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한 중학교 급식실 조리원 노동자 50대 A씨는 20년 급식실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척추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했다. 동구 한 고등학교 급식실 노동자 50대 B씨도 20년 넘게 일 하다가 지난해 무릎에 큰 통증을 느껴 수술을 받았다. 모두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수성구 한 고등학교 급식 노동자 50대 C씨는 지난해 '유방암', 서구 한 초등학교 급식 노동자 50대 D씨도 올해 '유방암'에 걸렸다. 서구 한 중학교 급식 노동자 40대 E씨는 재작년 '자궁암' 판정을 받았다. 일부는 복직했지만 몇몇은 결국 퇴사했다. 모두 급식실에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들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지부장 정명숙)는 27일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병에 암까지 급식 노동자들이 아프다"며 "강은희 교육감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경기도에서 학교 급식실 조리사들이 폐암으로 산재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오면서 전국 학교 급식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평화뉴스 취재 결과, 대구지역에서는 알려진바로는 아직까지 폐암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다. 하지만 유방암, 자궁암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이른바 '골병(骨病)'은 10명 중 8명이 치료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 다리, 무릎, 허리, 손목, 어깨, 손가락, 목 등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노조가 지난 2019년 10월 21일~11월 6일까지 대구 학교급식 노동자 4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8.94%가 1년간 질환으로 "치료 받은 적 있다"고 했다. 질환 부위는 "손목과 손"이 최다였다.
노조는 급식실 작업환경이 노동자들의 질병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수백도 가스레인지 앞에서 튀기고, 볶고, 굽고 요리를 하다보니 "일산화탄소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암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수십 kg 쌀포대와 식재료를 직접 나르거나 조리기구, 급식판 등을 광내고 삶는 행위는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지목했다.
특수건강진단이란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사업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건강진단이다. 급식실은 유해인자 업장에 해당하지 않아 그 동안 특수검진에서 제외됐다.
정명숙 지부장은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은 건강한 노동자의 안전한 조리환경에서 시작된다"며 "골병에 암까지 속추하는 급식실에서는 건강한 밥상과 건강한 아이들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구교육청은 대책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내달 산업안전보건위를 열어 예비조사 학교를 뽑아 실제로 급식실 위험 요소를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대구교육청 교육복지과 한 학교급식안전담당자는 "6월 말 산안위를 열어 예비조사 초·중·고 각 1개교를 정해 미리 살펴본 뒤 실제 위험이 있다면 검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TF팀을 꾸려 위험 식단 줄이기, 화기·환기시설 교체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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