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한국패션연'...잇딴 구조조정·임금체불, 손 놓은 대구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3.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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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산업부 지원 끊긴 뒤 직원 66% 퇴사, 15억 체불·채무
원장 공석에 분원 매각 중단, 당연직들은 이사회 불참..."노력 중"
영세 봉제업 5백여명 '도움' 호소에도 방관...공대위 "해결 나서야"   


존폐 위기에 놓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대해 대구시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공공운수노조·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공공운수노조대경본부·대구참여연대·대구경실련이 참여하는 '패션연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션연 해산을 조장하는 대구시·산업부를 규탄한다"며 "무책임한 행태를 멈추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패션연 운영 중단 해결 촉구 기자회견(2022.3.2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패션연 운영 중단 해결 촉구 기자회견(2022.3.22.대구시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대위는 "패션연 운영이 중단되고 종사자들은 퇴사와 생계 위협에 내몰렸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급여를 한 푼도 못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사태를 해결 할 당연직 이사인 대구시·산업부는 3월 예산마저 미지급하고, 분원 매각 심의마저 중단해 해산을 조장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고용 정원 65명에서 현원 29명으로 줄었고, 휴직자 7명을 빼면 22명만 남았다"며 "수수방관하는 지자체와 정부 행태를 보면 더 많은 직원을 털어내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이어 "대구 3개 섬유전문연구원(섬개연·다이텍·패션연) 중 대구시가 유일하게 운영 보조금을 주지 않는 곳은 패션연 뿐"이라며 "동일한 성격의 사무위탁사업을 하는데도 차별 대우를 한다"고 꼬집었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 사진.한국패션연
대구시 동구 봉무동에 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 사진.한국패션연

  
특히 "패션과 봉제라는 업종 특성상 운영비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대구시는 일부 지원 사업마저 타 기관으로 이전했다"며 "사태를 해결하고자 지역 시민사회와 직원들은 각고의 노력을 하고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방관적 태도로 일관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때문에 공대위는 ▲당연직 이사들 이사회 참석 ▲분원 매각 심의 진행 ▲신임 원장 선임을 촉구했다. 

22일 대구시와 노조의 말을 종합하면, 패션연은 정부(산자부)·지자체(대구시·경북도) 출자기관으로 2010년 4월 대구 동구 봉무동에 설립돼 12년간 섬유 관련 전문 생산 기술·정책을 연구하는 전문연구소로 운영됐다. 지자체·정부로부터 매년 20~30억원 예산이 지원됐고 직원 60여명이 근무했다. 

하지만 수년간 적자와 오랜 기간 원장 공석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다. 몇년간 예산 지원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2018년부터 '국가 보조금 일몰제' 적용으로 운영비 지원이 끊겼다. 패션연 산하의 '대구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옛 한국패션센터)' 운영권도 뺏겼고, 정부로부터 사업 수주도 끊기다시피 했다. 

자구책으로 고용 인원을 66%가까이 줄였고 임금을 줄이는 노력을 했지만 경영난은 풀리지 않았다. 패션연 건물도 경매에 붙여지는 위기에 놓였고 세금 체납에 통장이 압류되는 어려움마저 닥쳤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소개글 / 사진.한국패션연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소개글 / 사진.한국패션연


보조금 사업이 줄어든 데다가 패션과 봉제업체 등 대부분 영세 소기업 지원이 주된 사업이라 자체적으로 일감을 만들거나 돈을 버는 게 힘든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말 이사장과 이사가 사퇴했고 원장 직무대행마저 사표를 썼다. 원장 공석에도 대구시는 신임 원장 공모를 내지 않고 있다. 또 운영권을 쥔 대구시, 경북도, 산업부의 당연직 이사 3명은 이사회에 불참해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존폐 위기 속에서 임금체불 등 15억원대 채무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퇴사자들이 밀린 임금과 퇴직금 정산을 요구하며 작년 10월 법원에 가압류 지급 명령 신청을 냈고, 현직자들은 작년 11월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며 패션원 분원 '의류봉제지원센터(서구 평리동)' 부동산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매각비는 4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운영난을 해결할 수 있지만 대구시는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 

박경욱 한국패션산업연구원지부장은 "영세 봉제업자 500여명이 도움을 호소하는 서명을 쓰고, 노동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해봐도 대구시가 나서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내부 직원들이 극단적인 생계의 위협에 내몰려도 나몰라라하는 대구시의 무책임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정상화 노력 중"이라며 "기관 해산은 일방적 주장일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신임 원장 공모하는 것도 차츰 해결되지 않겠냐"면서 "당연직 이사들의 이사회 참석 여부는 대구시가 아닌 본인들의 결정이다.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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