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는 예(禮)를 차리지 말라" 꾸짖던 박경리 선생, 그러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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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박경리 선생의 『일본산고』를 다시 펼치며


책장 뒤에 쌓여있는 책에 먼지를 털고 다시 펼친다.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한을 알아주시는 듯 작가의 말이 귀를 떠나지 않는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년)가 생전 일본에 대해 썼던 글을 모은 책  『일본산고(日本散考)』(마로니에북스. 2013년)다.

특히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챕터의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 ‘한 시절 전만 해도 조선인은 우리 앞에 우마(牛馬)나 다름없는 존재 아니었나. 이제 와서 제법 사람 노릇 한다. 도저히 보아줄 수 없군..... (이런 일본인들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우리에게서 문화를 조금씩 빌러 갔었던 무지하고 가난했던 왕사(往事, 지난 일)로 하여 사무쳐 있던 열등감 탓은 아닐까'하며 일본인의 모습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방식을 따끔하게 지적하셨다.

이 글들은 일본 역사학자 다나카 아키라와가 1990년 국내 한 언론에 ‘한국인의 통속 민주주의에 실망합니다’라고 기고하자, 그에 대해 ‘일본인은 한국인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는 대한 반박문으로 쓴 글이다.
 
『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 2013)
『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 2013)

그런데 약 10년 전에 하신 말씀과 책의 내용들이 오늘의 모습에 다시 살아나는 (다시 일부러라도 살려 내려는지) 윤 대통령이 아부하듯 일본에 건너가서 이것도, 저것도 양보하고, 치욕의 과거사에 대해 20년 전 김대중-오부치의 담화를 그대로 계승한다고 핑계를 달고는 북풍한설에 신문지 조각으로 종이로 만든 문에 난 구멍을 막으려하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다시 일본의 종이 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한일관계의 개선이라 이름 하면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북에 대한 우리의 정보를 샅샅이 넘겨주면서 어쩌면 욱일기를 달고 우리 해상에서 심지어 우리영토에 까지 와서 힘주는 모습을 충분하게 상상할 수 있다), 일본 측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조차 철회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강제노역 조차 없었고 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다'는 일본인들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는 정작 피해를 당한 사람은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피해자를 대표하는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꿈쩍도 않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국내기업 자금 출연’이니, '일본의 협조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뭉개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원상복구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말이다. 도대체 이것이 협상인가? 계묘늑약이니 제2의 이완용이라는 말이 자연스런 지금이 되고 있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2023.03.16)
사진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2023.03.16)

정상회담이라면서 일본 수상과 같이 2차까지 하면서 일본의 음식을 즐기고는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면 박경리 선생이 지적하신 말씀이 꼭 그대로 들어맞는다. 또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인에게는 예(禮)를 차리지 말라. 아첨하는 약자로 오해 받기 쉽고 그러면 밟아버리려 든다. 일본인에게는 곰배상(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잘 차린 상)을 차리지 말라. 그들에게는 곰배상이 없고 상대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힘을 상차림에서 저울질한다”고 일본인을 예로써 대할 필요가 없음을 통렬하게 꾸짖는다.

전국 어디에서나 어떤 분식점에서도 먹을 수 있는 오므라이스가 맛이 있어서 2차까지 같이하는 모습에 경고하는 말이 떠오른다. 박경리 선생은 책에서 일본에 대한 무조건적인 협력자 론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 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비록 1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다시 곰씹어야 할 교훈집이다. 더욱 윤 대통령과 우리의 외교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역사를 망각한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경구를 다시 가다듬기 바라면서.  

 
 
 





[기고]
김영민 / 전 대구YMCA·구미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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