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연구원 죽음 둘러싼 '언론 갑질' 논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1.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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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매체 2차례 '비리' 혐의 보도 후 2주만에 숨져...
유족·노조 "추측성 보도로 인한 타살...진상규명" / 시 "감사 검토" / B매체 "사실관계 확인 중"


대구 A연구원의 죽음을 둘러싸고 '언론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대구북부경찰서(서장 이상탁)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시쯤 북구 산격동 대구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해당 센터 책임행정원 A(5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문이 잠긴 자신의 차량에서 발견됐고, 주변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A씨는 숨지기 전 대구 B매체 소속 C기자를 지칭해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그동안 당신 글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해보았는지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가 쓰던 컴퓨터에서 올해 4월부터 대관 문제를 놓고 C기자와 갈등을 겪어온 과정이 설명된 문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대구시 출자출연기관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산하 대구패션센터에서 16년간 전시장 대관 업무를 맡아왔다.

A씨가 숨지기 전 C기자에게 보낸 문자 / 사진 제공. 공공연구노조
A씨가 숨지기 전 C기자에게 보낸 문자 / 사진 제공. 공공연구노조

앞서 C기자는 지난달 16일, 30일 두 차례에 걸쳐 A씨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B매체는 C기자는 "A씨가 대관 신청자에게 수시로 뇌물을 받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왔으며 대구시와 패션연구원은 이를 알고도 A씨를 인사조치 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현재 B매체는 두 기사 모두 삭제한 상태다. 앞서 해당 언론사 사장은 지난 2일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면서 "C기자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파면하겠다.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은 "무책임한 추측성 보도이자 외압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장례까지 미룬 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3일 대구시 관계자를 만나 ▷고인에 대한 의혹 진위 파악 ▷패션산업연구원에 대한 감사 ▷잘못이 드러날 경우 관계자 문책 ▷권 시장의 조문과 유족과의 만남 등을 촉구했다. A씨의 아들 D씨는 "언론의 정확하지 않은 기사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며 "대구시가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유족들은 대구패션센터 로비에 고인의 빈소를 차린 상태다. 이 자리에서 김태한 대구시 비서실장은 "시장님에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C기자가 보도한 A씨 관련 기사는 이미 삭제됐다
C기자가 보도한 A씨 관련 기사는 이미 삭제됐다
대구시 관계자들을 만난 유족들(2017.11.3.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시 관계자들을 만난 유족들(2017.11.3.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민주노총공공연구노동조합(위원장 김준규)도 같은날 대구참여연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고 ◯◯◯ 조합원 사망 관련 진상규명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박대병 오규섭 조광현 김준규)'를 꾸리고 유족과 공동대응에 나섰다. 대책위는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패션산업연구원이 C기자의 갑질을 무책임하게 방조하면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법적 검토가 끝나면 검찰에 C기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김진혁 공공연구노조 조직국장은 "C기자는 고인을 압박하기 위해 음해 기사를 썼고 대구시는 패션연과 고인에게 각종 자료를 요구하며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이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욱 패션산업연구원노조지부장은 "고인은 원칙대로 대관 업무를 처리해왔고 오히려 비원칙적인 요구를 저항해온 사람"이라며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족,시민사회 기자회견(2017.11.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A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족,시민사회 기자회견(2017.11.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영기 대구시 섬유패션과장은 "C기자가 패션센터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 (고인에게) 전화 했을 뿐"이라며 "시는 업무에 대한 조사만 가능하다. 개인적 의혹은 대상도, 조사할 수도 없다. 압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한영 대구패션산업연구원 경영관리팀장은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첫 기사 이후 C기자에게 보도에 대한 근거 공개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내용증명을 보내 대응하려 했는데 고인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패션연구원은 고인의 죽음 이후 대관 업무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개선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해당 언론사인 B매체 관계자는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C기자는 제보를 받아서 기사를 썼으며 보도 전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유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C기자에게도 수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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