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학교 급식노동자, 두번째 '폐암' 산재 인정..."노동환경 열악"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6.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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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A씨, 작년 50대 B씨 이어 두 번째...'전국 34명'
환기 안되는 좁고 습한 급식실, 20년 가량 튀기고 굽고
노조 "1인당 학생수 타지역 2배, 대체인력제도 형식적"
대구교육청 "건강검진 기준 낮추고, 조리환경 개선"


폐암 판정을 받은 대구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사례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지부장 정경희)는 21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학교 급식실 폐암산재승인 및 산업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얼마 전 대구지역의 한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으로 인해 산재를 인정 받은 사실을 밝혔다. 
 
밥솥을 들고, 반찬을 굽고, 설거지 하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 /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밥솥을 들고, 반찬을 굽고, 설거지 하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 /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노조에 따르면, 대구 한 고등학교에서 18년간 급식실 조리실무원으로 일한 60대 여성 노동자 A씨는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폐암으로 인한 산재 승인을 받았다. 폐암으로 급식실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 받은 것은 대구에서 두 번째다. 대구 한 학교 급식실에서 17년간 조리실무원으로 일한 50대 여성 노동자 B씨가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뒤 지난해 12월 산재 승인을 받은 것이 지역 첫 사례다. 

두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열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좁고 습한 급식실에서 20년 가량 일했다는 점을 산재 요인으로 봤다. 또 학생 1,000여명분 음식을 튀기고 굽고 찌고 삶는 등 복잡한 조리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발생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정유진 노무사가 대구교육청 앞에서 발언 중이다.(2022.6.21) /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정유진 노무사가 대구교육청 앞에서 발언 중이다.(2022.6.21) /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노동자 A씨 산재 사건을 담당한 정유진 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조리실에서 현장 조사를 해보니 대형 조리도구와 큰 솥들에서 발생되는 연기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보고 '무조건 산재가 되겠다'고 직감했다"며 "근무 중 식사와 휴식이 불가능했고 육체적·정신적 부담 정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또 "1인당 담당 식수인원이 많고 연장근무도 빈번했다"면서 "튀김과 구이 등의 조리가 많은 것에 비해 환기시설은 노후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승인 대책 촉구 기자회견(2022.6.21) /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대구지부
   
▲ 정경희 지부장이 강은희 교육감에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2022.6.21) / 사진.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전국적으로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 판정을 받은 것은 34명에 이른다. 이 중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음식을 만드는 조리실무원이 대부분이고 10년차 이상 베테랑들이 많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5월말까지 전국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신청 건수는 64건으로 34건이 산재로 인정됐다.  

노조는 부족한 급식노동자 숫자와 유명무실한 대체인력제도를 원인으로 꼽았다. 대구 학교 급식노동자 1인당 학생수는 타지역에 비해 2~3배 많다. 적은 숫자로 많은 학생을 담당하다보니 산재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또 대체인력제도의 경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근자가 발생할 경우 대체인력 없이 급식업무가 진행되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인력충원, 업무강도 경감, 현실적 대체인력제도 마련 등 급식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대구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대책을 마련을 약속했다. 교육청 한 관계자는 "환기시설을 정비하고 시설 현대화 공사를 진행해 안전한 급식실을 만들도록 각 학교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폐 건강검진 기준을 10년 이상 노동자에서 5년으로 낮추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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