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2백억 '메타버스', 체험관 하루 방문객 12명..."혈세낭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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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지사 '메타버스 수도'→메타버스과학국 신설
전체 사업예산 5천억, 올해 국비 172억 등 221억
체험관 13억, 올해 4천여명 방문 하루 12명 '저조'
행감 "디즈니도 포기해...부실·안이, 사업 접어야"


◆경상북도는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 사업과 관련해 '메타버스 수도'를 선포하고 전체 사업비 5천억 투자를 발표했다. 올해 투입한 예산만 국비 172억원 등 모두 221억원이다. 

경북도청 안민관 1층 로비에 예산 13억원을 들여 도민 체험형 '메타버스 체험관'도 설립했다. 증강현실 기기를 통해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메타버스 아바타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아바타에 얼굴을 합성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이철우 지사가 지난해 12월 개관식에서 메타버스 XR(확장현실)을 체험하기도 했다. 지방 국회의원들과 지자체가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체험관 이용 실적은 저조하다. 올해 방문객은 4,200여명, 하루 평균 고작 12명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어린이들과 메타버스 체험존 개관식에서 기기를 체험 중이다.(2022.12.27) / 사진.경상북도
이철우 경북지사가 어린이들과 메타버스 체험존 개관식에서 기기를 체험 중이다.(2022.12.27) / 사진.경상북도


◆경북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메타버스 사업 전반에 대해 질타했다. 이춘우(영천) 기획경제위원장은 지난 15일 메타버스과학국에 대한 행감에서 "메타버스 사업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 하려는 집행부의 태도는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또 "무리하게 도민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필요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경북도의원들도 잇따라 성토했다. "혈세 낭비" 지적에, "메타버스 사업 폐지" 요구까지 나왔다.  

이선희(청도.국민의힘) 의원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는 메타버스 전략 부서를 해체했고, 국내외 대기업도 메타버스 사업 규모를 축소한다"며 "예산 적정성을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또 "매년 사업명이 바뀌고 계획도 부실한 것은 집행부의 방향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왼쪽부터)행감 중인 국민의힘 이선희, 강만수, 최병근, 박용선, 김진엽 의원(2023.11.15) / 사진.경북도의회
(왼쪽부터)행감 중인 국민의힘 이선희, 강만수, 최병근, 박용선, 김진엽 의원(2023.11.15) / 사진.경북도의회


강만수(성주.국민의힘) 의원은 "메타버스 체험관 실적이 저조하다"며 "방문객 분석도 하지 않는 소규모 체험관조차 제대로 활용 못하면서, 메타버스 수도를 표방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에서 유일하다는 메타버스과학국 명칭에서 아예 메타버스를 삭제라하라"고 주문했다. 최병근(김천 제1.국민의힘) 의원은 "예산 대비 실적이 저조한데 지속할 수 있겠냐"며 "획기적인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선(포항 제5.국민의힘) 의원은 "우후죽순 치킨점, 노래방처럼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게 지방정부 현실이지만 이건 아니다"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특화사업에 집중하고, 메타버스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김진엽(포항 제8.국민의힘) 의원은 "'메타버스 아카데미'는 전년 대비 올해 예산이 증가했지만 참여 인원은 반토막"이라며 "많은 예산이 투입된만큼 성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메타버스는 한때 국내 많은 지자체가 우후죽순 뛰어들었다가, 이제 너도나도 사업을 접는 추세다. 

개념을 보면 메타버스란 가상세계 공간을 활용한 디지털세계다. 현실과 상호작용하거나 현실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온 초월세계다. 기술 발전과 합쳐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현실의 각종 분야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비접촉) 기조로 더욱 주목 받았다. 
 

(왼쪽부터)행감 중인 국민의힘 이선희, 강만수, 최병근, 박용선, 김진엽 의원(2023.11.15) / 사진.경북도의회
(왼쪽부터)행감 중인 국민의힘 이선희, 강만수, 최병근, 박용선, 김진엽 의원(2023.11.15) / 사진.경북도의회
 

정부를 포함해 경기도, 광주, 제주도, 충남도 등 전국 지자체 14곳이 메타버스 관련 정책, 사업을 추진했다. 글로벌기업, 국내 대기업들도 메타버스 부서를 만들거나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하면서 지자체들은 잇따라 메타버스 관려 정책을 폐기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개념이 어렵다는 부분에 동의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면 이해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최혁준 경상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이 행감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2023.11.15) / 사진.경북도의회
최혁준 경상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이 행감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2023.11.15) / 사진.경북도의회


최혁준 경북도 메타버스과학국장은 행감에서 "메타버스는 산업적인 측면이 있고 기업체 발전 측면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봐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의원님들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저희가 (시골)촌에 가서 어른들에게 메타버스 이야기를 해도 무엇인지 잘 모르더라. 그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여다. 이어 "언론에 설명해도 같이 계신 분들이 이해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닌 눈으로 보도록 하는 게 제일 좋은데, 아직 미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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