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내몰린 대구경북 전세사기 피해자들..."사회적 재난, 정부 외면 말라"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입력 2023.12.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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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신발 7켤레 옆 국화꽃, 전국 희생자 벌써 7명
전국에서 피해자들 동시다발 거리집회 "책임 전가 말라"
대구경북 40여명도 동성로에서 규탄 "늑장대응, 뭐하나"
깡통전세·신탁사기 사각지대 없게 "개정안 선구제 후회수"


주인 없는 신발 7켤레. 옆에 놓인 국화꽃. 전세사기 피해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지난 5일 오후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구경북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한겨울 거리에 나서, 윤석열 정부의 늑장대응을 규탄하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회적 재난 인정하라 피켓팅(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사기 피해, 사회적 재난 인정하라 피켓팅(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CGV대구한일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고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전세사기 특별법 제대로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대구를 포함해 서울, 부산, 인천, 대전, 수원 등 6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대구 집회에는 대구·경북 피해자 40여명을 포함해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위원장,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전국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세사기 희생자는 7명이다. 대구경북 피해자들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사망 전 극심한 생활고로 수도 요금을 체납한 사례, 2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 본업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다 과로사한 사례 등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전세 사기 당했는데 전세대출이 대책...피해자 구제 없는 특별법" 피켓 (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 사기 당했는데 전세대출이 대책...피해자 구제 없는 특별법" 피켓 (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선(先)구제 후(後)회수(구상)' 포함 ▲피해자 실태조사·맞춤형 대책 마련 ▲세입자 권리 확대·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는 세입자에게 불리한 주택임대차 제도와 잘못된 보증금 대출제도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그럼에도 모든 피해 책임은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제정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6개월 넘게 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수많은 사각지대와 늑장대응으로 절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태운 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태운 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태운 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장은 "현행 특별법은 대출에 대출을 얹어 이겨내라는 식"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대출해 줄 테니 갚으라는 소리만 하며 피해자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모든 것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늑장대응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서 "내일(6일)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장소 앞에서 끝장농성하겠다"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따르면, 대구시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건수(4일 기준)는 271건이다. 피해자 인정은 178건, 불인정은 26건이다. 대구시가 자체 조사 중인 건은 35건이다. 경북도의 경우 지난달 30일 기준, 접수된 피해 건수는 179건, 국토교통부가 인정한 건은 83건, 불인정은 25건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문을 들고 있는 시민(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문을 들고 있는 시민(2023.12.5)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정부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과 피해 회복을 위해 지난 6월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롭고 범위가 좁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각지대 보완을 위해 '전세임대' 지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전세임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입주대상자가 원하는 집의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제도다.

다가구 피해 주택은 임차인 전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다가구주택 내 피해자 전원이 동의하면 LH가 통매입해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다. 이외에도 경매·공매 대행 법률전문가 비용지원 확대, 경·공매 대행 비용 70%→100%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다.

다만 국토부 지원 방안에도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 구제 후 회수(구상)'는 빠져 있다. 신탁사기 주택도 신탁등기가 말소됐을 때만 전세 임대가 가능하다. 신탁등기 말소가 안 되면 살던 집에서 떠나 인근 전세 임대 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겨야 한다.

근린생활시설 상가 부분을 주거용으로 개조한 '근생빌라'도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전세 임대 대상에서 제외된다. 근생빌라 피해자에게는 인근 주택을 전세임대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별법 시행 6개월 뒤 보완을 약속했던 국회는 6일 정의당 심상정(경기 고양시갑)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증금 '선구제 후회수' 내용을 담은 법안 등 개정안 8건을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서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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