소장..."여성 폐암 조발생률 최대 16.4배 높아"(2023.3.14)/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이윤근 소장..."여성 폐암 조발생률 최대 16.4배 높아"(2023.3.14)/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폐CT 검진 결과 분석자)은 "조리흄은 미세먼지의 100분의 1 크기인 초미립자로 온몸에 퍼진다"며 "발암물질 전달자 역할을 하면서 폐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 사실로 나타난만큼 당장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는 앞서 13일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학교급식노동자 폐CT 결과와 관련한 경북교육청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대구·경북교육청 "개선 사업"→99개교 예산 35억...환기개선·현대화, 검진 강화  
  
교육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교육청(교육감 강은희)과 경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에 17일 확인한 결과, 급식실 환경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 질환 심각, 문제 해결하라" 경북교육청 앞 기자회견(2023.3.13) / 사진.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
"폐 질환 심각, 문제 해결하라" 경북교육청 앞 기자회견(2023.3.13) / 사진.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

급식실에 대용량으로 찜, 튀김, 삶기, 볶음 등 각종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리흄(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발암물질로 폐암의 원인)', 가스, 기름 방울 등을 급식실 밖으로 정확하게 배출시키기 위해 급식실을 증축·개축하는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후드 덕트 청소비를 지원하거나 위생관리시스템(HACCPP) 설치를 지원하고 환기시설도 추가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예산을 반영해 각 학교로 집행한다. 대구교육청은 2023년 예산 18억원을 반영해 환경개선 작업을 한다. 경북교육청은 환기시설 개선시설비용 17억원을 예산에 편성해 올해 내로 급식실 환기시설을 개선한다. 다만 개선 작업을 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대구는 56개교, 경북은 43개교에 불과하다. 

급식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검진도 강화한다. 대구교육청 안전총괄과는 올해 전체 급식노동자를 대상으로 폐CT 검진을 받도록 확대한다. 이상 소견이 나올 경우 추가 검진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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