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본부 하청노동자 '산재사망'...대구 지방공기업 '1호 중대재해' 수사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7.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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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곡정수사업소 청소노동자 60대 A씨 정화조에서 일하다 숨져
'유독가스 중독' 동료·공무원 2명 치료, 경찰 "중대재해 위반 검토"
지방공기업 첫 사례...대구시 "자체 점검팀 전체 사업소 조사 중"
민주노총 "최고 책임자 홍준표 시장...재발 방지 대책, 엄중처벌"


대구시 상수도본부 정수사업소 하청업체 청소노동자 1명이 일하던 중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 대구시 산하 지방공기업 중 '1호'로 중대재해법 수사를 받는 셈이다. 노동계는 "최고 책임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라며 "홍 시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경찰의 엄정한 조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대구노동청 앞 고 김용균 3주기 피켓팅(202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험의 외주화 금지'...대구노동청 앞 고 김용균 3주기 피켓팅(2021.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1일 대구시와 경찰, 대구지방노동청의 말을 종합한 결과, 지난 20일 오전 9시 45분쯤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대구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죽곡정수사업소에서 일하던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 60대 A씨가 오전 11시쯤 숨졌다. 정화조 청소를 하던 중 심정지 상태로 바닥에 쓰러진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A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A씨와 함께 일하던 50대 노동자 B씨와 구조를 하러 갔던 공무원 C씨, D씨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본부 조사에 따르면, '사망원인'은 유독가스 중독으로 나타났다. 3m 가량 깊이의 정화조 뚜껑을 열어 일부 환기를 시켰지만 오래 밀폐된 상태로 유독가스가 쌓였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인 '사이안후수소', 이른바 '청산'이라고 불리는 맹독성의 물질을 이들이 들이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정화조 입구에서 측정된 값은 치사량 기준치 50ppm에 근접하는 47ppm으로 나왔다. 정화조 뚜껑을 열어 2시간 30분 가량 자연환기를 시켰지만 유독가스가 다 빠져 나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밀폐공간에서 일할 경우 ▲작업 전·작업 중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작업 전·작업 중 환기실시 ▲밀폐공간 구조작업 시 보호장비 착용 '3대 안전 작업수칙'이 있는데 당시 수칙 준수 여부가 관건이다. 경찰은 작업 직전 가스 성분 잔류 확인 여부, 노동자들의 안전장비 착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대재해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도 "중대재해를 따져보고 있다"면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확인해 법 위반 여부, 처벌 수위를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점검팀을 꾸려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또 대구시 산하 다른 사업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전체 사업소들을 대상으로 점검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청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 벽 틈에 끼인 안전모(2021.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청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 벽 틈에 끼인 안전모(2021.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산하 사업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며 "점검팀을 꾸려 정확한 사건 내용을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동청과 수사기관이 별도로 수사를 진행해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다른 사업소에서 사고가 없게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는 21일 성명을 내고 "2년 전에도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노동자가 숨졌다"며 "당시 수중안전진단 작업 중 노동자가 숨졌는데 또 불안전한 환경에 외주업체를 던져 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또 "반복되는 사고에도 기초적 안전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것은 홍 시장과 김정섭 상수도본부장 책임"이라며 "안전한 대구시는 말 뿐"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대구시 산하 기관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 최고 책임자는 홍 시장"이라며 "홍 시장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대구노동청은 엄정 조사를 진행하라"면서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조사 과정에 노조 참여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조대구본부(본부장 조창현)도 이날 입장문에서 "진짜 사장은 '대구시청'"이라며 "원하청 모든 노동자의 생명에 책임을 지고, 산재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더 이상 없게 노력하라"고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대구시 산하 기관에서 일어난 중대재해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라"며 "엄중한 책임을 묻고 같은 사고가 없게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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