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명복을 비는 사회에 경종을”…대구에서 ‘SPC 산재사망’ 추모 촛불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10.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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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대구본부, 동성로 추모문화제 “곳곳서 산재…정부 공동책임”
SPC 계열사 4곳 2017년 4명 산재→2021년 147명 37배 증가
“생명과 안전 외면하며 만든 빵 안먹어…중대재해 엄중처벌해야”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진지 2주째. 대구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는 안전사회를 바랐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는 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분수광장 앞에서 ‘더 이상 죽이지마라’를 주제로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추모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문화제를 열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SPC 산재 사망 추모문화제(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SPC 산재 사망 추모문화제(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추모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대구 달서구 두류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60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는 또 다른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매일 매일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에서도 지난 26일 지하 갱도 토사과 무너져 노동자 2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노동자 2명의 생사는 40시간 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매일 고인이 된 노동자들의 명복을 비는 한국 사회에 대해 이제는 국민들이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SPC 산업재해에 대해 엄중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대구본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 4개 계열사(파리크라상, 비엘코리아, 피비파트너즈, SPL) 에서 발생한 산재는 지난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37배 늘었다. 한 주에 한 번꼴로 산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국내 제조업 평균 산재 수치의 1.4배에 이른다. 
 
“안 사요, 안 가요…SPC 불매” 동성로에 시민들이 적은 문구(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안 사요, 안 가요…SPC 불매” 동성로에 시민들이 적은 문구(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SPL 제빵공장 노동자의 명복을 밉니다”…대구 추모문화제 촛불(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SPL 제빵공장 노동자의 명복을 밉니다”…대구 추모문화제 촛불(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노조를 탄압하면서 돈벌이를 위해 만들어지는 빵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며 “노동자 안전과 권리를 외면하는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사회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정부와 기업도 공동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 파업에는 ‘법과 원칙’을 보이면서, 만연한 산재에는 ‘인간적 배려’를 강조하는 무감각한 이중성을 더 이상 보이지 말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이 추모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이 추모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종린 화성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도 이날 대구 추모제에 참석했다. 임 지회장은 “중대재해에서 기업 처벌 조항을 빼달라는데 지금까지 한 명이라도 제대로 처벌 받은 사람이 있냐”며 “천막농성, 단식농성, 오체투지까지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도 바뀌는 게 없으니 결국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노동조합간 갈라치기에만 골몰하지 말고 2인 1조가 지켜지는 노동현장을 만들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데 힘쓰라”며 “불매운동으로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는 억지 주장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허영인 회장을 청문회에 세워 시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빵을 먹을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대구 추모제에서 규탄 발언 중이다.(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대구 추모제에서 규탄 발언 중이다.(2022.10.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쯤 경기도 평택 SPC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혼합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31 등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다. 허영인 SPC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민적 분노는 거세다.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는 해시태그(#)를 달고 파바, 던킨, 베라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온.오프라인에서 전개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파바 24곳 앞에서 1인 시위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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