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패션센터 노동자 떠난지 50일, 장례조차...무책임한 그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12.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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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직무대행 합의문 협상 중 "아프다" 입원→차기 대행, 합의 거부 "이견" / 대책위 "시간끌기, 고인 모독"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기자의 갑질을 세상에 알리며 대구패션센터 책임행정원 손모(57)씨가 세상을 떠난 지 50여일. 그의 주검은 여전히 차가운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50일 넘게 검은 상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 

손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 10월 31일로부터 꼭 50일째가 된 지난 19일. 손씨의 외동아들인 30대 손모씨는 생업도 접고 50일째 상복을 입고 아버지의 분향소를 지켰다. 당초 대구패션센터에 차려졌던 분향소는 기자가 소속된 <쿠키뉴스>의 공식 사과문 게재 이후 현재 대구시 동구 봉무동 한국패션산업연구원으로 옮겼다. 아들은 매일 아침 이곳으로 와 분향소를 지키다 저녁에 귀가하고 있다. 

대구 동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차려진 손모씨 분향소(2017.1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차려진 손모씨 분향소(2017.12.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왜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을까. 손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책위와 사측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원장 직무대행 주태진 본부장·이사장 김광배)이 합의문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 십여차례 협상이 진행됐지만 사측은 합의문에 최종 사인을 하지 않고 있다.

합의문 내용은 ▲유족에 대해 공상에 준하는 보상 ▲재발방지 대책 발표 ▲명예회복을 위한 명예수석행정원 추서 ▲노사 공동 명의의 장(葬) ▲유족의 업무상재해 신청에 대한 의견서 제출 등 6가지다. 합의문은 마련된 상태며 유가족은 대책위를 통해 동의를 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유 없이 체결을 미루고 있다.

대책위는 고인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생산 기술연구소 한국패션산업구원이 대구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한 대구패션센터 책임행정원으로 16년 대관업무를 담당하다가, 쿠키뉴스 대구경북본부 50대 김모 기자의 비판성 보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업무상재해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김 기자가 손씨가 근무한 기관에 대한 대관 청탁을 했고 손씨가 거절하자 압박할 목적으로 기사를 써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김모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쿠키뉴스 측도 이를 인정하는 듯한 사과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모 기자는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0일째. 상복을 입고 영정에 선 고인의 아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0일째. 상복을 입고 영정에 선 고인의 아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해당 언론사와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사측이 합의문 체결을 지연해 장례는 치러지지 못하는 셈이다. 하지만 앞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 직무대행 김창규 경영기획실장은 한 차례 합의문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김 직무대행은 최종 협상 중 '아프다'고 말하고 병가를 낸 후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차기 직무대행주태진 본부장은 김 실장 사인에 대해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대책위와 재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아들은 "아버지 명예회복 전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연구원 측이 빨리 아버지를 편안히 모실 수 있도록 사인을 했으면 한다. 연말에도 해결이 안된다면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욱(한국패션산업연구원 고(故) 손OO 사망관련 진상규명대책위 집행위원장) 한국패션산업연구원노조지부장은 "사측이 고인 죽음에 대해 무책임하게 방관하며 의도적으로 시간끌기에 나서 고인을 모독하고 있다"면서 "합의문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하루 빨리 사인해 유가족의 슬픔을 끝내자"고 주장했다.

반면 주태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 직무대행은 "합의문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위로 방법에 이견이 있다"며 "조율 과정이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이 나도록 노력하겠다"고 20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하지만 "개인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에 따라야 하지 않겠냐"며 "원장이 있다면 모르지만, 유고시에 나는 업무대행에 불과하다. 혼자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전임 원장이 자진 사임한 후 반년 가까이 원장 공석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후보 2명을 놓고 심사에 있다. 신임 원장 승인은 내년 1월이 돼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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