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논란과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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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ㆍ영남일보 '여론화' / 매일신문ㆍTBCㆍKBS...침묵의 카르텔?


연간 시민들 세금 약 400억원을 쓰는 대구지역 연구원이 있습니다. 신입 사원 채용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있었고, 중앙정부 감사를 통해 심사위원이었던 A씨가 '징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차기 연구원 원장으로 내정되었습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지역언론은 이 문제를 찰지게 취재보도하고, 해당 연구원의 '채용 특혜' 이외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취재해야 할테지만, 정작 지역의 몇몇 언론은 취재보다는 '보도자료'만 그것도 일부 보도자료만 뉴스로 만들었을뿐, 지역사회 여론에 침묵했습니다.

'침묵'하고 '담담'했던 <매일신문>, <TBC>는 왜 그랬던 것일까요?

김창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 내정자, 자진 사퇴   

결국 김창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연구원)원장 내정자가 28일 사퇴했습니다.
연구원 노조와 지역시민사회단체에서 '징계 대상자가 차기 연구원에 내정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연구원을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을 꾸준히 보도했습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3년 3월 20일 / 3월 25일 방송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3년 3월 20일 / 3월 25일 방송

하지만 원장 선임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원 이사회는 '나몰라라~' 했습니다. 그에 호응하듯 일부 언론은 이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방관자로써 제 몫(?)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인물이 전격 사임하면서 연구원 이사회 측과 '침묵'했던 언론이 머쓱해졌습니다. 대구지역 주요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섬유업계와 일부 언론의 합작으로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있었던 주요 현안이 지역시민사회단체와 또 다른 일부 언론의 노력 끝에 해당 문제를 수면위로 부각시켰고, 향후 제2,3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한국패션센터와 한국봉제기술연구소가 지난 2010년 통합해 만들어졌으며 대구시와 경상북도로부터 43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는 등 매년 중앙과 지방정부로부터 200억원 가량의 예산을 받아 운영된다고 합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원이지만,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은 '묘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운영과 채용 및 인사문제 등은 늘 '의혹'수준에서 제기되었을뿐, 사실관계가 불분명했었는데요. 여론에 떠밀려 대구시는 2012년 8월 연구원에 대한 첫 감사를 진행합니다.

'채용비리' 논란, 결국 중앙정부 감사서 밝혀져

대구시 감사결과에 따르면 '당해 연도의 인력운영계획을 수립하지 아니하고 인력 운영', '원장은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될 수 없음에도 인사위원회 개최 시 위원장을 겸하도록 하는 등 인사위원회 구성 운영이 부적정', '정규직 전환 임용 부적정', '인사규정상 자격기준에 부적합한 계약직원을 연구원으로 임용' 등 연구원의 직원 채용 및 인력 운영이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2013년 1월 초 대구MBC가 연구원의 인사 난맥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도하게 됩니다.  대구시 감사결과가 핵심을 비껴나 약간 심심했다는 점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구MBC의 보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 대구시 공무원 자녀 특혜채용 (1.24) ▲ 패션연구원 전직 공무원 낙하산? (1.25) ▲패션연구원 채용 규정 허술 (1.28) 등을 통해 나타난 연구원의 인력운용문제의 핵심은 "논란에 휩싸인 공무원 자녀 및 낙하산 인물 대부분은 대구광역시와 경북도의 섬유관련 부서와 관계가 있고, 이들은 연구원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유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대구시 출연기관이 신입 직원을 채용할 때 정당한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는 대구시 또는 경북도에 관련부서 공무원의 자녀 또는 관계자를 채용하는 형식이었고, 그들 대부분은 연구원에 지원하는 운영비 및 사업비를 담당하는 부서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즉 '짜고 치는 고스톱' 형태로, 대구시나 경북도에서는 연구원에 예산을 책정해주고, 연구원은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연관된 인물을 '공채가 아닌 공채' 형식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이죠. 대구시 감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영남일보> 3월 27일자 30면(오피니언) '취재수첩'
<영남일보> 3월 27일자 30면(오피니언) '취재수첩'
대구 경실련은 대구MBC에서 제기한 사안에 대해 상급기관인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이하 지식경제부로 통일)에 감사 요청을 했고, 그 감사 결과가 3월에 발표되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3일 연구원 특혜채용 의혹을 불러일으킨 면접관 4명에게 "1개월내 징계하라"고 연구원측에 요청했고, 연구원은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 면접관 4명중에 한명이 연구원 이사회에서 차기 원장으로 내정한 김창규씨였습니다. 지역사회는 반발했고, 연구원 이사회는 '큰 결격사유가 아니다'면서 연구원장으로 내정했고, 이후 국민권익위 감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김창규 원장 내정자는 자진 사임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원 논란 보도 온도차, 왜?

언론이 제기했던 '의혹'이 중앙정부 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반성하고 후속대책을 취해야 할 연구원은 오히려 '괜찮다'면서 해당 인물을 차기 연구원장으로 내정했고, 이사회의 상식 이하 태도에 지역사회는 또다시 들끓었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구시 출연기관의 비상식적 행위를 바라보는 지역언론의 태도에 온도차가 컸습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2013년 3월 한달간 연구원 사태를 취재한 언론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매일신문><TBC대구방송><KBS대구>는 사태 '외면' 및 '침묵' , <대구 MBC>와 <영남일보>는 현안 '적극 취재' 및 '여론화'로 그 특징을 보였습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논란 <매일신문><영남일보> 보도 현황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논란 방송 3사 저녁 메인뉴스 보도 현황

KBS 뉴스 9 / 3월 20일부터 발생한 KBS전산마비 사태로 20~24일 뉴스자료는 KBS대구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기간 뉴스는 모니터과정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KBS 뉴스 9 / 3월 20일부터 발생한 KBS전산마비 사태로 20~24일 뉴스자료는 KBS대구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기간 뉴스는 모니터과정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매일신문과 TBC, 왜 이러는걸까요?

모니터기간동안 <매일신문>, <TBC> 가 보인 태도는 동일합니다. 딱 2건의 기사. 그 기사도 모두 중앙부처 보도자료 1건, 해당인물이 사퇴했다는 사실관계 1건 밖에 없습니다. 그 이외에 후속 및 추가 취재를 하거나, 대구시 감사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거나, 국민권익위 감사의 맥락을 소개하거나, 지역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기위한 노력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매일신문> 3월 29일자 14면(경제)
<매일신문> 3월 29일자 14면(경제)
'채용 특혜'논란이 된 인물이 있었고, 중앙정부 감사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징계’요청을 해당 기관에 요청했고, 지역사회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인물이 차기 원장으로 선임되면 안된다는 여론이 있었고, 결국 해당 인물이 자진사퇴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매일신문>, <TBC>의 역할은 거의 미미했습니다.

물론 특정현안에 대해 보도방향을 정하는 것은 언론의 몫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설정한 보도방향과 뉴스 밸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독자의 역할일텐데요.

<매일신문>, <TBC>가 이리도 소극적이었던 이유, 매일신문 출신 인물들간에 침묵의 카르텔, 즉 '제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우정구 원장(4월 1일 사퇴)은 매일신문 편집국장 출신이고, 현재 TBC 대표이사 김정길씨는 매일신문 전 부사장 출신입니다. '매일신문-TBC-한국패션산업연구원'간에는 매일신문 출신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이들 간에 끈끈한 연대가 지역사회 주요현안, 특히 자신(섬유업계 기득권)들과 연관된 주요 현안에 대해 마사지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 우정구 전 원장이 2009년 8월 한국패션센터 소장(패션산업연구원 전신)으로 취임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은 나타났습니다.

사실 대기업이나 정치권에서 언론인 출신을 기용, 해당 언론을 관리대상으로 둔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지역사회 기득권과 주요 언론이 직간접적 관계맺기를 통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불편한 네트워크' 그 현상이 매일신문과 섬유업계 간에 나타날지 여부가 관심사였는데요. 예상했던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홈페이지

당시 언론에서는 함정웅 대구염색공단 이사장이 각종 비리 의혹 속에 사임했던 시점이고, 대구경실련과 참여연대는 해당 인물을 고발조치하고 제보창구를 개설했습니다.

<조선일보><영남일보>를 비롯한 지역방송 3사는 함 이사장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주요하게 보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던 시점이었는데요. 유독 <매일신문>만 조용했습니다. 매일신문은 <염색공단 이사장 정명필씨 당선> (2009.8.5.21)이외에는 함 전 이사장에 대한 그 어떤 기사도 싣지 않았던 것이죠.

2009년은 매일신문과 지역섬유업계간에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2013년은 그 네트워크가 TBC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물론, 제가 제시한 이 의혹이 사실관계로 밝혀지기까지는 좀 더 많은 근거와 조사가 이뤄져야겠지만,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2009년, 2013년 뉴스보도만 본다면 충분하게 개연성 있는 추론일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더 많은 뉴스사례를 찾는 것은 저를 비롯한 독자의 몫입니다.

근데, KBS대구는 이 현상에 왜 이리도 조용한지 그것도 꽤 궁금합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26]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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