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일제 '강제동원' 사죄·배상 하세월...대구경북 생존자 221명, '미봉책'에 한숨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1.19 21: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지원' 전국 1만7,148명→1,815명, 10년새 1만여명 별세
대구 61명·경북 160명 평균 '90세'...판결 못보고 숨지는 비극
윤석열 정부 '해법안' 전범기업 사과·배상 빠져, 피해자 '반발'
시민단체, 서울 등 촛불..."굴욕적 해법 반대, 대법 판결 이행"

 
"저의 아버님은 1939년 3월 일본군에 강제징용돼 남양군도 전투에 참전했다가 해방 후 귀국했습니다. 채권도 받아놓고 돈을 교환하러 갔다가 해방이 돼 취소됐습니다. 전쟁 참전해 후유증으로 평생 병석에 계시다가 59세로 작고했습니다. '산송장' 표현이 정확합니다. 강제징용된 자들은 다 죽었습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심시택(1918~1976년)씨의 유족이 '일제 강점기 피해자 명부(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남긴 호소문이다. 고인은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출신으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다. 유족은 전범기업으로부터 받은 아버지의 채권에 대해 배상을 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은 90세를 훌쩍 넘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송 결과를 기다리다 판결도 못 보고 숨지는 비극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사죄와 배상은 하세월이다.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2022년 '국외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의료지원금' 현황을 보면,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1,815명(2022.3월 기준)이다. 정부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생존자에게 2009년부터 매년 80만원씩 의료지원금을 지급한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1년 생존자는 1만7,148명이다. 2012년 1만6,014명, 2013년 1만3,854명으로 줄었다. 해마다 줄어 지난 2022년 1,815명으로 크게 급감했다. 지난 2021년 2,400명에서 1년새 585명이 숨졌다. 10년새 1만5,333명이 돌아가신 것이다. 10명 중 9명이 별세했다. 
 

"빼앗긴 어버이"...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합동추모제(2018.5.8) / 사진.민족문제연구소
"빼앗긴 어버이"...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합동추모제(2018.5.8) /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지역별로 보면 대구 생존자는 61명, 경북은 160명으로 대구경북 피해 생존자는 221명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 생존자는 1,699명, 여성 생존자는 116명에 불과하다. 대구지역 여성 생존자는 고작 3명, 경북은 2명으로 대구경북 여성 생존자는 5명에 그쳤다. 제주와 세종은 0명이다. 

피해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은 90세를 훌쩍 넘었다. 대부분은 이미 고인이 됐다. 유족도 고령이기 때문에 정부에 신고를 하지 못한 피해자까지 합하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여러 정부를 거치며 해법을 내놨지만 일본 정부·기업들의 시간끌기는 발목을 잡았다. 

윤석열 정부도 해법안을 제시했지만 논란이 거세다. 전범기업들의 사과와 배상이 빠진 탓에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외교부는 강제동원 배상문제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해법안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들이 출연한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는 '제3자 변제'가 핵심이다. 
 

양금덕 할머니가 윤석열 정부의 해결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2022.12.26) / 사진.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양금덕 할머니가 윤석열 정부의 해결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2022.12.26) / 사진.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피해 생존자들과 유족은 "졸속 면책안"이라며 반발했다. 정부 해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금덕(92) 할머니, 이춘식(99) 할아버지 등 피해 생존자들과 유족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본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또 배상 하기 전에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도 요구했다. 

시민사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준)은 19일 성명에서 "일본 기업 책임을 뒤집어쓰는 게 외교 해법이냐"며 "일본 책임을 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또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지난 13일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한다"며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