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열흘 가까이 됐지만 대구시는 여전히 제대로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전문인력을 모아 조직을 꾸리고 종합계획을 세운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해 더디다.
최근 다른 지역 공사 현장에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일하던 중 다치거나 숨진 노동자도 한해 5천여명(2019년)에 육박한다. 때문에 관련 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법을 이행해야 하는 지자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는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해선 안된다"며 "하루 빨리 종합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4일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대구시 담당자는 3명이다. 별도의 부서는 없고 기존 노동부서가 담당한다. 법 관련 종합계획은 대구시 차원에서 따로 세우지 않았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법 시행에 따른 대구만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상공회의소는 따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 8개 구·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구·남구·달성군은 기존 안전업무와 병행하며 중대재해 대응 업무를 이관했다. 지역 공기업·공공기관도 법 시행 대상이지만 역시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대구시 담당자 3명 모두 현장 경험 없는 비전문가"라며는 비판했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총괄해서 책임지는 전문 인력·조직·계획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기준이 되는 대구시의 방침이 없다보니 기초단체·공기업·공공기관도 법을 제대로 이행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전 인력과 조직, 계획을 꾸린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대전 동구의 경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대응 전담조직인 중대재해예방TF 팀을 신설했다. 안전총괄과 소속 6급 팀장을 포함해 3명 배치했다. 앞으로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등 전문 인력을 추가할 방침이다. 전담팀은 안전과 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중대재해예방 업무처리와 절차를 마련하고 중대재해예방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경기도 성남시도 4명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TF팀을 꾸렸다. 재해 방지대책 이행, 안전보건 관련 개선 명령 이행, 관리상 조치 등을 담은 종합계획도 내놨다.
서둘러 채비한 타 지자체들과 달리 대구시는 대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구의 법 적용 사업장(근로자 50명 이상)은 2,156곳, 전체 사업장의 1.0%다. 3년 후 확대 시행에 따라 적용받는 사업장(5인 이상 50인 미만)은 3만4,899곳이다. 특히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1월 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구 재해자 수는 지난 2015년 4,739명→2019년 5,284명으로 늘었다. 대구 산업재해율도 2015년 0.56%→2019년 0.59%로 늘었다. 같은 시기 전국 평균 0.46%(2015년)→0.50%(2019년)보다 높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일 보도자료에서 "법이 시행되었지만 대구시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비전문가들에게 업무를 맡겨 산재 예방은 물론 시민 안전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지자체들의 선제적 대응과 비교돼 법 취지를 무색케 한다"면서 "▲시장 직속 안전조직 격상 ▲분야별 전문 인력 확충 ▲종합 마스터플랩 수립 ▲산하기관 종합안전평가제도 도입 ▲중대시민·산재 예방 외부 자문단 구성 ▲사각지대의 중소·영세기업 예방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사업장에서 1명 이상 노동자가 숨지거나 2명 이상의 노동자가 부상을 당할 경우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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