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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자 인권 침해하는 '과잉보도'
<신문윤리> 어린이 일기장 공개, 집 주변 사진...경향.조선.동아 등 9개사 "경고"
2012년 10월 18일 (목) 11:28:49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전라남도 나주 성폭행 사건을 다룬 전국 일간지들이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무더기 '경고'를 받았다.

한국신문윤리위위원회는 2012년 9월 기사 심의를 통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를 비롯한 전국 일간지 기사 47건에 대해 경고(13건)와 주의(44건)를 줬다. 특히, 경고를 받은 13건 가운데 9건이 나주 성폭행 사건 관련 기사로, 신문윤리위는 "사회적 공기로서 국민의 인권과 사회 정의를 위해 앞장서야 할 언론매체들이  심신 양면으로 큰 상처를 입은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과잉보도로서 또 한차례 정신적 고통을 주고 명예를 훼손하는 등 인권 침해 결과를 초래"했다고 '경고' 이유를 밝혔다.

<나주 성폭행 사건 보도로 '경고'를 받은 전국 일간신문 기사>

경향신문 9월 1일자 1면「‘간호사’ 꿈꾸던 명랑한 7살•••“가족과 함께 함께 할 때가 가장 즐거워”」기사. 사진
경향신문 9월 3일자 4면「범행 이동 경로•••CCTV는 없었다」제목의 사진
경향신문 9월 3일자 5면「범인, 얼굴 알아봐 목졸라 죽이려 했었다」기사의 관련 사진
동아일보 9월 1일자 A3면「“애들은 잘 있죠” 범행 직전 PC방서 아이엄마에게 물어봐」기사와 관련 그래픽,
동아일보 9월 4일자 A14면「나주 성폭행 여아 재수술 안할 듯」제목의 기사
조선일보 9월 1일자 A4면「태풍 몰아치던 날••• 강둑에 버려진 채 11시간 떨던 일곱 살 아이」관련 그래픽
매일경제 9월 4일자 A31면「피해자 지원예산 1인당 고작 6만원/성범죄 피해아동 치료비에 또 운다」기사
문화일보 9월 4일자 3면「‘내 아이 일처럼’•••‘나주 피해兒’ 돕기 밀물」 기사
연합뉴스 9월 4일자 사회면(최종수정 08시 11분)「“나주 성폭행 피해자 재수술 고려안해”」기사
한겨레 9월 4일자 3면「3~6개월 배변주머니 의존해야•••급성 스트레스 시달려」기사
한국경제 9월 4일자 A32면「나주 성폭행 피해 초등생 몸에 ‘잔인한 흔적’」기사
한국일보 9월 4일자 6면「피해아동 급성 스트레스 증상 심각/병원측 “감염 증세땐 재수술해야”」기사


‘경고’를 받은 신문을 보면, <경향신문>은 9월 1일자 1면에「'간호사' 꿈꾸던 명랑한 7살•••“가족과 함께 할 때가 가장 즐거워"」제목으로 피해 어린이의 일기장을 입수해 글과 그림 등 그 내용을 기사와 사진으로 공개했다.  신문윤리위는 이에 대해 "피해자인 어린이의 사생활 보호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012년 9월 1일자 1면

또, <동아일보>는 9월 1일자 지면에 누구나 피해 어린이의 집과 부근의 위치를 잘 알 수 있도록 대형 항공사진을 게재했을 뿐 아니라, 사진에 피해 어린이의 집을 특별히 붉은 원으로 표시하고 범인의 범행 경로와 부근의 지명까지 기록하고는 각 범행경로의 주요 지점간 거리까지 세밀하게 표시했다. 그리고 사진 옆에 범인이 각 지점을 거쳐 가면서 범행한 상황을 시간대별로 설명해주는 별도의 표까지 첨부했다. <조선일보> 역시 9월 1일자에 피해 어린이 집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명, 범인의 범행경로를 시간대별로 말해주는 대형 지역그래픽을 게재해 누구라도 한 눈에 피해 어린이의 집과 주변 위치를 잘 알 수 있도록 했다.  

   
▲ <동아일보> 2012년 9월 1일자 3면('제2 조두순' 고종석 사건 충격)

신문윤리위는 이와 함께, 동아일보를 비롯해 매일경제, 문화일보, 연합뉴스,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일보에 대해서도 "피해 어린이의 치료상황을 전하면서 신체부위와 장기, 그리고 이들의 손상정도 • 치료상태 등을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특정하거나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012년 9월 1일자 4면(사회)

신문윤리위는 "이같은 보도와 편집은 피해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한차례 더 정신적 충격과 불안을 줄 수 있으며 피해 어린이가 자라면서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또한 피해 어린이가 사는 지역을 상세하게 공개함으로써 그 이웃 주민들까지 물심 양면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적 공기로서 국민의 인권과 사회 정의를 위해 앞장서야 할 언론매체들이  심신 양면으로 큰 상처를 입은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과잉보도로서 또 한차례 정신적 고통을 주고 명예를 훼손하는 등 인권 침해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신문의 공신력을 크게 떨어트릴 우려가 있다"며 '경고' 이유를 밝혔다. (신문윤리강령 제2조「언론의 책임」, 제5조「개인의 명예존중과 사생활보호」,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③(선정보도의 금지), 제11조「명예와 신용존중」①(개인의 명예 • 신용 훼손금지), 제12조「사생활 보호」③(사생활 등의 사진촬영 및 보도금지) 위반)

   
▲ <조선일보> 2012년 4월 30일자 10면(사회)
이 같은 '과잉 보도'는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청소년 자살' 관련 보도에서도 지적됐다. 신문윤리위는 지난 5월 기사 심의에서 "사실 보도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상세하게 보도했다"며 경향신문과 매일경제,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대해 '주의'를 줬다. 

당시 <경향신문>은 4월 20일자「짧았던 마지막 등굣길..."이 학교 된 것 좋아했는데, 친구야 잘가"」, 4월 24일자「헤어진 여자친구에 메시지 남기고...고교생 잇단 자살」기사를, <매일경제>는 4월 27일자에 「중학생 또 투신...베르테르 효과?」, <동아일보>는 4월 30일자에「대구-경북 중학생 투신 이달만 세 번째..."특단대책 세워야"」, <조선일보>는 4월 30일자에「대구서 또 중학생 투신 자살...부모 이혼 등 가정사 고민」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윤리위는 이들 기사에 대해 "자살 보도는 그 자체로 이를 접하는 다른 이들에게 자살 충동을 줄 수 있으며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자살사건은 같은 또래에게 더 큰 자살충동을 줄 수 있다는 학술보고가 많다"며 "그런 점에서 위 기사 내용은 청소년 자살에 대해 사실 보도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상세하게 보도했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7조「범죄보도와 인권존중」④(자살보도의 신중) 위반)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하순에 기사.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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